최근에 이런 분야에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한국판 '미투'운동이라고도 한다.

 

잘못된 것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줄여야 한다고 하는 것은 분명히 좋은 현상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여러가지 의견이 난립하다보니 오히려 잘못된 목소리가 군중심리를 타고 강해져서 밖으로 빠져나오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보인다.

 

순간적으로 밀집된, 흥분한 군중들은 누군가 소리치면 무조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것이 옳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다 보니 함께 모인 자신들은 모두 같은 편이고, 같은 편인 누군가가 앞에서 외치는 것은 무조건 일단 옳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최근 데이트 폭력의 기준에 대해서 나오는 이야기도 군중심리를 타고 잘못된 형태로 터져나온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서울시에서 여성들을 대상으로 피해 실태 조사를 했는데, 데이트 폭력을 경험한 여성들이 무려 10명 중 9명(!)이라는 충격적인 수치가 나왔다고 한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을 정도의 통계 수치를 보고 놀라 눈이 번쩍 뜨일정도였다.

 

그런데 여기서 데이트 폭력에 대한 기준을 다음과 같이 잡았다는 것을 듣고 납득할 수 있었다.

 

1. 폭언

2. 폭행

3. 사생활 통제

 

...

 

폭언, 폭행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사생활 통제?? 도대체 이게 무엇이지?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조사였다. 조사 결과로 보아서는 '무엇이든 통제'를 하기만 하면 폭력으로 규정지어놓은 듯 했다. 예를 들어 과음하는 것을 보고 '그만 좀 마셔'라고 해도 폭력에 해당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이게 정말 옳은 조사인가? 그런것도 다 폭력...?

 

그러면 아이들에게 부모님이 '이러이러한 것은 하면 안 된다' '일찍 자야 한다' 같은 것도 모두 통제에 해당하니 이것은 아동 폭력에 해당하는 것인가?

 

지금 TV만 틀어봐도 남자와 여자가 서로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이런 이야기들이 자주 나온다. 연예인들은 물론이고 일반인들도 함께 대놓고 폭력에 대해 떠들고 있는 것이다.

 

"우리 남편이, 응? 밤 늦게 매일 들어오잖아. 그래서 내가 일찍일찍 좀 다녀라라고 했더니..."

"아내가 자꾸 산에 가길래 산에 좀 가지 말라고..."

"여자친구가 매일 옷을 너무 짧게 입는 거예요. 제 마음이 불편해서 제가 너무 짧은 거 아니냐고..."

"남자친구가 친구들을 너무 좋아해서 맨날 만나서 같이 놀고 술 먹고 하길래 적당히 좀 하라고..."

 

이건 방송에서 대놓고 전부 자신의 폭력을 시인하고 있는 것인데, 이런 폭력적인 행동을 그렇다면 방송심의위원회에서 막지 않고 통과시키고 있단 말인가? 그리고 사람들은 그것을 보면서 공감하고 웃는다?

 

위에서 서울시에서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했다고 하는데, 만약 반대로 똑같은 주제를 주고 남성을 대상으로 했다면? 남성들도 10명중 9명은 충분히 나오지 않았을까?

 

그러면 우리나라 사람들 남녀 구분없이 10명 중 9명은 죄다 데이트 폭력으로 잡아들여 처벌을 해야할텐데... 최소한 사생활 통제를 데이트 폭력으로 규정하려면 '폭언 등을 동원해 상대방의 반항을 강제로 제압하면서 하는 사생활 통제' 정도로는 해뒀어야 하지 않나 싶다. 폭력의 사전적 의미도 다음과 같이 나와있으니 말이다.

 

"남을 거칠고 사납게 제압할 때 쓰는, 주먹이나 발 또는 몽둥이 따위의 수단이나 힘, 넓은 의미로는 무기로 억누르는 힘을 이르기도 한다."

 

즉, 반항을 '제압'하지 않고 그냥 간섭하는 것까지 폭력이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이건 그냥 '데이트 간섭'으로 봐야지, '폭력'으로까지 말하는 건 지나친 행위다. 데이트 폭력의 규정을 보고 누군가 우스갯소리를 한 것이 기억난다. 아이유의 잔소리라는 노래는 그러면, 폭력과 폭행을 아름답게 포장하는 노래인 것이냐고.

 

이를 보고 있자니 우리나라 사회가 개선되기 힘든 것도 아마 이런 군중심리를 통해 과도한 잘못된 행위가 자꾸 나타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좋은 이야기 속에 어이없는 이야기까지 늘어놓으니 '저 집단이 하는 이야기는 믿기 힘들다'라는 반발 심리를 가지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이것이 실제로 좋은 것은 실행하기 위해 함께 힘써야 함에도 불구하고 따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과유불급'이란 말은 이런 곳에 사용되기 위해 태어난 것이리라.

Posted by 은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