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의 배반' 이라는 책을 쓴 던컨 J. 와츠(Duncan J. Watts), 그리고 매튜 살가닉은 뮤직랩이라는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개설했다. 그리고 한 가지 실험을 개시했다.

 

참가자 14000명을 모집한 후 이들에게 48곡의 노래를 듣게 하고 자신의 마음대로 음악을 평가하거나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하면서, 이들을 세부적으로 다시 나눠 몇몇 부분의 차이점을 둔 다음 인간의 심리가 타인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영향을 받는지 평가했다.

 

1. 첫 번째 그룹

 

2800명으로 구성했다. 이들은 타인이 어떠한 음악을 듣거나 다운 받는지, 평점을 어떻게 매겼는지 전혀 알 수 없도록 하였다. 여기의 2800명은 음악을 선택하는 것도, 듣는 시간도, 그 음악을 평가하는 것 등 모두 본인의 생각만이 기준점이 된다. 즉, 독립성이 확보된 그룹이다.

 

2. 두 번째 그룹

 

1400명 씩 8개의 그룹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그룹 내 사람 중에 먼저 조사에 참가한 사람들이 어떤 곡에 어떤 평가를 했는지 등을 알 수 있도록 무슨 곡을 더 좋아했고, 뭘 더 많이 다운로드 했는지 볼 수 있도록 하였다.

 

 

▶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첫 번째 그룹에서도 인기가 꽤 많은 곡들이 있기도 했지만, 두 번째 그룹에 비해서는 특정한 곡의 인기가 크게 높게 나타나지는 못했다.

 

두 번째 그룹에서는 특정한 곡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그 곡을 듣기를 원하고 좋은 점수를 매기는 모습을 보이면서 특정한 곡의 인기가 점점 더 과중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소위 말하는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강화되어 나타나면서 인기의 편중이 더 극심해졌다.

 

또한 두 번째 그룹에서 다시 나눈 8개 그룹 내에서 각각 최고 인기인 히트곡이 그룹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모습을 보여줬다. 1등을 하던 곡이 다른 곳에서는 26위나 40위에 머물기도 하였다. 즉, 앞서 노래를 듣고 평가를 내린 사람이 어떠한 곳에서 좋은 평가를 내렸는가가 뒤늦게 들어온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준 것이라 할 수 있다.

 

 

★ 위의 실험 결과를 놓고 이제 음원이나 음반 사재기에 대한 생각을 진행해보자. 음악 시장에서 이런 부분에 대한 의혹은 지속적으로 한 번씩 등장한다. 그리고 그때마다 이 의혹에 휩싸인 사람들은 비난을 받게 되고, 사실로 확정되면 자칫 가요계에서 퇴출될지도 모를 위기에 처한다.

 

그럼에도 가수나 그 소속사들이 그런 사재기에 대한 유혹에 지속적으로 끌리는 이유는 결국 이런 사재기를 통해 1등을 차지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이 노래가 좋댄다'라고 했음을 간접적으로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타인들에게 좋다고 평가받았다는 것이 그렇게 퍼지면 위의 두 번째 그룹처럼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그 곡을 듣기를 원하는데다 좋은 평가들까지 함께 따라오기 때문이다.

 

다양한 방송 출연, 음원 배포 방법 조절, 여러 지역에 행사 가기나 버스킹, 그 외 눈에보이지 않는 방송국이나 PD등에게 어필하기 같은 다양한 마케팅 방법이 있겠지만, 그런 것보다도 더 확실하게 대중들에게 어필 할 수 있는 방법이 사재기를 통한 '1등'으로 '이거 사람들이 좋아한대'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새치기? 라고 할까? '비겁한 행위'에 들어간다는 점이 문제겠지만...

 

이와 연관된 듯한 사안에 대한 고민을 실제 소속사나 가수들도 가끔씩 방송에서 토로한다.

 

예전에 설특집으로 방송된 '사장님이 보고있다'라는 곳에서 EXID의 사장님으로 나온 분이 아이돌의 필수 덕목 5가지 중 하나로 '운'을 꼽으면서 이런식으로 진지하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

 

(2016년 설 특집으로 SBS에서 방송된 프로그램)

 

→ '멤버들이 노래도 잘하고, 외모도 좋고, 춤도 잘 추고, 방송에서도 열심히 하고, 곡도 좋고, 회사도 이 아이들을 띄우려고 최선을 다하는데 도대체 왜 뜨질 않을까... 그러다 결국 다다르게 된 것이 결국 '운'이었습니다. 그래서 5가지 필수 덕목 중 하나로 꼽게 되었습니다.'

 

운이라고 표현했지만 결론은 위의 두 번째 그룹의 사안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결국 '이 가수, 이 노래 좋더라'라는 평가를 다른 곳 먼저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음원 사재기나 음반 사재기는 그런 '좋더라'라는 평가를 운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 중 하나다.

 

'라디오스타'라는 방송에서 소속사 대표이자 가수로 활동하는 윤종신도 '기계가 세상을 지배하는 것 같아요'와 같은 말을 하는 출연자와 이야기하며 관련되어 보이는 이야기를 털어 놓은적이 있다.

 

→ '요즘 보면 음원 차트 같은 걸 보고 사람들이 어떤 음악을 들을지 다 결정하잖아요. 아무래도 그런 걸 생각해보면...'

 

 

사실 이런 부분은 이제 비단 음원 실험을 통해 나온 음악시장만의 결론이 아니다.

 

가장 먼저 소식을 접하는 언론인이 보도하는 내용 및 평가는 대중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들이 자기 자신의 개인 사욕등을 위해 내용을 비틀거나 왜곡하는 것은 음악 시장에만 영향을 주는 음원과 음반사재기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만큼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친다.

Posted by 은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