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나라에서 통용되는 화폐의 '구매력 정도'를 토대로 적정환율을 알아보는 구매력평가설은 똑같은 재화의 경우 동일한 화폐로 표시할 때 1개의 가격만이 존재하여야 한다는 일물일가 법칙에 기인한다. 상당히 논리적인 이론이지만, 일물일가법칙에 한계가 존재하기에 구매력평가설에도 약점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일물일가 법칙이 현실에 직접적으로 적용되기에는 다음과 같은 한계가 존재한다.

 

1. 비교역재의 존재

 

일물일가 성립의 가정에는 국가간에 모든 상품이 무조건적으로 거래가 가능한 교역재여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여러 비교역재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 대표적인 비교역재가 바로 부동산이다. A국에서 판매되는 부동산을 B국에 가져다가 팔 수는 없다. 기술의 발달로 건물은 뜯어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토지는 어찌할 수가 없다.

 

이 토지의 특징으로 부동산의 대표 특징인 지역성(이동불가)이 생겨나는데, 지역마다 부동산은 모두 다른 가치를 부여받는다는 뜻이다. 즉, A국에서 팔던 재화를 B국에 팔더라도 부동산의 임대료가 판이하게 달라질 수 밖에 없고, 이 임대료는 국가간에 판매가격의 차이를 만들어낼 수 밖게 없게 만든다.

 

사람이 직접적으로 행하는 서비스와 같은 경우에도, 특히 의료분야 등 전문직 분야에서 비교역재 효과가 강력하게 나타난다. 'xx란 병을 고치는 건 미국에 있는 abc의사만이 가능할 것입니다...' 이런 말을 종종 어디서든 들어봤을 것이다. 의료 학문 등이 발전했더라도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경험과 능력 등이 완전히 복사되어 옮겨질 수는 없다.

 

2. 무역장벽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FTA 등이 활성화 되고 있지만, 여전히 타국 상품에 대한 관세 적용 등 무역장벽이 존재한다. 이런 세금의 존재는 재화에 매겨지는 가격을 각 국가마다 달라지게 만든다. A국에서 B국으로 들여온 a라는 재화에 세금이 재화 가격만큼 붙어버린다고 생각해보자. 못해도 A국 판매가격 + B국 세금의 가격이 매겨지게 될 것이고 이는 일물일가 법칙을 파괴하게 된다.

 

3. 거래비용

 

똑같은 물건이더라도 각 국마다 보관비용이나 운송비용 등의 여러 거래에 필요한 비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것이 또 다시 일물일가의 법칙에 오류를 만들어낸다.

 

4. 물건 자체의 차이

 

현실에서 '완전히 똑같은 물건'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존재할까? 고도로 정밀하게 만들어진 기계장치 등을 이용하더라도 조금씩 다른 것이 생산되는 게 실제 현실이다. 스마트폰 같은 경우(특히 신제품)에는 소위 '뽑기 운'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의견들이 꽤 많이 눈에 띈다. 각 나라 최고 기업이 최고의 장비와 기술을 이용해 만든 것인데도 '불량'이나 '왠지 모를 성능 저하'등이 나타나 조금씩 다른 상품이 되기 마련인데 하물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상품의 품질이 똑같을 수가 없다.

 

이런 물건의 품질이나 디자인 등이 조금씩 다를 수 밖에 없는 현실도 일물일가의 법칙의 현실적인 제약사항이 된다.

 

 

일물일가 법칙의 한계는 곧 물가를 통한 환율 성립을 따지는 구매력평가설이 완벽하게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게 된다.

 

이 외에도 구매력평가설은 시중의 통화량과 물가상승률에 따른 사항만을 집중적으로 고려할 뿐, 기술개발이나 개선 등에 따른 생산성과 품질변화를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다는 또 다른 약점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A국에 있는 기업에서 여러국에서 생산하던 a라는 재화를 한 단계 더 발전 시켜 기존과 같은 가격에 세상에 내놨다고 가정하자. 그렇게 되면 물가의 변동은 없다. 그러나 B국에서는 A국 기업이 만든 a 재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자연히 A국으로 외화의 공급이 늘어나고, A국 화폐는 강세현상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또한 절대구매력평가가 진정한 평가법이지만 이것 역시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도 존재한다.

 

물가상승의 정도를 예측하는 여러 사람들의 심리적인 부분 역시 반영될 수 있는데 이것 역시 불확실성이 높다.

 

이상과 같이 여러가지 현실상의 제약으로 인한 약점이 존재하기에 구매력평가설로 따지는 환율은 이런 현실상 제약과 약점 등이 장기간에 걸쳐 하나씩 제거되거나 그 제약과 약점 등 불확실성 크기의 정도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작아져가면서, 구매력평가설로 추정한 환율에 점점 비슷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구매력평가설은 장기간에 걸친 환율을 예측하는데 적합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Posted by 은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