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란 시장에서 장기국채를 중심으로 국가의 중앙은행이 지속적인 매입을 통해 시중에 자금을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대처 중 하나로 채택된 방법으로 중앙은행이 시중에서 장기채를 매입하여 채권을 회수하고, 채권을 보유하던 금융기관들은 채권이 사라지는 대신 현금을 보유하게 된다. 이 현금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 기업 등 다른 곳에 대출을 해주게 된다.

 

또한 중앙은행에서 지속적으로 장기채를 매입하여 장기채의 가격을 상승하며, 이는 곧 장기채권의 금리하락으로 이어진다. 민간에서 구입하는 부동산이나 기업에서 투자를 할 때 일반적으로 장기간에 걸쳐서 자금을 빌리기 마련인데, 장기금리가 하락함으로써 기존보다 투자집행 등에 있어서 부담이 훨씬 줄어들게 되므로 투자에 대한 수요가 상승한다.

 

즉, 금융기관이 풍부한 현금을 보유하여 민간과 기업에 대한 대출 등에 여유가 생겨난데다가 장기금리가 하락하여 투자에 대한 수요를 자극하여 경제위기로 침체된 투자 등을 활성화시키려는 것이 양적완화의 목적이다.

 

그러나 이 양적완화는 '수요'에 지나치게 중심을 둔 정책이라는 점에서 제대로 된 경기활성화 방법이 맞는지 의문점이 있다. 장기금리 하락으로 기업등의 투자 수요를 자극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반대편에 있는 '공급'측면에 대한 접근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는 대표자 은행의 사업구조를 살펴보자.

 

은행은 예금자들의 돈을 모아서 이를 다른 곳에 대출해주면서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사이의 차이만큼 차익을 얻게 된다. 이때 예금자들이 은행에 맡긴 돈은 언제든 빼내갈 수 있는 단기적 성향을 가진 단기금리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부동산 구입이나 기업의 투자를 위한 돈은 장기적인 성향의 장기금리다.

 

은행이 예금자들에게 돌려주어야 할 단기금리는 그대로인 상태에서 장기금리가 하락하면 은행의 수익성이 나빠진다.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은행은 대출을 점점 꺼리기 시작한다. 기존에는 충분히 짊어지고 갈 수 있었던 위험도 기피하기 시작한다. 수익성이 나쁜 상화엥서 대출회수에 문제가 생기면 은행의 생존자체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양적완화는 '수요'욕구를 증진시키지만 '공급'욕구는 쇠퇴시킨다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 양면성 때문에 원래 원하던 효과인,

 

'금융기관에 현금공급 및 장기금리 하락 → 소비와 투자수요 자극 → 장기대출 활성화 → 경기회복'의 공식이 이뤄지지 않고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금융기관에 현금공급 및 장기금리 하락 → 소비와 투자수요 자극 → 장기대출이 이뤄지지 않음 → 그대로 현금을 보유한 금융기관의 수익성이 더욱 악화 → 유동성 함정과 신용경색 발생 → 지속적인 경기침체'로 전개되는 것이다. 즉, 수요 증가 규모보다 공급 감소가 더 강력하게 작용해 경기침체가 이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결국 수요적 관점으로만 보았을 때는 이론상 그럴듯했지만, 공급을 담당하는 금융기관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는 양적완화는 오히려 경기침체를 유지시키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양적완화 정책은 진행하더라도 일시적인 경제충격으로 급격하게 줄어들 수요욕구를 순간적으로 자극해주기 위해 짧은기간 내에 진행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장기간 지속되면 오히려 자본주의의 혈맥을 담당한다고 할 수 있는 금융기관을 위축되게 만들면서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러나 실제로 2008년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 정책은 상당히 오래도록 진행되어 왔다. 소비와 투자에 대한 수요욕구가 장기간 도저히 회복안 될 것으로 보았던 것일지도 모르겠으나, 실제로는 역대최저금리 및 마이너스 금리등이 전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이것이 장기간 지속되었다. 즉, 경제회복이 다른 경제위기 상황들보다 상당히 더디게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이 더딘 경기회복에는 분명히 장기간 지속된 양적완화가 한 몫 했을 것이다.

 

미국은 2013년 12월부터 양적완화규모를 줄이면서 2014년 10월 정책을 종료했다. 경기회복 조짐이 있기도 했지만 아마 부작용을 뒤늦게라도 타국가들보다 빨리 캐치한 것이 아닐까?

 

유럽중앙은행(ECB)은 올 2018년 9월 종료 예정이다. 종료 후 경기회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재침체로 빠져드는 것 아니냐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단기금리를 빠르게 상승시키지 않는 한 오히려 더 빠른 경기회복이 나타나지 않을까?

Posted by 은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