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인쇄업계에서 2014~2016년 출간 책을 대상으로 출판 전문가들이 선정한 제목이 좋은 책과 제목이 나쁜 책에 대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문제는 출판계 10명(...)에게 물어본 것이라는 점이 걸린다. 아무리 다양하게 표본을 뽑았다지만 100명은 되야 하지 않을까. 어쨌든 선정된 것들은 다음과 같다. 선정된 이유와 그에 대한 내 생각을 한 번 달아본다.

 

★ 제목이 좋은 책

 

1.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얇은 지식

- '대화를 위한 최소한의 상식을 갈망하는 욕구를 간파했다'고 하는데... 사실 잘 모르겠다.

 

2.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 '내용을 정확히 반영하고 한 번에 기억'된다는데... 역시 모르겠다.

 

3. 시골 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 '호기심 자극 + 삶의 진정성을 생각하게 함'. 삶의 진정성은 몰라도 호기심을 자극하며 한 번쯤 들어보게 만드는 효과는 확실한 것 같다. 빵집과 자본론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점을 결합한 것이 시적인 느낌도 들면서 빵집이라는 친근한 소재로 자본주의라는 경제학에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만들어 줄 듯한 느낌? 거기다 왠지 그 내용을 재밌는 소설로 변환해서 알려줄 것 같이 보인다.

 

4. 시를 잊은 그대에게

- '시를 안 보는 사람에게 강렬하게 소구' 한다는데... 글쎄?

 

5. 숨결이 바랄 될 때

- '죽음을 시적이고 여운 있게 형상화'. 책을 다 읽고 제목에 대해서 생각했나보다. 처음, 제목을 보는 사람이 그런 내적인 의미를 다 알리가 있나?

 

6. 세상물정의 사회학

- '사회학이 일상생활과 버무려졌음을 부각'. ? 인간의 일상이 원래 사회와 떼놓고 생각하는 것이었나?

 

7. 미움받을 용기

- '불확실한 시대의 불안한 심리 반영'. 실제로 사람들의 심리를 잘 파고든 제목 같다. 보통 매치가 되기 어려운 미움과 용기라는 단어를 조화롭게 이뤄낸 점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8.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 '철학적 + 내용 잘 반영'. 그냥 일반적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의 심리에 공감 되는 제목이라 잘 팔린 것 아닐까?

 

9. 1그램의 용기

- '작은 위로와 용기만으로도 세상을 밝게 할 수 있다는 주제 부각'. 꿈보다 해몽이란 것이 이런 것일까?

 

10. 어쩌다 어른

- '서툰 어른을 다독이는 내용 잘 반영'이라는데... 사실 20살이 넘어도 아직까지 자기 삶의 갈피를 제대로 못잡는 20~30대들의 심리를 잘 파고든 것이 아닐까 싶다.

 

11. 자존감 수업

- '자기 긍정이 필요한 현대인에게 필독서라는 느낌 줌'. 생각보다 내 자존감이 높은가 보다. 나는 필독서라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12.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

- '도발적이고 발랄한 느낌. 잘 잊혀지지 않음'. 위에서 했던 얘기들과 마찬가지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거의 사라지고 다니는 회사를 '내 회사다'라는 마음가짐이 사라지고 거의 그냥 '돈 때문에' 다닌다는 마음가짐인 현 20~30대들의 심리를 잘 파악한 느낌이다.

 

★ 제목이 아쉬운 책

 

1. 미움받을 용기2

- '전편과의 차이점 부각시키지 못함'. 오히려 전편 히트를 이어받아 책을 팔기 더 좋은 것 아닐까? 기존에 먼저 나온 책이 별로 반응이 없었다면 모르지만 어정쩡한 제목을 내놔서 '아류'처럼 보일바엔 차라리 확실한 속편이라는 느낌을 주는 게 나을 것 같다.

 

2. 어떻게 죽을 것인가

- '너무 직설적이어서 독자 확자에 한계'. 그냥 너무 철학적일 것 같아서 재미가 없어보일 뿐. 직설적인 것은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위에 제목이 좋은책 12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가 더 직설적이라면 직설적인 것 아닌가?

 

3. 풀꽃도 꽃이다

- '입시 공화국의 병폐 강렬하게 드러내지 못함'. 공감한다. 제목이 강렬하게 함축적인 시일 것 같다.

 

4.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 '시집에서 이야기하는 주제와 거리 있음'. 그냥 제목이 뭔 소린지 이해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는게 문제같다. 시적 표현이라도 어느 정도는 언뜻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야 하는데 이 제목만 봐서는 아무 것도 떠오르는 게 없다. 주제와 거리 같은 문제가 아닌 것 같다.

 

5. 댓글부대

- '폭발적인 내용에 비해 직설적이고 단순함'. 댓글이란 사실 가볍게 보는 것이다. 읽어보진 않았지만 내용이 무척 심오하고 길게 이어지는 문장일 것 같은데, 그 부분에서 제목과 내용이 조화되지 않았던 게 아닐까? 즉 이 책을 집어든 사람들은 다 가볍게 볼 생각으로 집어든 사람들일 텐데 그 심리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던 것이다.

 

6. 미국, 파티는 끝났다

- '호기심 자극하지 못함'. 제목 보다는 서두가 문제 아닐까. 제목으론 호기심을 꽤 채웠다고 본다.

 

7. 휘둘리지 않는 힘

-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을 다룬 내용임을 드러내지 못함. 공감하는 평이다. 언뜻 보기엔 그냥 자기계발서 같다. 자기계발서를 보려는 사람들이 집어 들었다가 웬 문학 이야기가 나오니 그냥 제자리로 돌려 놓은 듯.

 

8. 나무 수업

- '호기심, 흥미를 자극하지 못했다'. 그보다는 그냥 전문 원예분야 책 제목 같은 느낌이라 아예 볼 생각조차 안한 사람들이 대부분 아닐까.

 

9.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 '인공지능 다룬 SF소설임을 알려주지 못하고 실용서로 오해하게 함'. 완벽한 평이라고 생각된다.

 

 

▶ 결론 : 그냥 잘 팔린 책과 잘 안 팔린 책에 그럴듯한 이유를 가져다간 대강 붙인 느낌이다; 애초에 조사 자체가 잘못된 것 같다. 각 책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을 데려다가 책들을 나열해 놓고 어떤 책을 사겠는가?로 조사해야 제대로 원하는 결과가 나오는 것 아닐까?

Posted by 은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