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업을 하려는 사람이 두 가지 방법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것이 나을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마트에서 구입하는 육류는 축산농가에서 동물을 사육한 뒤 도축하여 사람들에게 유통된 것이다. 이 때 동물을 사육하는 방식을 최근 두 가지로 나눠서 무엇이 나은가에 대한 의견이 난립되고 있다.

 

하나의 방식은 '동물복지'를 통한 사육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 또 하나는 통칭 '케이지 사육'이라 불리는 일반적인 방법이다.

 

동물복지란 기본적인 생활여건(햇빛을 쬘 수 있는 채광 시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면적 확보 등)을 사육동물들에게 확보해줌으로써 이들이 최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자연적인 환경에서 스스로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백신 투여를 줄이면서 가축을 기르는 것을 말한다.

 

일반사육은 최대한 적은 비용으로 많은 가축을 길러내는 방법이다. 보통 자그마한 공간에 동물을 가둬놓은 뒤, 때에 맞춰 먹이를 주거나 백신을 투여하는 방법으로 사육한다.

 

식물로 바꿔 생각하자면 유기농이냐 아니냐의 차이랄까.

 

 

먼저 동물복지를 진행해 기른 닭과 일반적인 케이지 방법으로 기른 닭을 비교해 보자.

 

병아리를 이제 벗어나려는 어린 닭들을 각각 두 곳에서 3개월간 기른 다음 피를 채혈해 혈액 속 스트레스 지수와 면역력을 비교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연암대학교 동몰보호계열 한동운 교수 연구팀 자료)

 

(높을수록 안 좋은 수치들. 복지 닭의 수치를 100이라고 가정했을 시 케이지 닭의 수치 비교)

 

간손상 정도는 케이지 닭이 복지 닭에 비해서 78% 정도 높고, 몸에 안 좋은 저밀도지질단백질은 55% 더 높았으며, 스트레스 지수를 보여주는 스트레스 호르몬은 복지 닭에 비해 케이지 닭이 5배 넘게 많은 것으로 검출되었다.

 

반면 높을수록 건강하다는 것을 뜻하는 수치는 다음과 같이 나타났다.

(높을수록 좋은 수치. 케이지 닭의 수치를 100이라고 가정 했을 경우)

 

몸에 이로운 고밀도지질단백질은 오히려 복지 닭이 26% 정도 더 높게 나타났다.

 

즉, 나쁜 것은 더 적고 좋은 것은 더 높으니 여러모러 보나 동물복지를 적용해 키운 닭이 실제로 더 건강하게 자라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이는 다른 가축도 비슷할 것이라 추론할 수 있다.

 

그리고 당연히 이렇게 건강하게 큰 가축의 육류나 알(달걀 등)은 더 높은 가격을 받을만한 가치가 있음을 어느 정도 인지할 수 있다. 사람간의 수혈을 할 때도 건강하지 않은 사람의 피를 수혈하면 자칫 잘못하면 큰일이 날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렇게만 놓고보면 이제부터라도 모든 가축에 동물복지를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경제학적인 논리에 의해서다.

 

가축에게 복지를 제공하면서 기르기 시작하면 더 넓은 공간을 확보하더라도 더 적은 숫자밖에 기를 수 없다. 넓은 공간에 닭의 경우 횟대를 설치와 깔짚을 깔아주어야 한다. 거기다 더 넓은 공간에 청결한 공간을 확보해주려면 훨씬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덴마크에서 돼지를 기르는 모습을 살펴보자면,

 

기존 케이지 등의 방식에는 500마리를 돌보는데 1명의 인원만으로 가능했다면, 동물복지를 적용한 유기농 방식의 돼지 사육에는 100마리를 돌보기 위해 2~3명의 인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크게 잡아 50마리에 1명의 인원이 들어간다고 가정하더라도 인건비만으로 500마리를 기르려면 10배의 인원이 필요하고 이는 곧 인건비가 10배로 치솟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지속되려면 결국 '동물복지'가 적용된 가축의 가격이 대폭 급증해야 한다. 덴마크 유기농 돼지 농장주 역시 '가격이 높아졌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말한다. 즉, 이 방식으로 기존보다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기에 하는 것이다.

