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발표되는 행복지수 중에 꽤 공인된 것으로 여겨지는 세계 행복지수는 2가지가 있다. 하나는 영국 싱크탱크 신경제재단(NEF, New Economics Foundation)에서 발표하는 행복지수(HPI, Happy Planet Index)이고, 하나는 유엔에서 작성해 발표하는 행복지수다. 더 먼저 만들어진 것은 영국 싱크탱크 신경제재단의 행복지수다.

 

1. 싱크탱크 신경제재단 행복지수

 

웰빙(Wellbeing), 기대수명(Life expectancy), 불평등(Inequality of outcomes)과 생태계 발자국(Ecological Footprint)이라는 네 가지 지표를 이용해서 만들어내는 행복지수다.

 

웰빙은 갤럽 월드라는 설문조사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 국가별 전체적인 삶의 만족도에 대한 수치이며, 기대수명은 말 그대로 각 국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오래 사느냐에 대한 지표다. 불평등 수치는 여러가지를 고려한 불평등에 대한 정도를 나타내며, 생태계 발자국은 사람이 살면서 자연에 남긴 영향을 토지의 면적으로 환산한 수치이다.

 

 

(신경제재단에서 발표하는 HPI산출법)

 

NEF에서 발표하는 HPI수치는 매년 발표되지 않고 3~4년 마다 한 번씩 발표되며, 가장 최근에 발표된 자료는 2016년 자료다.

 

2016년 발표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HPI지수는 조사된 140개국 중에서 80위를 차지했다.

 

(2016년 한국은 HPI 24.8로 80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높은 기대수명(81.3), 좋은 웰빙수준(6), 낮은 불평등(11%)으로 고르게 좋은 점수를 획득했지만 생태계 발자국에서 나쁜 점수를 얻어 전체적인 HPI지수가 크게 하락한 모습이다.

 

생태계 발자국이란 음식, 주거, 교통, 소비재, 서비스 등의 소비범주와 에너지생산소비량, 구조물 환경, 정원, 경작지, 초지, 인공림, 자연림, 비생산적 토지 등 토지이용범위를 통합해 전체적으로 한 명의 인간이 살아가는데 어느 정도의 토지면적을 사용하여야만 했는가로 나타낸 것이다. 쉽게 말해서 사용하는 에너지 수준이 많고, 여러 쓰레기의 배출이 많은 등 얼마나 자연을 많이 파괴시키는가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참고로 2014년 세계자연기금(WWF, World Wide Fund for Nature)은 지구가 스스로 회복가능한 정도를 1.8이라고 표현했다. 즉, 한국처럼 5.7을 유지하면서 계속 살아가려면 지구가 3개 이상 있어야만 가능하다.

 

HPI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한국은 다른 것보다 생태계 발자국 수치를 줄일 필요가 있다. 즉, 에너지소비를 줄이는 등의 활동이 필요할 것이다.

 

이전에 발표된 자료에서 한국의 순위는,

 

2006년 102위(41.1).

2009년 68위(44.4).

2012년 63위(43.3)를 차지했다.

 

▶ 영국 싱크탱크 신경제재단의 행복지수 사이트(www.happyplanetindex.org)에 들어가면 직접 자료를 찾아볼 수 있다.

 

2006~2012년까지 순위가 나아지다가 2016년 조금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 기간 중 웰빙과 기대수명 수치 등은 오히려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즉, 순위 하락의 결정적인 원인은 생태계 발자국 수치의 악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NEF의 이 자료는 사실 신뢰성이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다.

 

더 나은 삶을 찾아 미국으로 밀입국과 불법이민을 멕시코에서 많이 한다는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자주 듣는 이야기다. 그런데 2016년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멕시코가 행복지수에서 2위, 미국은 108위를 차지했다. 미국은 생태계 발자국에서 8.2라는 최악에 가까운 점수를 얻어서 순위가 대폭 내려갔다. 물론 우리가 인터넷과 TV등의 매체로 보고 듣는것과 실제로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이렇게 크게 순위차가 나는 것은 인정하기가 힘들다.

 

이런 점을 보면 과연 생태계 발자국이라는 수치가 순수하게 국가내에서 살고 있는 사람의 행복과만 연결짓는다면 이렇게 큰 영향을 끼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겨난다. 경제위기로 최악의 실업률이 나타나면서 국가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남유럽의 스페인(15위), 이탈리아(60위)만 보아도 HPI순위에 대한 신빙성이 많이 떨어지는 느낌이랄까.

 

 

2. 유엔(UN) 행복지수

 

World Happiness Report라는 명칭으로 2012부터 발표되고 있는 자료다. 정확히는 유엔의 산하 자문기관인 '지속 가능한 개발 솔루션 네트워크(SDSN, Sustainable Development Solutions Network)'에서 발표하는 자료다. 2012년부터 거의 매년 새롭게 작성되어 발표되고 있다.

 

다음의 7가지 지표로 행복정도를 산출한다.

