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2018 SBS 스페셜 창사특집 '운인가 능력인가 공정성 전쟁'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정에서의 갈등영상을 보고 쓰게 되었다.

 

 

★"한 번씩 울화통이 치미는 거예요. 이렇게 쉽게 들어올 거였으면 나도 대학 안 가고 그냥 들어갔지. 왜 대학가서 공부하고, 졸업해서 공부해서 겨우 들어왔겠어요? 시험이라도 치고 정규직 전환을 시키던가 하라고 하니까 노조 사람들은 '시험 떨어지면 어떻게 하려고 치라고 하냐'라고..."

"나도 힘들게 자랐고 힘들게 공부해서 합격했고, 그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다니고 있는데... (누구는 별 노력없이 비정규직으로 들어와 나랑 똑같은 정규직이 되었네요)"

 

정식으로 정규직 시험을 치고 공기업 등에 입사한 사람들의 넋두리들을 간단히 써보았다. 이 분들은 이렇게 이야기하면서도 '내가 너무 이기적인것인가?'라는 딜레마에도 빠져 있는 모습이었다.

 

비정규직들의 처지가 좋지 않으니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대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온 결정적 계기로 방송에서 꼽고 있는 것은 2016년 5월.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9-4승강장에서 발생한 20살 비정규직(김군)이 홀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가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열차를 피하지 못해 사망한 것을 들고 있다. 소지품으로 지니고 있던 것중 컵라면이 있던 것이 어린나이와 겹쳐 '불쌍하다'라는 대중들의 동정심을 크게 불러 일으켰고, '비정규직'의 대우 개선책을 요구했는데 현 정부에서는 '무조건적인 정규직화'라는 방법을 들고 온 것이다.

 

"전환되고 나서 사고가 확실히 줄었나요?"

"네, 확실히 덜합니다. 그런 부분에서 감사합니다. 더 이상 내 동료 중 누가 안 죽어도 되니까요."

 

어떤 사고가 어떻게 줄었는지 현장에 있지 않은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정규직이 되면서 비정규직들의 처우가 개선되긴 했을 것 같다.

 

이 부분에선 2가지의 딜레마가 있을 듯 하다.

 

정규직 시험을 치고 들어간 사람들의 주장에 따르면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자신들은 시험을 쳐서 들어온, 즉 '더 노력'을 많이 한 사람들이니 그에 따른 대가를 가져가야 한다는 것인데 반해 비정규직이었던 사람들은 '동일한 노동'을 하면 동일한 임금을 주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가 그 골자다.

 

둘 모두 꽤 설득력이 있다.

 

(2018년 11월 11일과 18일 방송된 SBS 창사특집 대기획 스페셜)

 

'더 노력한 만큼 대가가 따라야 한다.'

'결국 하는 일이 같다면 동일한 대가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더 설득력이 있는 부분을 굳이 고르자면, 내가 보기에는 '동일 노동에는 동일한 임금 지불'이라고 생각한다. '더 노력' 했다면, 당연히 더 생각을 많이 하거나 복잡하거나 어려운 일 등을 해야 맞지 않을까? 그것이 사회전체적으로 보았을 때도 더 노력해서 능력을 많이 쌓은 사람들이 제대로 자신의 가치만큼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뜻이므로, 사회전체적으로도 더 큰 이득으로 돌아올 것이다.

 

아니면 '책임'을 지는 방법도 있다. 동일한 노동, 아니 더 적은 노동을 하더라도 어떤 문제나 사건 등이 발생할 때 더 많은 책임을 진다면 당연히 더 높은 임금을 받아도 된다. 나는 이에 대해서 예전에 불로소득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언급을 한 적이 있다.

