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장수기업' 키우기에 나섰다. 창업한 지 30년 이상인 중소, 혹은 중견기업을 '명문 장수기업'으로 지정하고 가업 승계시 추가적 세제 혜택을 주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한 입법안을 지정 예고했는데 그 내용은,

 

1. 가업상속공제한도 현행 500억 → 1000억 원으로 확대

2. 증여서 과세특례 제도 현행 30억 → 200억 원으로 확대

 

위의 2가지가 주요 내용이다. 이미 지난달 한 차례 가업상속공제 대상기업을 3000억 미만 → 5000억 원 미만으로 변경하고 상속인 조건과 피상속인 조건을 완화한 것을 생각하면 무척 발빠른 행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발빠르게 대처하는 이유는 국가별 창업 장수기업을 봤을 때 대한민국은 거의 '제로'나 다름 없는 상태로 꼴지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즉, 이런 입법예고안은 '기업이 지속적으로 살아야 일자리도 지속적으로 살아남는다'라는 것이 모토이며 이는 재계가 이야기하는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일자리의 대물림'에 부합하는 것이다.

 

오래된 중소-중견회사들에게 혜택을 주므로써 장기적으로 규모는 작더라도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키운다는 것은 분명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담뱃세는 물론이고 주민세, 자동차세 등을 줄줄이 인상한 일반 시민들에게는 새로운 혜택을 예고하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과 비교하면 그다지 좋게 보이지 않는다.

 

중소기업청은 "기업의 경제적 사회적 기여도를 따져 까다롭게 선정한 명문 장수기업에만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므로 합리적인 우대정책"이라고 밝혔지만, 일반 시민들에게도 그런 합리적인 우대정책을 만들어내지 말란 법도 없잖은가?

 

우리는 흔히 음식점이나 기타 장사를 하는 가계를 들렀을 때 이런이야기를 한번쯤은 들었을 것이고, 어떤 경우에는 자신이 먼저 이야기를 꺼낼 때도 있을 것이다.

 

고객 : 얼마인가요?

점원 : 카드로 하시면 15만 원인데, 현금으로 계산하시면 만 원 깎아 드릴게요.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것이다. 즉, 카드로 하면 세금 결산시 15만 원이 잡힌다면, 현금의 경우에는 14만 원이 아니라 10만 원, 5만 원, 1만 원으로 결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엄격히 말하면 '탈세'행위로 신고해야 하겠지만, 당장 눈앞에 이익 때문에 고객들도 이를 받아들인다. 쌍방간에 묵시적인 합의가 생기는 것이다.

 

비단 이것 뿐만 아니라 수많은 세금 회피 행위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시민들에게 '합리적 우대정책'을 만들어 준다면, 이런 회피 행위들을 많이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엄중한 심사를 거치며 5년, 10년, 20년을 모범적으로 납세했다는게 증면 되면 종합소득세의 5%, 10%, 20%를 감면해 준다던가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이게 널리 퍼지면 특히 자라나는 10대 청소년과 아이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줄 것이다. '모범 납세자'의 부모님을 둔 아이들은 성실히, 정직하게 납세하여 세금 감면을 받는 부모님을 보면서 자신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느낄 것이고, 이는 올바른 세금 문화의 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다.

 

솔직히 지금  시민들의 세금문화는 어떤가? 물론 정직하게 내는 사람이 더 많겠지만, 아무리 정직하고 성실히 납부해도 '알아주는 사람 하나 없다'라는 생각밖에 더 들까? 여기서 비롯된 생각이 위에서 말한 방법과 같은 것들로 하나 둘 '탈세'의 길로 사람들을 이끌고, 그것을 보고 자란 아이들도 그런 탈세가 '현명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크게 될 뿐이지 않을까?

 

기업만 사라지지 않고 '명문 장수기업'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인간도 세대를 거쳐가며 '명문 시민사회'를 얼마든지 구축할 수 있다. 그리고 길은 정부가 먼저 나서서 닦아주어야 한다고 본다. '명문 납세자'를 합리적인 방법으로 우대해 줄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기업에게만 혜택을 퍼붓는 이번 정책은 왠지 모를 씁쓸함이 느껴진다.

 

Posted by 은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