 

한국의 가격 현황을 살펴보면 어떨까?

 

한국에서 동물복지를 인정받아 출하하려면 동물복지 인증('동물복지'와'유기축산물'마크)을 농가에서 인증 받은 차량에 실어, 인증을 받은 전용 도축장에서 도축을 해야 인정받은 표식을 받고 판매된다. 꽤 까다로운 절차를 걸쳐 나타난 돼지고기가격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가격의 차이는 약 20%. 그것도 2일 안에 안 팔리면 일반고기와 똑같은 가격에 팔린다고 한다)

 

물론 덴마크에서 기르던 것보다는 수준이 조금 낮은 방식으로 기른 것이기는 하다. 덴마크 등의 유럽에는 축산물에 복지 마크가 붙어 있으며, 그 정도에 따라 4~5단계로 구분되는 그림 표식 등이 나타나 있으며 그에 따라 가격도 차이가 난다. 3단계 이상의 경우 2배~3배 이상으로 가격이 비싸졌다.

 

과연 한국에서 이렇게 몇 배로 높은 가격에 '유기농' 또는 '동물복지'라는 것만 보고 사 먹으려는 사람이 있을까...?

 

경제학에서도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보는 것이 '가격'이며, 낮은 가격은 어디에서건 강력한 경쟁무기가 된다.

 

유럽과 같은 곳에서는 이런 것이 가능했던 이유가 스트레스 등을 많이 받은 가축을 통해 항생제 내성을 갖는 '슈퍼 박테리아' 같은 사건등이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서서히 변화를 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이후 대규모 경제위기 등이 찾아오고서도 유지가 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경우에는 특히나 가격에 더 민감하다. '광우병 파동'을 기억하는 사람은 알겠지만, 미국 소에 광우병 사태가 발생하자 정부에서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유지하면서 '철저한 관리 감독을 통해 수입을 진행할 것이며, 아마 미국 소를 먹다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거의 0%(0.01% 이하였던가?) 수준이다'라고 항변하였으나 '한 명이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하냐, 그 한명의 목숨은 소중하지 않다는 것이냐'라며 거대한 항의가 발생했다.

 

물론 이것은 당시 집권한 당을 공격하기 위한 반대쪽의 정치적인 공작도 한 몫 했겠지만, 국민들의 전체적인 의견이 '가격이 싸더라도 위험한 것은 피하고 차라리 비싸더라도 안전한 고기를 먹자'라는 어느 정도 의견통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겨우 10년 남짓한 지금은 어떠한가? 미국산 소고기 집에 가면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반면 비싼 한우점에는 사람들이 그다지 많지 않다. 10년이 아니라 겨우 5년 전만해도 미국산 소고기를 찾는 사람들의 수요는 꽤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 미국산 소고기를 강력반대 했던 것으로 유명한 연예인 김미화씨는 정작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미국산 소고기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로인해 여러 논란과 비판도 많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런 행태들이 결국 한국에서는 다른 무엇보다 가격이 싼 것이 잘 팔리더라는 것을 반증하는 자료 중 하나라는 것이다.

 

이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두 가지 방법 중 무엇이 나을지 생각해보자. 한국에서 축산업을 하려면 과연 어떠한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옳을까?

 

결론은 이미 앞에서 본 것에서 나와 있다고 본다. 지금 한국의 상황으로 봐서는 역시나 '케이지'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어쩔수가 없다. 동물복지 사육 방식을 사용하면 결국 이익을 남기기 쉽지 않을 것이고, 이는 곧 축산사업을 진행하면서 파산으로 직행할 확률이 커질 뿐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동물들에 의해 그 고기를 먹은 사람들에게 어떠한 돌연변이적인 병이 발생하는 등을 통해 한국사회 전체적으로 큰 관심이 생겨나지 않는다면(사실 생겨나더라도 잠깐에 그치지 않을까 싶은 걱정이 든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생산을 이뤄낼 수 있는 일반 사육의 케이지 방식을 택하는 것이 싼 가격으로 고객도 만족시키고, 나도 원하는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 할 것이다.

 

즉,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동물복지가 정착하기가 어렵다.

Posted by 은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