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그리고 열정페이라는 말은 최근 몇 년 사이 특히나 많이 언론에서 떠들고 있는 말 중에 하나다. 그리고 이 말들이 특히나 많이 등장하는 곳 중에 하나가 바로 문화, 예술 등을 대중들에게 선사하고 돈을 버는 연예계다.

 

왜 연예계에 열정페이와 갑질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 찬찬히 한 번 생각해보았더니, 연예계는 성과나 실력을 숫자로 표현하기 어렵고, 갑과 을의 관계가 뒤바뀌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제 막 데뷔한 신인 배우나 가수 등을 생각해보자. 이들이 처음 데뷔했을 때 아무리 실력이 좋고 끼가 있더라도 이들은 철저히 을에서 시작한다. 왜냐하면 연예계에서는 자신의 실력과 끼를 보여주는 방법이 매우 한정된 대중매체에 의해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수많은 기업들이 포진해 있는 제조업이나 서비스업과 비교해보면 대중매체는 매우 한정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아무리 뛰어나도 이렇게 한정된 대중매체에서 알려주지 않으면 돈을 버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환경 속에서 신인들은 철저하게 을의 입장이 되고, 자신을 알릴수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게 된다. 즉, 대중들에게 자신을 노출 시킬수만 있다면 열정페이로라도 일을 하겠다고 덤벼드는 것이다. 이렇게 열정페이에 대한 신인 공급이 많이 발생하면서 자연스럽게 '아직 뜨지 못한 사람'의 열정페이는 당연한 것이 되어간다.

 

그런데 '뜨고 나면' 사정이 달라진다. 일단 많은 대중들에게 노출되면서 이들에게 한 번 호감을 얻게 되는 순간 갑과 을의 관계는 한순간에 뒤바뀐다. 이제는 얼마전까지 을의 위치에서 열정페이에도 얼마든지 일하겠다는 사람을 원하는 곳이 너무나 많아진다. 몸값을 계속 높여 불러도 여기저기서 자신들에게 와달라고 난리가 난다. 갑자기 갑이 되는 것이다.

 

다른 곳에서는 바뀌더라도 꽤 장기간의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지만 연예계는 그렇지 않다. 단 하나의 사건, 단 하나의 방송만으로도 순식간에 수 많은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

 

일반적인 다른 일들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에서만 일단 이름이 알려지겠지만, 대중매체는 모든 사람에게 접근가능해 자신과 관련없는 분야에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자신을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지만 일단 뭐로든 터지기만 하면 그 다음부터는 바로 열정페이를 받던 '부의 하층' 시간이 끝나고 '부의 상층'으로 변신이 가능하다.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부의 양극화가 매우 극심한 구조'다.

 

결국 열정페이와 갑질이 많이 발생하는 것에는 극심한 부의 양극화가 불러일으키는 폐해라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연예인을 하려면 신인시절 열정페이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가? 이를 막기 위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이미 뜬 연예인'을 보유한 소속사, 즉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탄생이다. 이들은 이미 '갑'이 된 연예인을 보유하고 있음으로 인해 대중매체들이 원하는 사람을 보내주는 대신 자신들의 신인을 함께 출연시키거나 다른 곳에 출연시켜 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이런 구조를 연예인 지망생들이 모를리 없다. 그래서 그런 소속사에 들어가 데뷔하려고 다시금 모여들게 되는데, 대중매체에만 집중되던 신인에 대한 권력이 그나마 엔터테인먼트 회사로도 조금 분산되어 이전보다는 나쁜 폐해의 여러 현상이 약화된다. 비록 '갑'이 되어 있는 선배와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의한 새로운 갑질과 열정페이가 발생할지라도.

 

다시 말해 폐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최대한 다양한 곳으로 권력을 분산시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아직까지 아이돌 1세대 시절의 연예인들이 세운 3대 기획사 이외에는 새롭게 건실한 기획사들이 그다지 탄생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우리나라 연예계의 갑질과 열정페이가 쉽사리 줄어들기에는 쉽지 않다는 점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으리라.

 

어쩌면 '끼' '노래' '연기' '외모' 등 누군가의 실력이나 노력 등을 구체적인 숫자로 가늠할 수 없다는 것과 갑과 을이 순식간에 뒤바뀔 수 있다는 구조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애초에 연예계의 이런 폐해는 영원히 다른 분야보다 강화되어 나타날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은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