 

불로소득 종류의 새로운 정의

 

신체능력이 더 떨어지는 40대나 50대 소방관이 20대나 30대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을 때 정당성이 확보되는 건 상급자로서 중요한 상황에서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그 판단에 따른 책임을 지는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위에서 나온 공기업과 같은 곳에서도 만약 비정규직들이 제시간에 맞춰 일을 끝내지 못하거나, 안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사고를 당하거나, 혹은 지하철과 같은 경우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그로인해 불편함을 겪는다던가 할 경우 그에 따른 책임을 정규직들이 질 경우에는 비정규직들과 동일한 노동을 하더라도 더 높은 임금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과연 일반적인 공기업 등에서 정규직들이 무언가에 대해 제대로 된 책임을 질까? 더구나 입사한지 얼마 안 된 정규직이라면 과연 무엇가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 있을까? 이 경우에 동일한 노동, 아니 어쩌면 더 적은 일을 하는 정규직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 올바를까? 라고 묻는다면 쉽게 대답하기 힘들다. 아니, 애초에 '책임'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범위에 어떻게 지우느냐에 대한 고민이 심각하게 대두되기에 상당히 접근하기 어려운면이 있다는 점이 문제다.

 

민간기업의 경우라면 '책임' 소재를 어느 정도 분명히 할 수 있다. 각 부서별 '성과'를 보면 된다. 즉, 매출이나 이익을 낸 정도로 책임을 질 관리자들이 평가를 받게 된다.

 

그러나 정부기관이나 공기업처럼 적자가 나던말던 '세금'으로 메꿀 수 있는 경우에는 이런 부분들을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오히려 신경쓰는 것을 잘못된 것처럼 바라볼지도 모른다. 그래서 정부기관이나 공기업에는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더 높은 혜택을 안겨다 주기 애매한 점이 많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결국 '노력으로 획득한 능력'을 발휘하게 해야 한다. 현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서 생기는 갈등의 결정적인 부분들 역시 그런 능력 발휘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SBS의 운인가 능력인가 공정성 전쟁 1부의 말미에서도 이를 증명하는 상세한 내용이 나타났다. 경기도 한 공공기관에 관리전문직 7급으로 합격한 분의 이야기다.

 

"한 8개월 정도 된거 같아요. 엄마 나 이거 그만둘까? 그러더라고요. 가슴이 덜컥했죠... 경력이 쌓이다 보면 좀 더 나아질거니까 한 번 견뎌봐라... 라고 계속 설득을 했는데 한 달인가 지나서 또 이야기하는 거예요. 자기하고는 안 맞다고... 행복하지 않다고..."

"회의감이 들었어요. 내가 이러려고 시험을 치고 입사했나? 전혀 행정과 아무 상관 없는 일만 했어요. '이거 폐쇄나 좀 해' '손님 왔으니까 물 좀 따라줘' '이거 다 썼으니까 주문 좀 해'... 그런걸 1년간 계속하니까..."

 

1주일도 아니고, 1달도 아니고, 1년이다. 처음에는 적응기라 그럴 수도 있다지만, 이 분은 1년이나 있었던 분이니 적응기다 어쩐다 하는 말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는데, 하는 일이라곤 조금 심하게 말하면 중학교만 졸업해도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이다.

 

오히려 쉽게 일하고 혜택은 많다면서 이게 노력의 대가라며 더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수도 있겠지만, 진취적이고 발전적인 사람일수록 본인이 했던 노력, 쌓아온 능력이 별 쓸모가 없다는 것을 깨닫았을 때 좋아하기보다는 괴로워 할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겐 어쩌면 돈 보다도 자기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경험을 쌓으면서 자신을 더 발전시키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자아를 실현하는게 그 무엇보다 우선일테니까 말이다. 진취적일수록 돼지가 될바에는 소크라테스를 원한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학생도 하는 일을 하는데 왜 그렇게 높은 경쟁률이 붙어야 한다는 말인가?

 

중학생도 할 수 있는 일을 해도 높은 경쟁률이 붙는 이유는 간단하다. '높은 보상'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임금, 좋은 작업 환경, 많은 복지혜택, 직업의 안정성, 강력한 연금으로 노후보장까지...

