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가 중국차 됐다더라. 그 회사 지분을 중국자동차 회사에서 매입해서 최대주주가 됐다더라."

 

독일 기업, 아니 어찌보면 독일 그 자체의 자존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벤츠가 중국에게 넘어갔다는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바로 기사를 찾아보았다. 2018년 2월, 스웨덴 볼보 승용차와 영국 택시 블랙캡의 회사를 인수했던 지리자동차가 9.7%의 지분을 쪼개서 매입한 다음 통합하는 방식으로 5%룰을 비켜가면서 순식간에 최대주주로 올라섰다는 것이었다.

 

독일 정부는 순간 당황했겠지만, '고용 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는 이유 등으로 간섭할 뜻이 없음을 나타냈다. 실제 중국자본에 대한 견제를 하고 있지만, 이 견제 역시 공식적으로는 25% 이상 지분을 확보할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사실 10% 지분 정도로는 경영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것이 분명하긴 하지만, 그래도 '최대주주'이므로 나머지 지분을 대부분 영세한 개인들이 쥐고 있을 경우 충분히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 경영권을 쥐고 본사를 중국으로 옮기기라도 한다면 완벽하게 중국차가 될 것이다(아마 경영권을 쥐더라도 그런짓은 하지 않겠지만).

 

벤츠를 자회사로 둔 다임러의 주주구성을 찾아보았다.

 

 

위키백과에 나와있는 주요 주주에는 '자사주'비율이 무려 74.8%이고 나머지 25% 정도를 개인주주와 쿠웨이트 국부 펀드, 르노-닛산 그룹에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개인주주가 보유하고 있던 15% 정도에서 10% 정도를 지리에서 사들였다는 것이고, 자사주는 어차피 의결권이 없으므로 벤츠의 경영권은 중국으로 넘어갔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일단 이런 대기업의 자사주 비율이 75%나 된다는 것도 이상하고, 자사주에 쿠웨이트 및 르노-닛산에서 보유하고 있는 물량이 85%나 된다면 시장에 풀린 15%에서 10%를 공개적으로 매입해야 한다는 것인데 주가 급등이 나타나는등 주식 매입이 힘들것이 분명했다.

 

뭔가 이상하다. 좀 더 제대로 알아보기 위해서 공식 홈페이지에 방문해 주주구성을 알아보았다.

 

(Tenaciou3이 지리자동차의 지분으로 보인다)

 

2018년 3월 28일에 발표된 다임러의 주주구성이다. 75%의 자사주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은 여러기관들의 합계(61%)다. 위키백과의 자사주는 기관투자자들의 지분을 잘못 표기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리에서 9.7%를 매입하고도 여전히 개인이 19.4%를 가지고 있으며, 쿠웨이트와 르노-닛산은 위키백과에 표기된 것과 같은 지분을 가지고 있다.

 

즉, 지분구조상 경영권을 행사할 수준은 안되고 그저 '지분 투자'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혹여나 진짜 자사주인데 그것을 기관투자자로 표기한 것이 아닐까 좀더 살펴보았다.

 

(독일에서 30.9%, 유럽에서 30.6%로 절반을 넘게 보유하고 있다)

 

61%의 기관투자자는 자사주가 아니라 진짜 기관투자자가 맞다는 것이 각 지역별 지분구조에서 완벽하게 드러났다. 국가별 기준에서 다임러는 여전히 독일인들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그 다음으로 독일을 제외한 모든 유럽 국가들, 그 다음이 미국이다.

 

결론적으로 벤츠가 중국차라는 것은 자극적인 기사를 써야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기자들이 최대주주라는 것 하나만 보고 기사를 대량 생산한 것으로 발생한 오해라고 할 수 있다.

 

'벤츠는 여전히 독일차'다.

 

이를 두고 '중국차' 혹은 '독일차가 아니다'라고 하는 것은 '삼성전자는 한국기업이 아니다. 외국기업 혹은 다국적기업이다.'라고 떠드는 헛소리와 비슷하다.

 

(삼성전자의 지분을 살펴보면 외국인이 52.25%를 가지고 있다)

 

본사도 한국에 있어 최종세금을 원화로 내고, 한국인이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최종적인 경영권을 한국인이 행사함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외국인도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외국인이 한국인보다 지분을 더 많이 가지고 있으므로 '한국기업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한다. 한국기업이 아니라고 해야 더 부정적인 인식을 많이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는 것은 괜찮으나, '한국기업이 아니다'는 정말 바보 같은 소리다. 이런 원리로 따지면 글로벌 시대에 주식시장에 상장된 모든기업은 '어느 국가의 기업'이라고 특정 지을수가 없을 것이다.

 

삼성이라는 기업을 외국에서는 모두 한국기업으로 본다.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벤츠를 여전히 독일기업으로 봐주어야 할 것이다.

Posted by 은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