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계서열이 잡힌 상황에서라면 윗사람이 돈 낼 때 뭐라고 하는 사람이 크게는 없다. 그러나 그냥 지인들과의 만남에서는 오히려 돈을 쓰고도 욕 먹는 경우가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위계서열이 잡힌 상황에서도 나올려면 나오는 상황이지만.

 

오랜만의 지인들과의 만남. 그런데 아무래도 내가 경제적으로 상황이 가장 좋아 보인다. 그리고 오늘 왠지 기분도 좋다. 밥이며 술이며 내가 다 샀다. 과연 사람들에게서 좋은 평가만 나올까? 한 두번은 모르지만 이게 반복되면 오히려 나쁜 말이 흘러나온다.

 

'돈 가지고 유세 떠나?'

'좀 갖고 있다고 잘난 척 하네'

 

이웃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듯이 인간은 타인과 나를 자꾸 비교하는 상대적인 존재라 타인이 돋보이는 것이 나에게 이익이 되더라도 쓸데없는 자격지심 같은 것이 자꾸 샘솟는다. 특히 '무엇보다 내가 잘나는게 더 중요해'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물론 자격지심이 있는 것보다 맨날 얻어먹기만 하는, 염치가 없는게 더 밉상으로 보일수도 있지만 어쨌든 여러명 사이에서는 돈을 쓰더라도 적당한 선에서만 쓰고 끊을 줄 아는게 가장 적절한 대처다. 정기적으로 연락하며 한 번씩 만나는 게 아니라 적당한 거리에서 그냥 유지되고 있는 인간관계 속일수록 이런 대처 더 중요해진다.

 

요즘에는 나눠서 각자 내는 상황이 많아졌지만, 그래도 경제적으로 누군가 좀 더 나은 상황이라면 사람들은 은연중에 그 사람이 한 번쯤 내주기를 원한다.

 

이래저래 너무 많이 써도 욕 먹고, 안 써도 욕 먹는 상황이 짜증날지도 모르지만 인간관계라는 것이 그만큼 유연하게 대처하기가 힘들다는 게 아닐까.

 

가끔씩은 돈을 좀 더 쓰는 사람이 한 번씩 얌체족들을 찍어줄 필요도 있다. 나도 몇 번 샀고, 다른 사람들도 돌아가면서 한 두 번씩 계속 냈는데 절대로 한 푼도 안쓰는 그런 사람들에게 '오늘은 니가 좀 사라'라고 말이다. 이런 사람들은 진짜 얌체족인 경우도 있지만, 눈치가 너무 없는 사람인 경우도 있어서 한 번씩 이렇게 체크를 해줘야 한다.

 

물론 체크를 하다가 그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지도 모르지만, 이 정도 지불을 할 사정은 충분히 됨에도 불구하고 단 한푼도 내기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차라리 차츰 거리를 두는게 나을 것이다.

Posted by 은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