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DI(한국개발연구원) Vs ILO(국제노동기구) 국장인 이상헌'간의 논쟁이 발생했다.

 

한쪽은 대한민국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에 우려를 표했고, 한쪽은 그런 우려에 대한 분석을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 꼴이라며 비판했다. 이에 대해서 한 번 꼼꼼하게 생각해보자.

 

먼저 KDI가 발표한 보고서를 간단히 살펴보자.

 

KDI는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널리 인정받아 각국에서 통용되고 있는 경제학의 원칙을 적용했다. 최저임금의 적당한 수준은 중간소득값의 50% 수준이며, 한국은 작년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으로 이미 이 수치가 55%로 50%을 수준을 넘어선 상태라 이제 이런 급격한 상승은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근거로 몇몇의 타국가의 '고용탄성치'에 대한 사례를 덧붙였다.

 

이에 대한 이상헌 국장은 '우리나라의 경제를 분석해서 판단해야지, 남의나라 추정치를 한국에 가져다가 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한 다음, '영국이 한국과 최저임금의 상대수준이 비슷한데, 영국을 살펴보면 최저임금 상승이 별 문제가 없다'라고 말했다. 쉽게 말해 KDI의 보고서는 편향적으로 사례를 사용해 만들어낸 잘못된 보고서라는 것이다.

 

누구의 말이 옳다고 생각될까?

 

둘 다 어느 정도 문제가 있다고 보인다. KDI보고서는 지적한대로 몇몇 국가들의 고용탄성치를 따지는 부분에서 각 국가들의 상황을 살펴보지 않았다.

 

이상헌은 자신이 '한국의 상황을 살펴야지 해외것을 가져와 붙이지 말라'라고 해놓고 본인도 영국것을 거의 그대로 가져와 사용했을 뿐, 한국의 상황을 살피지 않았다.

 

그러나 약간씩 오류가 있더라도 둘 중 누구의 의견이 좀 더 현실성이 있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당연히 KDI에 한 표를 주고 싶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KDI 보고서는 '보편적으로 널리 인정받아 통용되는 현안'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몇몇 국가의 경제지표(고용탄성치)같은 부분에서 조금씩 어긋나는 부분이 있더라도 충분히 수정이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이상헌은? '영국'이라는 특정한 국가, 혹은 '미국과 같은 국가의 고용탄성치'같은 세밀한 몇가지만을 파고들었다. 이상헌의 주장은 마치 얼마 전 국가에서 최저임금과 관련되어 '90%가 긍정적이다'라는 대통령의 말을 뒷받침 한답시고 '최저임금이 상승해 일하는 저소득층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더 올라갔다'라고 떠드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

 

최저임금이 상승해서 발생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경제학에서 꼽는 것은 '실업' 문제인데, 이 부분을 쏙 빼놓고 '일하고 있는 사람'만을 기준으로 자신들이 옳다고 주장한 것이다.

 

최저임금 부작용 기본논리

 

원래 최고권력자가 '이러이러한 것을 하자'라고 하면 그에 대해 최대한 긍정적인 자료들을 내놓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야 예쁨을 받는다. 이런 심리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도 국책연구기관인 KDI가 내놓은 '쓴 소리'에 좀 더 집중해야 할 면이 있다. 국책 기관에서 이런 것을 내놓는다는 것은 어쩌면 거의 '자신의 목'을 걸고 하는 행위다.

 

옛 왕정시절부터도 간신은 왕이 하고자 하는 것에 절대 나쁜 말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은연중에 돌려말하고, 결국에는 왕이 원하는 대답만을 하려고 한다. 현명한 왕은 그래도 충신들이 내뱉는 쓴소리도 함께 들어 판단을 내리지만, 폭군이나 어리석은 왕은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면서 결국 국가가 피폐해진다.

 

이런 옛 이야기나 심리적인 이야기는 그만두고 그냥 이상헌씨가 주장하는 영국의 최저임금 상황을 아예 살펴보자.

 

영국의 최저임금사이트(www.minimum-wage.co.uk)에 들어가보았다.

