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근처에서는 항상 다툼이 벌어지는데, 현재 권력을 잡고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신경써야할 부분은 어디일까?
약 2,000년(기원전 221~서기 1911) 중국 황제의 퇴위 과정을 살펴보면 이에 대해서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아래의 표는 중국 황제들이 권력을 내려놓게 된 원인이다.
(절대권력이라는 황제가 퇴위하게 된 원인)
내부의 적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황제 주변에 있는 신하 등 배운게 많고 정치적인 입지가 있는 정예요원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에 의해 권력을 빼앗긴 것이 108번 중에서 76번에 해당한다. 그 중에서 살해당한 것이 34번, 자살 강요로 자살한 것이 1번, 퇴위 강요로 퇴위한 것이 17번, 강제로 자리를 빼앗긴 것이 24번에 해당한다.
76번을 뺀 나머지 32번은 그런 엘리트를 제외한 인물들의 반란 등에 해당하며 강제로 자리를 빼앗긴 것이 20번으로 가장 많고, 내란 중 사망한 숫자가 10번, 강요로 강제 퇴위한 것이 1번, 버티지 못하고 자살한 것이 1번에 해당한다.
외란중에는 자살 4번, 강제로 퇴위된 것이 3번으로 총 7번이다. 생각보다 숫자가 많지 않은 느낌이다.
가족이 위협이 된 경우는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한 것이 5번, 후궁이 살해한 것이 1번으로 총 6번이다.
기타는 독살이 4번, 자발적으로 물러난 것이 4번, 사고로 사망한 것이 1번으로 총 9번 발생했다.
282명의 황제가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수명이 다해 자연사한 경우는 전체의 53.9%, 즉 절반 정도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황제 중 절반 정도는 권력을 유지했고, 나머지는 모두 원치 않은 일로 권력을 내려놓을 수 밖에 없었다.
위의 표에서 나타나듯 중국 황제들에게 있어서 가장 위협이 되는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의 신하나 백성들과 같이 내부의 적에 의한 행위가 가장 많았음이 드러난다.
역사 드라마나 영화 같은 것을 보면 심약하거나 한 왕의 경우 외부의 적과 싸우는 중에도 혹시나 내부에서 자신의 권력을 빼앗아갈까봐 오히려 내부를 더 경계하는 모습이 나타나는데, 아마도 이런 부분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추가로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위 282명 황제 가운데 후계자를 지정해 놓은 황제의 경우 원치 않을 때 강제로 퇴위될 확률이 64%나 감소했다는 통계자료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후계자를 지정해놓을 경우 현 황제에게 좀 불만이 있더라도 후계자가 황제가 되면 바뀔 것이라는 기대감이나, 현 황제에게서는 권력을 많이 받지 못했어도 후계자에게 잘 보여두면 이후 권력을 많이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되었을 것이다. 또 황제를 중심으로 한 세력과, 후계자를 중심으로 한 세력이 합심하게 되어 같이 내부의 적을 견제할 수도 있다.
후계자가 반란을 일으켜 권력을 뺏을 수도 있으나, 후계자는 다른 내부의 적과 다르게 가만히 기다리기만 하면 세습을 통해 결국 최고의 권력을 얻을 수 있으므로 웬만하면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게 가장 나은 선택이 된다. 아버지는 자신보다 무조건 나이가 더 많기에 무리해서 모험을 할 필요가 별로 없다.
현대사회에서 권력을 잡고 있는 대통령 같은 사람들이 자신의 후임으로 대통령이 되길 바라는 사람으로 자신의 주변에 있던 사람 중 가장 절친하고 충성스러운 사람 등을 지목해 지지 선언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것은 황제가 후계자를 지정해 자신의 권력을 더 공고히 하려고 했던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후계자로 지정되더라도 '세습'이 없기에 지정된다고 무조건적으로 권력을 넘겨 받는다고는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전보다는 '가만히 기다린다'라는 선택의 매력이 많이 퇴색되었다.
결론적으로 권력자에게 있어 최대의 위협 요소는 결국 내부의 적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무능하고 어리석은 권력자일수록 내부의 적을 견제하는데 더 적극적일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권력자가 무능하면 무능할수록 더 많은 불평 불만이 내부 사람들에게 심어질 것이기에, 이를 더 열심히 견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억나는 '폭군' 혹은 '무능한 왕'으로 지칭 되는 사람을 떠올려보자. 다른 문제가 많음에도 일단 권력을 지키기 위해 내부의 사람들에 대에게 폭력이나 지위, 명분 등을 활용해 견제하는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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