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19가 계속 퍼지면서 마스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마스크 품귀 현상이 지속되자 한국 정부에서 '특단의 대책'이라며 발표한것이 바로 마스크 5부제와 구입 제한 조치였다. 이 조치로 앞으로 마스크 품귀현상 등이 사라질까?


우선 마스크 5부제나 구입 제한 조치는 수요를 통제하는 방법이다.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할 때 생길 수 있는 현상을 생각해보면,


●  초과 수요 → 가격 상승 → 공급 증가 & 수요 감소 → 가격 하락 → 공급과 수요의 균형


즉, 이번 마스크 사태와 같은 경우 공급이 증가하거나 수요가 감소하면 다시 가격이 떨어지고 초과수요 상황이 사라진다.


그런데 마스크 가격이 상승해도 이상하게 수요가 감소하는 모습이 나타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코로나가 갈수록 심해지면서 이전에는 필수제라고 할 수 없었던 마스크가 마치 생활필수품처럼 취급되면서 수요가 폭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수요가 줄기 어렵다면 공급이 대폭 늘어나는 것으로 초과수요가 완화될 수도 있다. 대한민국 정부도 초기에 이런 '공급 증가'로 초과수요가 해결될 것이란 곳에 초점을 맞춘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마스크 생산능력이 충분하다'라는 것을 이야기하며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모습을 보인것에서 알 수 있다.


(2월초에는 공급은 증가하면서 충분할것이니 매점매석 같은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였다)


(2월 말까지도 공급은 문제없다고 생각하였다)


공급이 증가하는 방법은 2가지가 있을 것이다. 해외에서 마스크를 수입해오는 방법이 있을 수 있고, 국내에서 생산량을 늘리는 방법이 있다.


해외에서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어서 마스크가 많이 팔릴테니 수입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가격이 상승하면서 국내에서 생산이 증가할테니 공급이 늘어나면서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다. 생산능력이 충분하다고 장담했던건 이런 생각을 가지고 했을 것이다.


공영쇼핑 등을 통한 노마진 마스크 판매(결과적으로 실패한 정책이 되버렸다) 같은 공적 판매 전략도 매점매석 등만 막으면 충분히 상황이 해결될 것이란 생각에서 한 조치였다고 볼 수 있다.


잘못된 생각이었다는게 드러나는건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국내 공급 물품이 해외 지원을 위해 빠져나갔다)


(해외로 대량 수출되면서 비축 물량은 이미 고갈되어있었다)


(여기저기서 찾은 한국의 마스크. 자랑스럽다고 해야하나...?)


국내에 비축분이 남아있고, 해외로 빠져나가는 물량이 없었다면 아마 증가한 공급 증가와 함께 마스크 사태가 어느정도 안정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미 비축분은 국내 소비 + 해외 수출 급등으로 동나 있었다. 증가한 공급 역시 해외 등으로 지속적으로 빠져나갔을 것이다.


즉, 마스크 5부제나 구입 제한 조치는 공급과 관련된 부분에서 완전히 실패하고 나자 부랴부랴 발표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렇다면 공급제한 조치는 실패했으나 수요 제한 조치에서는 성공할 수 있을까? 어렵다고 본다. 근본적으로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수요는 한동안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마스크에 대한 근본적인 수요는 곧 코로나 환자숫자라고 할 수 있다. 즉, 환자숫자가 감소하기 시작하면 근본적 수요가 감소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서는 전혀 그러한 상황이 보이지 않는다. 거기에다가 조만간 중국발 황사까지 날라올 시기가 다가온다. 코로나가 없을때도 이때쯤에는 마스크 수요가 증가하던 시기다.


추가적으로 공급에 대해서도 우려가 생기고 있다. 수요 증가와 가격이 상승하는 이 시기에 마스크 생산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곳이 나타났다.


(너무 무리한 요구와 압박에 생산을 중단하겠다는 '이덴트'라는 마스크 업체)


국내 공급은 별로 증가할 모습이 안보이고, 코로나는 계속해서 더 심해지는 모습에서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하면서 초과수요가 쉽게 해결될 거 같아보이진 않는다.


코로나 사태에 대한 대처가 늦으면서 수요를 조절하기 힘들었다면 공급 분야를 제대로 살폈어야하는데 여기에서 실패한 것에서 이미 상황개선을 국내에서 스스로 하기에는 어렵다고 보인다.