 

영국의 최근 최저임금 상승현황은 다음과 같다.

 

(영국의 2010~2018 최저임금 동향)

 

영국은 특이하게도 나이와도 연관지어서 최저임금을 따로 정해두고 있었다. 2018년 기준 25세 이상이라면 7.83 파운드, 18세 미만은 4.20 파운드다.

 

일단 25세 이상을 기준으로 2010년부터 2018년까지의 최저임금 상승률을 알아보니 아래의 표처럼 나타났다.

 

2017~2018

4.4 %

2016~2017

약 4.17%

2015~2016

약 7.46%

2014~2015

약 3.08%

2013~2014

약 3.01%

2012~2013

약 1.94%

2011~2012

약 1.81%

2010~2011

약 2.53%

(8년 평균은 약 3.55%)

 

영국이 한국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하는데... 영국은 2011년부터 가장 높게 상승시킨적인 7% 수준이었다. 거기다 나이별 차등적용도 한국에는 없다. 상승률은 최저임금의 절대적 인상 기준(소득중간값의 50%)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하려고 조절하는 듯한 모습이다. 상대적 인상 기준(경제성장률 등)으로 보았을 때도 마찬가지다. '한국과 비슷하다'라고 말한것치곤 뭔가 한국처럼 급격한 인상은 보이지 않는듯한데...?

 

'한국과 비슷한 영국을 기준으로 하면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고용탄력성이 0이라 최저임금 부작용이 없다고 나타난다'라고 말하려면 영국 역시 최저임금 상승이 한국처럼 높게 나타나야 하는 것 아닌가?

 

영국 최저임금 사이트에 있는 자료를 좀 더 살펴보자.

 

(노란색 선이 영국, 진한 파란색이 프랑스, 초록색이 네덜란드, 하늘색이 벨기에, 보라색 점은 독일이다)

 

위 차트는 최저임금으로 한 달 일했을 경우 버는 돈을 유로화로 변경해 나타낸 것이다.

 

노란색 선인 영국을 살펴보면 주변국들에 비해서 최저임금 수치가 낮게 형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2008년 서브프라임발 국제 금융위기가 왔을 때를 살펴보면 타국들은 대부분 최저임금 수치가 그대로인데 영국은 급락했다.

 

이 급락은 실제로 최저임금을 인하 아니면 일할 수 있는 최대시간을 법적으로 낮춰서, 그것도 아니면 파운드화와 유로화의 교환비율의 변경에 의해서 나타났을 것이다.

 

살펴보니 EUR(유로)/GBP(파운드)가 2007년에서 2008년 6월 사이 0.7에서 0.8수준으로, 2008년 말에는 0.9를 넘어갔다. 즉, '파운드 대비 유로강세'현상이 나타난 것이로, 위의 최저임금 감소 모양은 환율의 변동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환율의 영향이고 뭐고 어찌됐든 영국은 2008년부터 유럽 내에서 최저임금이 거의 가장 낮은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영국이 최저임금을 올렸지만 고용감소가 나타나지 않았다'라는 것은 이렇게 주변국과 대비해서 낮은 최저임금도 한 몫 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을 것이다.

 

선이 아니라 보라색 점으로 나타난 독일은 최저임금을 그 동안 도입하지 않다가 최근(2015년)에야 시작했다는 뜻이다. 고용감소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영국, 그리고 경제에 관심이 조금만 알고 있다면 불안한 유럽의 경제에서도 여전히 강한 경제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는 독일은 모두 주변국에 비해 '강력한 최저임금'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음은 유럽 주요국의 실업률 통계다. 역시나 영국 최저임금 사이트에 있던 자료다.

 

(파란색이 독일, 빨간색 영국, 노란색이 네덜란드, 하늘색이 프랑스, 초록색 이탈리아, 자주색은 스페인)

 

최저임금을 도입하지 않았거나, 최저임금이 주변국보다 낮은 영국의 실업률이 2008년 경제위기 이후부터 꾸준히 낮아져 2015년에는 유럽에서 거의 가장 낮은 수준에 이르렀다.

