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국제투자분석사 시험에서 합격했습니다. 이 자격증은 이전에 증권분석사로 불렸던 자격증인데요. 시험난이도로 꽤 있는데다가 시험칠 때 들어가는비용까지 높아서 불합격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때문에 애초에 시험을 보는 사람조차도 적은 것 같습니다. 게다가 한글로 번역되어서 나온다고는 하지만 어색한 번역투의 말투가 시험문제로 나오는데다가, 3단위 시험을 한꺼번에 치면 시험시간이 무려 9시간 30분이나 걸려서 시험치다가 지치기도 합니다. 또 응시인원이 적다보니 서울에서만 시험을 친다는 것도 이 시험의 접근성을 낮추는 요인입니다. 그래도 1년에 합격자가 100명 안쪽밖에 안된다는 점과 높은 난이도를 지녔다는 점에서 자신을 어필하기엔 괜찮은 자격증이라 생각됩니다. 실제로 또다른 상급자격증인 CFA랑 비교하면 비용같은 면에서도 훨씬 저렴한 편이구요. (K-CIIA는 CFA 1,2 수준이라더군요.)

 

서두가 길었네요. 일단 제가 공부한 기간은 4~5개월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이전에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을 따 놓아서 1단위 주식평가분석은 면제를 받아서 처음 한 번 훑어서 공부한다고 해야 할까요? 그때만 주식평가분석을 한번 보고 그 다음부터는 주식평가분석 항목은 공부하지 않고 바로 재무분석부터 공부했습니다. 총 공부시간은 뭐 딱히 계산하진 않았지만 300시간쯤? 아니면 그 이상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생각보다 공부해야 할 양도 꽤 많고 어렵웠습니다... 아마 300시간 넘었을 거 같네요.

 

일단 시험 등록시 기본적으로 오는 책들은 거의 안 봤습니다. 읽다보니 오히려 머리만 더 복잡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결국 KFO(한국금융개발원)에 있는 유일한 K-CIIA와 관련된 이대열 강사님 강의에 등록하면서 거기서 주는 책으로 공부했습니다. 시험장에 가서 쉬는시간에 보니 다른 분들도 거의 이 책으로 공부하는 것 같더라구요. 몇몇분은 기본서를 보는 것 같기도 했지만...

 

아무튼 이 책을 거의 5번은 본 것 같습니다. 강의 돌려보면서 3번. 따로 2번. 그리고 공식같은 경우에는 따로 정리해서 수시로 보면서 진짜 거의다 외우고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거의 나오지 않더군요 ㅋㅋㅋ. 그 뿐만이 아니라 강사님은 대부분 기출문제를 뽑고, 그 문제와 관련된 내용과 공식을 소개하고 가르치는 식으로 책을 구성해놓으셨는데... 비슷한 문제는 진짜 거의 안나옵니다. 아니 1, 2 단위는 좀 나왔던 것 같기도 한데 3단위는 진짜 거의 안나왔던 것 같습니다.

 

결국 이 책에 나와 있는 내용을 알고 관련 문제들을 풀면서 기본적인 내용을 제대로 숙지해 놓으셔야 변형된 형식으로 나온 문제에 대처해서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을 일단 확실히 인지하셔야 합니다. 그렇다고 그 속에 나와있는 예제나 기출문제 등을 풀 필요가 없다는 건 아닙니다. 거기 나오는 것들을 그냥 풀 줄 알아야 기본내용을 숙지했다는 것이니까요. 각 단위별로 구체적으로 나눠서 좀 더 설명하자면,

 

1단위 주식평가분석은 위에서 얘기했듯이 전 시험면제를 받았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재무분석과 기업금융인데... 재무분석 같은 경우 제가 원래 투자를 지속적으로 해오면서 공부해왔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재무제표분석을 위해 공부를 많이해서 그런지 이 부분은 거의 공부도 안했는데 시험장에서 가장 빨리, 그리고 쉽게 풀었습니다. 기업금융은 처음접해서인지 좀 헷갈렸지만 MM이론(맞나요? 기억이 확실히 잘 안나서;)을 일단 확실히 숙지 하는식으로 간 다음에 전체적으로 공부하니 그 후부터는 꽤 쉬웠던 것 같습니다. 평소에 가치투자를 통한 직접적 주식투자를 하고 있어서인지 어찌됐건 1단위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2단위의 직무윤리같은 경우 그냥 달달달 외우고 드가시면 됩니다. 시험등록하면 직무윤리와 관련되어 낼 가능성이 있는 문제들을 보내주는데, 그 안에서 몇 가지를 골라 기출됩니다. 네, 무조건 외우셔야 합니다. 여기서 100점 받는다 생각하셔야 마음이 편해집니다. 양도 A4 앞뒤로 4~5장 정도였던 것 같은데 이 정도면 충분히 암기하실 수 있습니다. 2단위는 나머지 두개가 어렵습니다. 그나마 채권평가분석은 평소에 관심도 있었던 분야고 해서인지 좀 열심히 하니 할만하다 싶었는데, 경제학 파트 같은 경우에는 경영학이나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저 같은 경우엔 뭐가 뭔소린지 머리에 들어오질 않더군요. 내용이 많이 압축되어 있고 해서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예 경제학원론책과 미시경제학 책을 찾아서 한번 보고 다시 보니 그나마 좀 이해가 되더군요. 그래도 시험장에 들어가니 '이런 걸 공부하긴 했던가?' 싶은 것들이 많아서 이만저만 당황한게 아니었던... 솔직히 떨어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저 말고 다른 분들도 같이 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합격했겠죠;

