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은 몰라도 주식은 사실 특정종목을 별로 언급하고 싶지 않다. 뭐, 채권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주식은 특히나 더 그렇다. 그러나 이런것은 간간히 언급해도 괜찮은 사항이 아닐까 싶다.


최근 코라오홀딩스라는 자동차판매회사에 주가조작파문이 터졌다. 이전부터 계속 조금씩 내려오던 주가가 또다시 급락하면서 가치투자를 하는 사람들에게 특히나 매력적인 가격대가 형성되었다고 생각된다. 나도 바로 분석에 들어갔다. 일단 대충 살펴보았을 때 너무나 회사가 좋다. 최근 몇년간 이익도 꾸준히 잘 내고 있는데 주가는 했기에 대표적인 가치지표들도 매우 매력적인 상태였다.


그러나 조금 더 상세하게 분석하려고 2016년도 사업보고서를 열자마자 불안함이 엄습했다. '매출채권'이 어마어마하게 증가하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주가조작 같은 건 이제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건 기회다. 회사의 가치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가격만 떨어졌다면 이런 기회가 어디있겠는가? 그런데 코라오홀딩스는 그런 상황이 아니라 오히려 '효율적 시장가설'에 따라 주가가 기업의 상태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되기에 오히려 이런 주가급락이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보여진다. 특히 최근연도인 2016년도에는 2015년에 비해 매출액이 감소했음에도 매출채권이 증가한 모습에서 도저히 기업에 대한 신뢰를 가지기 어려웠다.


현재 코라오홀딩스는 매출채권을 제외하고는 자산 중에서 유형자산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런 경우 대부분 비현금성비용인 감가상각비가 높아 현금흐름표에서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당기순이익보다 더 높게 나오기 마련인데도 오히려 더 낮게 나오고 있었다. 심지어 몇백억의 순이익을 내고 있음에도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작년에는 약 -160억(1달러당 1천원으로 계산), 2014년에는 -680억으로 나오고 있다. 2016년에는 겨우 플러스로 돌아섰다고 나오고 있으나 그 수치가 여전히 너무 낮다. 즉 회사는 돈을 벌고 있다고 하고 있지만 그 돈이 현금으로 회사로 들어오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 때문인지 재무활동 현금흐름에서 계속 플러스 수치가 나타난다. 사업활동을 함에 있어 모자란 현금을 차입금으로 막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차입금에서 이자가 발생하니 이후 현금부족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 우려된다.


이런 이야기가 전혀 나오지 않았을까 기사를 찾아보니 2015년 말쯤 코라오홀딩스 오세영 회장인 이와 관련된 우려를 털어내겠다고 인터뷰한 내용이 있고, 2016년 초에는 증권사 보고서등에서 코라오홀딩스가 이와 관련된 대처를 하고 있으며 조만간 해결될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있다. 그러나 정작 2016년 말 재무보고서에서는 매출채권이 계속 증가만 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제는 유동자산인 매출채권보다 비유동자산으로 분류된 장기매출채권이 두배로 커질 정도로 팔아놓고 돈을 전혀 받아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더 놀라운 점은 주석을 살펴보니 이렇게 오랫동안 회수 못하고 있는 채권들에 대해 전혀 대손충당금을 책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도대체 무슨 자신감인 것일까? 심지어 대손충당금을 2015년에도 거의 잡지 않았지만, 2016년에는 매출채권이 더 늘어났음에도 오히려 대손충당금이 줄어들었다. 장기매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은 아예 '0', 제로로 만들어버렸다. 개인적으로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코라오홀딩스의 주요 매출처가 '라오스'라는 국가라(여기서 90%수준의 매출이 나오고 있다) 진짜 회사가 장사를 잘하고 있는건지 확인하기도 쉽지 않은 점은 의혹을 증폭시킨다.


두 가지 추리가 가능하다.


하나는 진짜로 다 돌려받을 수 있는 매출채권이라는 것이다. 즉, 의문점이 여기저기 많으나 모두 그냥 나의 의심기질이 발동한 것일뿐, 속 사정을 알고 있는 다른 증권사나 금융기관 코라오홀딩스 내부적으로는 이미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낼 정도로 대처가 되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가정을 믿기에는 2015년 말부터 회장이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는데도 전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심화 된 것처럼 보이는 모습에서... 나는 신뢰를 보낼 수는 없을 것 같다.


다른 하나는... 말하기 조심스럽다. 그냥 개인이 혼자 떠들어대는 헛소리일수도 있으나 그래도 자칫 누군가 내 글을 보고 회사의 주식을 팔거나 해서 실제로는 문제가 없는데도 기업이나 주주들에게 피해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목에 '투자위험'으로 언급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래도 여기까지 온 거 말하지 않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렇다. 다른 하나는 바로 '분식회계'다.


쉽게 연상이 가능한 시나리오는 '밀어내기 가공 매출'이다. 예를 들어 정가를 받고 팔았다고 공시해놓고 실제로는 대폭 할인된 가격에 팔아치운 것이다. 매출채권으로 계상만 해놓고 실제로는 할인된 가격에 팔았기에 정가에 모자란 돈을 달라고 할 곳이 없는 상황인 것이다. 즉, 매출과 매출채권을 조작해 부실매출채권이나 마찬가지인 것을 정상으로 계상해놓은 분식회계를 의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의문이 가는 곳이 너무 많다. 예를 들면 매출이 꾸준히 잘 증가하고 돈을 잘 벌고 있다고 하는데도 사업보고서에 나타난 공장가동률은 최근 몇 년간 겨우 50%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매출이 잘 되면 가동률도 높아야 정상이지 않을까? 재고자산도 감소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것에서 불안함을 가중시킨다. 매출을 그 동안 꾸준히 잘 내고 있었는데 도대체 왜..? 너무 어마어마한 투자를 집행했기에 그런것인가? 그런데 그런 것 치고는 전체 자산 중에서 유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별로 크지가 않다. 매출채권을 제외하면 가장 크다고 쳐도 매출채권까지 포함하면 겨우 15% 정도 차지할까 싶다. 참고로 매출채권과 장기매출채권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자산 중 50%가 넘는다.


만약 모든 것이 나의 오해였고 대손충당금이 전혀 잡히지 않은 이 매출채권이 전액 회수된다면 기업의 주가는 폭발적으로 폭등할 것이다. 최고의 투자기회인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나의 원금을 지키는 것이 1순위이기에 이런 의문점이 가시지 않는 기회는 포기할 것이다.

Posted by 은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