 

이쯤 되면 어느 정도 누구의 손을 좀 더 높이 올려주어야 할지 드러나지 않았나 싶다.

 

영국이 최저임금을 올렸지만 고용이 감소하지 않은 이유?

 

1. 주변국보다 낮은 최저임금

2. 물가상승률이나 경제성장률을 고려한 상대적 최저임금 인상 기준 준수

3. 중간소득값을 50%인 절대적 기준 달성이 이뤄진 후 상대적 기준에 초점을 맞춤

 

이 3가지로 설명이 될 것 같다. 물론 그 외 요소도 있을 것이지만, 근본적으로 준수해야 할 2번과 3번을 결코 놓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가?

 

주변국? 동아시아에서 일본을 제외하고 한국보다 최저임금이 높다고 지금당장 떠오르는 국가가 있는가? 중국? 터키? 베트남? 말레이시아? 대만? 몽골? 러시아? 태국?

 

없다.

 

또한 영국은 이민자를 잘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추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도 타 국가들의 경제위기 극복에 도움을 주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점도 한 몫했지만, 이민자 문제에 대해서 독일을 중심으로 한 타 유럽과의 마찰이 심했다는 것도 크게 작용했다. 즉, '노동 공급'에 있어서 한 요소를 통제한 것이다.

 

그 외에도 다른 요소를 살펴보면 영국은 이민자 등을 차단해 노동공급을 줄이면서도 수요를 늘릴 방법을 계속 제시했다.

 

대표적인 것인 법인세다. 2008년 세계공황급 금융위기 후, 영국 법인세는 30% 수준에서 현재 19% 수준이며, 이마저도 2020년까지 17% 인하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국은? 반대로 가고 있는 실정이다. 세금 인상에 각종 규제폭탄은 덤이다. '공무원을 늘려야 한다'라고 오히려 계속 말하고 있는 상황이니 앞으로도 세금은 계속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현 정부에서는 안하더라도 이후 어느 정부에서건 버티지 못해서라도 인상이 따를 것이다.

 

절대적 기준(중간소득값의 50%)수준으로 최저임금이 도달하기 전과 후는 어떤가? 한국의 현재 경제성장률은 올해 3%, 물가상승률(근원물가)은 1.5~2% 수준으로 예상되는 판이다. 작년에도 그랬다. 그런데 최저임금을 15% 이상 올리자는 것이 옳은가? 경제성장률이 3%라는 말은 기업이나 사업을 하는 자영업자들이 평균적으로 2~3% 수준으로 매출이 증가한다는 뜻이다. 최저임금이 15% 상승한다는 것은 비용이 15% 증가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게 아무런 충격이 없을까?

 

최저임금 인상 절대적 기준

 

최저임금 인상 상대적 기준

 

이상헌이 KDI의 몇몇 '세부사항'을 지적하며 문제점을 제기했지만, 자신이 주장했던 영국의 사례는 과연 한국과 비슷한가? 오히려 훨씬 잘못된 근거사례라면 근거사례지, 절대 낫다고는 볼 수 없을 것 같다. 본인 역시 '지나치게 상승하면 좋지 않다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라고 해놓고, 정부의견에 힘을 실어주려고 몇몇 사항이 맞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최고권력자'의 비위를 맞추는것은 무슨 까닭일까?

 

중간소득값의 중간 수준이 이미 달성된 상태인데다가, 경제성장률이 3%라는 상황에서 15%이상 최저임금 상승이 '지나친 상승'이 아니라고 왜 억지로든 끼워맞추는지 모르겠다.

 

이전에도 한 번 2018년 최저임금도 시작전부터 실패했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시작전부터 실패했다고 선언한 2018년 최저임금

 

이 생각은 아직도 바뀌지 않았다.

 

아니,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점점 더 확신에 차고 있다.

 

물론 내 생각이 잘못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은 '한쪽 면만 극대화'해서 보는 것이 아니라 이것저것 '여러 요소를 고려'했을 때는 도저히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기 힘들다.

Posted by 은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