 

3단위 파생과 포트폴리오 관리에서는 특히 비전공자나 관련 자격증을 딴 적이 없다면 생소한 용어들부터 확실히 알고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특정한 상황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아셔야 합니다. 베타, 감마, 세타, 로우, 베가나 뭐 콜옵션과 풋옵션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되는지, 풋콜 패리티가 무엇이며 기본 풋콜 패리티 말고 배당이 있을 때 어떻게 변형되는지 등등... 솔직히 말해서 파생상품은 계산보다도 이런 내용들을 확실히 알고 있는게 더 중요합니다. 그래야 일단 문제를 풀 수 있거든요. 그리고 블랙숄즈모형 제대로 숙지하시구요. 그리고 파생상품쪽은 공식을 많이 암기하고 가더라고 전혀 머리속에 넣은 적이 없던 공식을 이용해봐라고 요구하기도 합니다. 절대 포기하지 마시구요. 공식집 뒤져 보십시오. 공식집이 친절하게 안 되어 있고 어색한 번역투라 보기 짜증날 정도지만 찾아보면 요구하는게 거의 나올 겁니다. 그렇게 3~4문제만 더 풀어도 엄청난 이득이니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물론 이때는 이미 시험을 6시간 20분이나 친 뒤라서 도저히 그런 집중력이 안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럴땐 과감히 3단위는 포기하고 1, 2단위만 먼저 치고 합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포트폴리오는 분산이랑 표준편차 계산하는 것 확실히 숙지하세요. 이건 거의 무조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공분산이나 상관계수와 관련된 공식들은 그 변형까지 웬만하면 그냥 다 외우세요. 머리 아프더라도... 일단 개별증권 분산과 표준편차, 포트폴리오 분산과 표준편차만 확실히 할 줄 알게 되도 이 부분 공부하기 수월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이 외에 따로 중요한 사항이 있다면 어색한 번역투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기출문제들을 미리 무조건 풀어보고 가야한다는 겁니다. 제 기억에 그런 문제가 있었습니다. 어색한 번역투긴 하지만 분명히 대부분 사람들은 이런 방향으로 해석할 것이라고 명확히 보여지는데도, 실제로는 그 반대인 경우가 있었습니다. O, X 문제였던 것 같은데... 제가 기출문제집에서 풀 때도 분명히 공부했던 내용이고 해서 O를 선택했는데 답지를 보니 X가 답이라고 되어있는 황다한 경우가...(제가 잘못 안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기출문제 최근 2~3개년. 다 푼다거나 하진 않더라도 꼭 한번(특히 말로 된 문제들)보고 이 번역투가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알고 가셔야 합니다. 대부분은 그냥 이해한대로가 맞긴 합니다만, 이해한것과 반대로 이해해야 되는 문제 1~2개(그것도 쉬운문제)를 놓치면 그것보다 억울한게 어딨겠습니까;

 

마지막으로 위에서도 중간중간에 얘기했지만 이 시험은 어렵기도 하지만 시간과 체력과의 싸움이기도 합니다. 반드시 전날 푹 주무셔서 집중력을 회복해 놓으셔야 합니다. 그래야 공식집 뒤져서 풀 수 있는 문제를 찾아내서 풀 수 있습니다. 집중력 떨어지면 뒤져봤자 문제와 연관된 내용이 뭔지 찾아내지도 못합니다. 3단위 풀다가 지쳐서 그냥 나가버리고 싶어집니다. (실제로 3단위는 중간부터 나갈 수 있는데, 이때 나가시는 분들은 대부분 지쳐서 공식집을 찾아볼 생각도 안하고 나간 것 같았습니다. 아니면 정말 엄청난 실력을 가지고 계셔서 금방 푸셨다던가...) 꼭 푹 주무시고 시험치러 가십시오. 그리고 포기하지 마시고 모르는 내용이 나와도 차근차근 기억을 떠올려보면서 풀어보세요. 공부 열심히 했는데도 어렵다면 분명히 다른 사람들도 어렵습니다. 그러니 기억을 떠올려 하나만 더 풀어도 합격할 확률 쭉 올라갑니다!

 

 

추신 : 시험 합격하니 합격증 수여식? 같은걸 한다고 6월 30일에 오라는 메일이 왔습니다.

 

 

수여식까지 하는 자격증. 꽤 매력적인거 같지 않나요? ㅎㅎ. (합격 한게 다가 아니라 회원가입해야 한다면 돈 보내라 할 때는 좀 그렇긴 합니다만... 뭐 CFA같은 다른 상급 자격증들도 그렇다고 하니;) 상급 금융자격증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도전해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물론 전 지방에 사는관계로 안타깝게 참여하지 못할 것 같지만... 흑흑. 다른 47기 동기님들은 즐거운 수여식 및 다과회 되시길~!

Posted by 은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