 

1. 1인당 소득(GDP) 정도(GDP per capita)

2. 사회적 지원 수준(social support)

3. 건강한 기대 수명(healthy life expectancy)

4. 삶을 선택해 만들어가는 자유 수준(freedom to make life choices)

5. 너그러움(generosity)

6. 부패의 인식정도(perceptions of corruption)

7. 디스토피아 + 잔여(Dystopia + residual)

 

이 7가지 수치를 95%의 신뢰수준 통계로 작성한다.

 

1인당 국내 총생산(GDP per capita)은 말 그대로 소득 정도를 나타낸다. 즉, 소득 수준이 높으면 행복정도가 높아진다고 보는 것이다.

 

사회적 지원 수준은 사람 사이의 유대관계 등을 뜻한다. 곤경에 처했을 때 도와줄 수 있는 가족이나 친구 등이 있는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된다.

 

건강한 기대 수명은 건강하게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느냐를 나타낸 것으로 그냥 오래 사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삶을 선택해 만들어가는 자유는 자신의 재능과 개성을 잘 발휘할 수 있느냐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강압적이고 획일화된 사회일수록 수치는 낮아질 것이다. 삶의 결정에 대한 충분한 자유가 있느냐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작성된다.

 

너그러움 혹은 관용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부분은 기부수준으로 측정한다. 기부 문화가 발달되어 있다는 것은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돕는다는 것으로, 우리나라식으로 말하면 사회에 '정'이 남아 있어서 훈훈한 분위기가 사람들의 삶 속에 녹아 있다는 것이리라. 지난 달에 기부를 한 적이 있느냐에 대한 답변을 토대로 한다.

 

부패의 인식 정도를 '정부와 기업의 부패 수준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설문조사를 통해서 결과를 내는 것으로 정치인과 기업인들에 대한 믿음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소위 말하는 낙하산 인사나 부정입사 등이 만연하면 공정한 경쟁 등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으로 사회구성원들의 불평과 불만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디스토피아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 수준이다. 소득이 나빠지고, 기대 수명이 줄어들며, 사회적 지원이 약해지고, 사회의 너그러움이 줄어들 것이라는 등의 생각. 즉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수치가 어느 정도이냐를 평가한 것이다. 부정적 수치가 낮으면 높은 점수가 부여될 것이다. 잔여는 앞에서 나타낸 것들 말고 무언가 사람들의 행복감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되는 쉽게 설명되지 않는 부분들의 합이다.

 

(2018년 UN 행복지수 리포트에 나타난 행복지수 구성 지표들)

 

2018년 발표된 리포트는 2015~2017년 Gallup World Poll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한 것으로 즉, 2017년의 행복수준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이 2018년 발표된 자료(즉 2017년 수준)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된 156개국 중에서 57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2017년 총점수 5.875로 57위를 차지했다)

 

2017년 한국의 점수를 살펴보면 다른 부분은 성적이 괜찮게 나왔지만 '삶을 선택해 만들어가는 자유'가 많이 약하며, '정치인과 기업인에 대한 신뢰성(부패의 인식정도)'이 많이 떨어진데다가 '기부(너그러움)'도 꽤 인색한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상위권 국가들을 한 번 살펴보자.

 

(1위는 핀란드, 2위는 노르웨이가 차지했다. 독일은 15위, 미국은 18위를 기록했다)

 

상위권 국가를 살펴보면 기부도 좀 더 활발하고, 국가와 기업에 대한 신뢰도 전체적으로 한국보다 높은편이지만 그 무엇보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정도'에 대한 생각이 한국보다 월등히 좋게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쉽게 말해서 한국의 행복지수 순위를 높이려면 개개인의 고유한 특성과 개성을 지킬 수 있게 하는 것이 한국에 있어서 가장 큰 우선과제라고 할 것이다.

 

이전에 발표된 한국의 순위를 살펴보면,

 

2013년 발표 순위에서는 총점 6.267로 41위(2010~2012년 조사자료. 즉 2012년 수준).

2015년 발표 순위에서는 총점 5.984로 47위(2012~2014년 조사자료. 즉 2014년 수준).

2016년 발표 순위에서는 총점 5.835로 58위(2013~2015)

2017년 발표 순위에서는 총점 5.838로 55위(2014~2016)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번에 잘표된 자료에서는 총점 5.875로 57위를 차지했으니 한국의 행복지수는 50위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세계 행복수치 리포트 사이트(www.worldhappiness.report)로 가면 직접 행복지수 수치에 대한 자료를 찾아볼 수 있다.

 

유엔에서 발표하는 행복지수 순위가 영국 신경제재단(NEF)보다 늦게 만들어져서인지 좀 더 다양하고 직접적으로 삶의 행복과 연결되는 지표들이 많다고 생각된다. 즉, 신뢰성이 좀 더 높다. 웬만하면 행복지수를 사용할 때 NEF보다 UN것을 우선순위로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유엔 행복지수도 허점은 분명 있다.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같이 가장 최상위권에 있는 국가들이 항우울제가 가장 많이 판매되는 나라이기도 하다는 사실 때문이다.

 

행복하지만 항우울제를 많이 복용한다...?

 

행복지수 수치를 볼 때는 이런 사안들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Posted by 은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