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나누다가 어쩌다 '불로소득'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일을 할 때 신체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마우스로 클릭질이나 하면서 돈 버는 건 진짜 좀..."

 

또 다른 날은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편하게 앉아서 돈 버는 불로소득은 사라져야 하지 않아?"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갑자기 불로소득이란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났다. 도대체 불로소득이란 무엇인가?

 

인터넷에 불로소득을 쳐보았다. '위키백과'라는 백과사전에서는 '노동의 대가로 받는 임금이나 보수 이외의 소득'이라고 지칭하고 이자, 배당, 임대료, 주식매매와 부동산매매, 상속, 연금. 그리고 복지까지 모두 불로소득으로 가정하였다.

 

추가적인 설명은 다음과 같았다.

 

'사회, 경제적 변화의 여건으로 개인의 노력과 무관하게 발생하는 개인적인 소득'

 

... ...

 

나는 이 정의가 현대식으로 보았을 땐 상당히 왜곡된 정의라고 생각한다. 일단 어떤 대상을 두고 '노동'이라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 불로소득을 이야기할 때 '노동의 대가' 이외의 것이라고 하는데, 무엇을 노동이라고 할 수 있느냐 말이다.

 

노동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니 2가지가 나왔다.

 

1. 몸을 움직여 일을 함.

2. 물자를 얻기 위한 육체적 노력이나 정신적 노력.

 

위 백과사전에서 정의한, 그리고 편하게 앉아서 돈 버는 것을 불로소득이라고 지칭한 사람은 모두 노동의 정의 중 1번 만을 의미하는 내용 같다. 물론 손가락을 움직여 마우스 클릭하는 것도 신체를 움직이는 것 아니냐라고 따져들 수도 있겠지만... 대략적으로 '어느 정도 격정적인 움직임이 필요한 것. 열심히 쉬지 않고 일할 경우 겨울이 아니라면 20~30분이면 땀이 날 정도가 될 것'이라는 추가적인 설명이 있다고 보는 것이 맞으리라.

 

그렇다면 그 노동에 대한 댓가를 어떻게 지불하는 것이 옳은가? 동일한 신체활동에 대한 동일한 임금?

 

그럼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동일한 일을 하는데, 아니 오히려 더 적은 신체활동을 하면서 더 높은 임금을 받는 제조업 노동자들은 더 높은 임금만큼 불로소득을 얻고 있는 것인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들어갈 때 경쟁의 강도 등이 달라서 그렇다면, 거의 동일한 경쟁의 강도를 가졌다고 볼 수 있는 정규직끼리, 아니면 공무원 중에 소방관 같은 것을 생각해보자. 20대나 30대보다 신체활동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 분명한 40대나 50대 소방관이 연공서열로 인해 더 높은 임금을 받는 것은 불로소득에 해당하는 것인가?

 

신체활동 하는 것만을 노동으로 치부하기에는 현대사회와는 너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건 이전 '농경위주사회'에서나 어울리는 정의가 아닐까.

 

세월이 지나면서 법률도 바뀌고, 사회의 가치관도 바뀌는데 왜 노동만 '땀을 흘리며 몸을 움직여 일을 하는 것'이라고 정의 내린단 말인가?

 

사전에도 등록되어 있듯이, 이제는 육체적 노력뿐만 아니라 정신적 노력에 해당하는 것도 모두 노동에 포함시키는 것이 타당하다. 인간의 주요 능력은 사실 생각하는 힘, 즉 정신적인 부분에서 나온다.

 

컴퓨터를 이용해 정보를 가공하는 일을 하는 수많은 회사원들에게 '당신은 불로소득을 얻고 있습니까?'라고 하면 '네,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과연 존재하겠느냐 말이다.

 

사실 까놓고 말해서 농경사회에서도 '몸을 움직여 일을 함'만으로 노동을 정의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 속에서도 누군가는 꾀를 짜내어 더 쉽게 농사를 짓는방법(물레방아 사용)을 쓰거나 농사를 더 잘 짓는방법(비료 사용)을 찾아내 사용할 것이다. 당연히 동일한 신체활동이 들어갔을 경우 꾀를 짜낸 사람에게 더 많은 댓가가 돌아올 것이다.

 

정신적노력을 통해 더 많은 농작물 수확이 가능해졌듯이, 다른 곳에서도 정신적노력으로 더 큰 댓가를 얻는 것을 '불로소득'이 아니라 '남보다 더 뛰어난 정신적노력에 대한 댓가'라고 보아야 옳지 않을까. 

 

다시 말해 현대사회나 농경사회 등 그 어떤 사회라도 '자신의 노력'이 들어갔다면 모두를 노동이라고 규정지어야 옳은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노력이 들어갔다면 모두 노동'이라고 범위를 확대시키게 되면, 위의 사전에서 정의한 '이자, 배당, 임대료, 주식매매, 부동산 매매도 모두 노동의 범위에 포함된다.

 

주식을매매 할 때 기업의 대한 정보를 찾고, 그 정보를 가공하고 분석하는 것은 모두 '정신적 노력'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노력이 들어간 이것을 불로소득이라고 할 수 있을까? 부동산매매도 마찬가지다. 부동산에 대한 정보를 찾고 그 정보를 가공하고 분석하며, 직접 부동산을 발로 뛰며 보고 다니는 것도 역시나 정신적 노력과 육체적 노력이 포함된 것이니 노동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주식매매나 부동산매매는 더 어려운 노동에 해당한다.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을 소유하지 않으면 돈을 벌기는 커녕 오히려 잃을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노동을 투입하고도 노동에 대한 댓가가 돌아오기는 커녕 오히려 비용만 발생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상속, 복지, 은행이자'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노동에 의한 소득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블로소득 종류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부동산 임대료도 상속으로 물려받은 부동산에서 임대료를 받는 것은 불로소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지만, 자신이 돈을 모아서 '각종 세금과 수리비 및 공실 상황 등을 감안했을 때 은행이자라는 기회비용보다 높은 이익이 발생할 곳'을 사서 받는 것이라면, 자신의 노력을 통해 얻어 낸 '노동의 댓가'라고 볼 수 있다.

 

한편으로 임차인이 들어가기 전까지만 노력이 들어가고 그 다음은 노력이 들어가지 않으므로 노동이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보이겠지만, 정신적 노력이 무척 높은 것이라 아주 큰 댓가가 돌아와야 하는데, 그것이 긴 시간에 걸쳐서 나눠서 돌아오는 게 아닐까?

 

경험이 많이 쌓인, 계급이 높은 경찰이나 소방관에게 현장에서 '더 좋은 한 번의 판단'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더 높은 임금을 주는 것처럼 말이다.

 

영화를 제작하고 이후에는 제작된 영화를 상영만 하면서, 혹은 상영하는 곳에 빌려주기만 하면서 돈을 받는 것처럼 말이다.

Posted by 은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