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한 채무증권 등이 발행될 때 신용평가회사들에게 이에 대한 신용도를 평가받고 등급을 받는데, 이 과정에서 실제 신용상태보다 높은 등급이 종종 매겨지기도 한다. 특히 부채담보부증권(CDO) 같은 경우 구성자산의 불안함 등이 있더라도 보험등을 통한 신용보강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높은 AA나 AAA같은 등급이 나오기도 하는데, 막상 자산들이 연쇄적으로 위험해지자 전혀 AA나 AAA같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는 것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드러냈다.

 

사실 이런 평가회사들의 등급의 신뢰성이 조금 더 높게 나올만한 이유는 얼마든지 있다. 기업들이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거나 할 때 신용등급을 깐깐하게 하면서 다른곳보다 계속 낮은 등급을 준다면 그곳을 점점 기피하고 다른 곳에다 평가를 부탁할 것이기 때문이다. 살아남으려면 어느정도 신용평가회사들은 적당한 타협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 올바른 신용등급을 매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한 가지 있다면 기업등이 발행하는 채권에 투자할 투자자들이 직접 신용회사들에게 의뢰하고 돈을 모아 비용을 지불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이것이 활성화될 경우에는 고객이 기업이 아니라 투자자들이 되므로 최선을 다해서 신용상태를 점검할 수 있게 된다. 오히려 계속 고평가를 할 경우 손해를 입힌 투자자들이 점차 외면하면서 위험한 상황에 처할 것이다. 너무 저평가를 해도 투자자들의 불만을 살 것은 자명하다. 투자기회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투자자도 정확한 정보를 원하고 신용평가회사들도 정확한 정보를 원한다는 이해관계 일치로 제대로 된 평가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방법은 실행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투자자들이 돈을 모아서 의뢰를 해야하는데, 모두가 여기에 동참해서 돈을 모아낸다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돈을 모아 지불하고 평가등급을 얻어낼 경우, 내부적으로 완벽하게 단속되지 않는다면 돈을 내지 않고도 나는 공짜로 정보를 얻어낼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한 두명이 아니고 다수가 할 것은 자명하고,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모아 의뢰를 했을 것이므로 내부통제가 제대로 될리가 없는 것 역시 자명하다.

 

즉,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이 '무임승차자'가 되려고 할 것인데 이렇게 되면 남은 소수들이 굳이 자신들만 손해를 보는 행위를 할리가 없다. 이렇게 되면 신용평가의뢰를 할 투자자들은 아무도 남지 않게 된다. 다시 기업들만이 고객이 되는 것이고, 고객에게 잘 보이기 위해 깐깐하고 완벽한 평가를 할 수는 없게 되는 것이다.

Posted by 은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