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일드 채권 혹은 정크 본드라 불리는 것에 자금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것을 벌처(Vulture) 펀드라고 부른다. 신용평가사에서 BBB-미만으로 등급을 부여한 기업의 채권들이 이에 해당하는데, 원리금 지불에 있어서 불안함이 큰 기업들이다.
이런 기업들은 신용위험이 높아 지불하기로 약정한 원리금에 비해서 가격이 크게 할인되어 시장에서 거래되기에 채권을 매입한 뒤 기업이 정상화되어 약정한 원리금을 그대로 지불받게 된다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채권뿐만 아니라 부실한 기업, 도산위기에 처한 기업, 수익성이 자꾸 나빠지는 기업의 지분도 시장에서 매우 싼값에 거래되는데 이때 지분을 확보해놓거나 경영권을 인수한 다음 기업을 정상회시키면 몇 배에서 몇 십배의 수익을 올릴수도 있는데 이런 곳에 투자하는 펀드 역시 벌처펀드 투자의 일종이다.
일반적으로 벌처펀드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은 편이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곳에 들어가 배를 불린다는 인상을 남겨주기 때문이다.
대부분 이들은 채권이나 지분을 인수한 다음 자신들의 채권의 원리금을 위해서 쓸모없는 자산은 물론이고 우량자산들까지 매각하라고 강요하기도 하며, 대규모 구조조정이나 과도하다 싶을정도로 높은 배당을 요구하기도 하는데 이런 모습은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독수리떼가 죽어가는 동물이나 시체에 달려들어 이리저리 살점을 뜯어가는 모습이 연상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수익성이 계속해서 나빠지고 있는 현대차의 지분가치가 싸지자 엘리엇이 대량으로 확보한 뒤 대규모 배당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IMF때는 외환은행을 론스타가 인수한 뒤 정상화된 다음 자금을 회수할 때 잡음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벌처펀드가 위기에 처한 곳에서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긴다는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오히려 냉정하게 시장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긍정적인 면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는데 부실기업을 시장의 원칙에 따라 자연스럽게 정리해나간다는 것이다.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부실화된다는 것은 다른기업보다 효율성이 많이 떨어진다거나, 사람들이 별로 원하지 않는 수요가 없는 곳에다가 돈을 집어넣고 있다는 뜻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것들을 별 부작용없이 없애주면서 사회전체적인 효율성을 높여주고 사회적 수요가 있는 곳으로 자본이 향하도록 해준다.
만약 이런 벌처펀드가 없다면 부실화 후 파산하게 된 기업의 채권등에 투자한 사람은 고스란히 모든 피해를 떠안아 큰 손실을 입게 된다. 그러나 벌처펀드가 달려들어 채권을 매입했었다면 그래도 어느 정도 자신의 돈을 회수할 수 있었기에 특정한 한 사람에게 들어가는 부담이 줄어든다. 마치 보험처럼 리스크를 여러사람이 짊어지는 형태가 나타나는 것이다.
또한 부실화된 기업에 만약 정부가 나서서 정상화나 정리를 시작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정치적인 문제 등으로 복잡해지는 경우가 많아 제대로 된 구조조정을 통한 정상화 혹은 퇴출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이 과정에서 국민의 세금만 축내는 사태가 발생하는데 이런 부분도 벌처펀드가 나선다면 좀 더 빠르게 진행하게 되면 세금을 낭비하는 사태도 발생하지 않는다.
즉, 벌처펀드는 감정적인 면으로만 접근한다면 부정적인 면이 많이 보이지만, 이성적으로 접근하면 오히려 더 긍정적인 면도 많이 드러나는 높은 유용성이 존재하는 펀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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