 

그렇다. 정부기관, 공공기관 등에 있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을 막고 진취적인 사람들이 자신의 노력을 후회하며 눈물 흘리지 않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 상황에서는 '공무원 혜택'의 축소다. 이들의 혜택이 축소되면 세금도 더 적게 거둬도 된다. 그리고 더 적게 거둬진 세금은 민간에 풀리게 되고, 민간에서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가장 효율적인 곳으로 자본을 몰고가고, 그 과정에서 '능력이 있는'사람일수록 자연스럽게 더 높은 임금을 제안하게 될 것이다. 더 높은 능력이 있는 사람이 밑에 있으면 더 많은 이익을 만들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직원은 세상에서 가장 비효율적인 인력이 될 수 밖에 없다. 먼저 입사 이후 '경쟁'이란 것이 없다. 과도한 경쟁이 분명 몇몇 부분에서 문제를 불러일으키지만, 인간사회가 발전해온 것에는 분명 1순위로 적용된 것이 경쟁이었다. 그런데 이들은 그런것이 없다. 또한 이들은 나태해진다. 일반 기업의 경우 '대충대충'하는 인력이 많아지면 필연적으로 기업의 실적이 떨어지고, 적자가 심해지면서 파산에 이를 수 있다. 그러나 정부나 공기업은 적자가 나게되면 '그냥 세금 더 거둬'라고 한 마디 하면 끝이다. 이들은 파산에 대한 위험이 없어 고위직과 관리직들부터 헤이해지고, 이것이 자연스럽게 밑으로 흘러내려가는 것이다.

 

거기다 방송보면서 한 가지 더 알게 되었다. '진취적이고 발전적인 사람'일수록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곳에서 빠져나오고 싶어한다는 것을... 안그래도 경쟁 없는 비효율적인 곳에서 이런 사람들마저 하나 둘 빠져 나올테니 남는 사람들은 대부분 '무사안일주의'일 가능성이 높다. 정부기관과 공기업이 점점 더 비효율적이고 나태해지는 이유를 이렇게 하나 더 알게 되었다.

 

앞에서 살펴본 여러 문제점을 해결할 방법은 결국 '공무원과 공기업등의 혜택을 줄여야 한다'로 귀결된다. 그 어떤 대안보다 이것이야말로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된다. 이들에게 줄 세금을 줄여서 다른 곳에서 잘 사용되게 하여야 한다.

 

SBS에서는 '제대로 된 시험 제도'에 대한 지적을 하였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생각한다면 조금 핀트를 잘못 잡았다고 생각한다. '직무에 맞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뽑는 시험 제도'도 중요하지만, 현재 근본적인 원인은 그게 아니다. 위에서 말한대로 '하는 직무에 비해 과도한 대가'를 주고 있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다. 정부나 공기업 직원의 직무에 맞는 시험제도를 만들면 뭐할 것인가? 결국 높은 혜택 때문에 더 뛰어난 인력들이 몰려온다면 하는 직무에 비해서 높은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대거 채용될텐데 말이다.

 

방송에 나온 시험 제도 개편과 맞춰봐도 위의 주장은 들어맞는다. 방송에 나온 면접관은 '직무에 맞는 능력을 볼 시험제도'를 만들면서 정부와 공공기관들이 우선적으로 나서야 사기업으로도 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했는데, 이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도 공기업 등의 직무에 맞는 시험을 만든다면 당연히 현재보다 난이도가 대폭 떨어진다. 그리고 이는 공무원 등의 혜택을 대폭 줄인 것과 잘 맞아들어갈 것이다.

 

한편, 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얼마전 화제가 되었던 공무원 연금 개편이 아닐까 싶다.

 

공무원 연금 개혁에 대한 비판

 

일단 한걸음 내딛어야 한다. 연금 개편이 끝나면 다음은 직접적인 임금 헤택 등이다. 반발이 심하다면 복지혜택 등을 축소시키는 방법을 사용하면서 앞으로 임금상승이 되지 않게 막는 방법을 사용해 이들에게 돌아가는 능력대비 과도한 혜택을 줄여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지금처럼 '동일한 노동인데 당연히 동일한 임금을 달라'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능력 있는 사람일수록 그에 맞는 일을 할테니 말이다.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눈물을 흘리며 그만두는 사람이 적어질 것이며, 경쟁력 있는 여러 부문들이 강화되고, 새로운 경쟁력 있는 부분들에 창업 등이 이뤄지는등 국가전체적으로도 더 나은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Posted by 은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