'마스크 최고 가격제'를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최고 가격이 시행된다고 해서 코로나가 사라지는것도 아니니 수요가 사라질 것도 아니고, 마스크 공급은 오히려 최고 최고가격제가 시행되면 줄어들어 문제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더 높은 정책이다.



예를 들어 마스크를 국내에서 최고 가격제로 2,000원이나 3,000원을 지정했다고 해보자. 이때 마스크 업체들은 어떻게 할까?


첫번째, 더 비싸게 팔 수 있는(4,000원이나 5,000원) 해외로 판매하려고 최대한 노력한다.

두번째, '몰래 웃돈 얹어줄테니 나한테 팔라'고 하는 사람에게 판매한다.


첫번째 행위가 심해지면 국내 공급이 줄어들어 마스크 사태가 심해진다.

두번째 행위가 심해지면 생활필수품이 된 마스크가 소수의 사람에게만 돌아갈 가능성이 커진다. 이렇게 웃돈을 주고 대량으로 누군가 사간다면 또 다시 웃돈을 주고 어딘가에 판매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첫번째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는 수출에 제한을 가하고 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놓았고,

두번째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공적 판매'를 더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두 대처법이 잘 먹혀든다면 문제가 없을까? 그래도 문제가 생긴다.


만약 두 대처법이 잘 먹혀들면 마스크업체들은 공급을 증가시킬 이유가 없어진다. 판매가격이 높아지면 이전보다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하고, 초과수당을 지급하며 연장근로를 할테지만 이제 그렇게 해봤자 좋을게 별로 없어지기에 공급량을 이전처럼 되돌리려 할 가능성이 생긴다. 위의 마스크 생산을 포기한다는 '이덴트'처럼 극단적인 상황도 나타날 수 있다.


여기에 또 다시 대처하기 위해 정부가 꺼내든 것이 '군장병 마스크 생산 동원'이다. 어차피 군인은 월급이 제한되어 있고, 의무복무이기에 마구 부려먹어도 더 들어갈 돈이 없다와 같은 관점에서 보면 해결책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부분을 집중적으로 확대하면서 수출제한과 공적 판매를 지속한다면 조만간 상황이 안정될 지도 모르겠다. 참... 안그래도 희생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 희생하라고 강요하는듯해서 보기 안좋긴 하지만 말이다.


또 한가지 공적 공급 증가의 경우 유통망이 약하다는게 단점이다. 이미 시장에서 잘 닦여진 공급망들이 활동하면 다양한 사람들에게 빠르게 물품이 공급되겠지만, 공적 공급망만을 이용한다면 이를 잘 활용할 수 없어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고, 그런 공적 공급망에 접근하기 어렵거나 공급망 정보를 빠르게 캐치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얻기가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




▶ 이후의 수요 공급에 대한 생각


앞으로도 초과 수요는 한동안 계속 될 가능성이 높다. 아니, 오히려 더 심해질것 같다.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니 수요는 계속 증가할테고, 공급분야에도 좋은 소식이 없어 보인다. 5부제나 최고가격규제는 그냥 물밑 거래인 암거래 같은것만 증가시킬 뿐 별 도움이 안될 것이다.


사실상 별로 뾰족한 생각이 없어서 그냥 외국 사례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란 말이 설득력이 높다.


(상황도 다르고, 시기도 다른데 남의 정책을 그대로 가져온 것에 대해 비판한 기사)


이 신종 코로나에 대한 백신이 나타나든지, 아니면 저절로 가라앉기를 기다려 수요가 줄어들기를 바랄수 밖에 없을듯하다. 흑사병처럼 아무리 무섭고 강력한 바이러스를 아무런 별 생각 없이 맞이했어도 시간이 지나면 어느 순간부터 환자가 줄어드는 법이니까...


아니면 해외에서 코로나가 진정되며 국내로 마스크 수입이 이뤄지며 공급이 늘어나길 기다리든지...




이 말이 절로 떠오르는것 같다.


'예방 한 숟가락이 치료약 한 바가지, 아니 양동이 하나보다도 낫다'

- 찰리 멍거


2월도 늦었는데 3월에 와서야 뭘 하려고 하는 건 이미 너무 늦었다. 말기에 진입한 병을 고치는건 아무리 유능한 의사를 데려와도 힘들다.


물론 유능한 의사일수록 방심하지 않고 초기에 확실히...

Posted by 은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