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저출산이 문제라는 말은 꽤 오래된 이야기다. 하도 듣다보니 '뭐 다 알던 거잖아' 싶어서 그냥 대강대강 넘겨버리는 소리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젠 그렇게 넘겨버리기에는 너무나 극심한 수준에 도달한듯한 기분도 든다.


최근 발표된 아래의 기사를 보자.


(조사된 198개국 중 198위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도대체 어느 정도 수준이길래 꼴찌 수준까지 왔는가 싶을 수 있는데, 통계청에서 발표한 아래의 수치를 보면 수긍이 된다. 그래도 어느 정도 수준(1.2명 안팎)에서 버티던 출산율이 최근 2~3년 사이 매우 급격하게 더 떨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1993~2018년 출산율)


참고로 2018년 은 약 0.977로 1밑으로 떨어졌다. 쉽게 생각하자면 결혼한 한 부부가 하나의 자녀도 가지지 않은 상황조차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2017~2018년 이전에 최악은 2005년에 기록했는데, 1.085를 기록했었다. (2017년은 1.052)


참고로 한국보다 훨씬 고령화사회에 먼저들어갔다고 하는 일본이 현재 한국보다 훨씬 더 나은 상황을 보여주고 있는 수준이다(한국이 꼴찌니 당연한 것일지 모르겠지만).


(일본은 현재 1.3명이 넘는 수준으로 한국보다 30% 이상 높은 수준이다)


도대체 출산율은 어디에 영향을 받으며 한국의 출산율이 이렇게 낮아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출산율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부터 생각해보자.


일단 출산율은 위생과 의료 체계에 큰 영향을 받는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경우 위생과 의료가 나아지면 나아질수록 떨어진다. 왜냐하면 위생과 의료 체계가 좋지 않을수록 태어나는 아이들이 성인이 되기 전 사망하는 경우가 무척 많은데, 그런 부분들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후손을 남기기 위해 자녀를 많이 두게 된다고 본다. 그래서 위생과 의료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국가일수록 자녀를 많이 가지는 경향이 있다. 자신들도 살기도 힘든데 왜 저러나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 다음은 여성의 사회진출이다. 대부분 농경위주 사회에서 탈피하고, 사회가 분업과 전문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하면서 의무교육이 이뤄지면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빠르게 늘어난다. 이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는 시점에 출산율이 떨어진다. 왜냐하면 아이를 가져 일을 쉬면 수입이 줄어들고, 그만두게 되면 자신의 수입을 모두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그런 포기할 수입이 없었는데, 이젠 어느 것에서 더 큰 만족감을 얻을 것인가를 저울질한다. 참고로 한국은 1950년 6월 의무교육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정부의 출산 정책이나 캠페인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은 초기에 큰 규모의 투자 등을 위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출산 억제를 독려하고 거기서 절약된 돈으로 저축을 권장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도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질 꼴을 못 면한다.' '아들딸 구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같은 캠페인을 진행했고, 저축을 하자는 공익광고 등도 활발히 진행했다. 중국의 경우 캠페인 수준이 아니라 아예 강제적으로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을 시행해 이를 어기면 처벌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생각해 볼 것은 현 국가의 경기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다음은 워런 버핏이 2011년에 주주들에게 들려준 이야기 중 하나다.


"지금은 주택 수보다 가구수가 더 많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불확실한 기간에는 사람들이 결혼을 미루지만, 결국 그 속의 호르몬을 억누르지 못합니다. 경기가 침체된 초기에는 부모의 집에서 함께 살지만, 이런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합니다."


경기가 좋지 않을때 결혼을 미루는 건 이전보다 결혼해 살아가는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럴 때 새로운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은 더더욱 부담스럽다. 그러나 경기가 좋아지면 당연히 본능에 따라 자연스럽게 남녀가 만나고, 자녀를 낳게 될 것이다.



이제 한국의 상황을 살펴보자.


한국의 위생과 의료 체계는 빠르게 발전했고, 2000년 쯤만되도 이미 상당히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고 봐도 될 것이다. 즉, 신생아가 태어나 성인이 되기 전 병이나 위생상태 등으로 사망하는 경우는 21세기 들어섰을즘엔 거의 사라졌을 것이므로 21세기에는 위생과 의료가 출산율에 별 영향을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성의 사회진출은 한국의 경우 1950년 6월 의무교육을 실시한 것에서 생각해보면 이후 약 20년, 혹은 길게 잡으면 40년 정도 쯤에 여성의 사회진출이 빠르게 늘어났을 것이다. 물론 그 이후에도 점차 더 늘어났을 것이지만, 1970~1990년에 집중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아래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의 여성 경제활동참가율(만 15세 이상 여성중 경제활동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에 대한 지표이다.


(21세기 들어서도 조금씩 늘어나긴 했지만, 20세기 후반과 큰 차이는 보이지 않는다)


위 참가율을 보면 알겠지만, 여성의 사회진출도 21세기 들어서는 우리나라의 출산율에 별 영향을 줬을거 같지가 않다.


출산 정책이나 캠페인 등을 생각해보자. 한국은 21세기 들어서 계속 저출산에 대한 문제가 들려오면서 이제는 출산 장려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즉, 출산 억제 정책이나 캠페인 등은 전혀 없으므로 이것이 저출산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거의 없다.


여기까지 살펴보고 나면 앞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으로 언급한 위생, 의료, 사회진출 모두 21세기 들어서는 출산율에 별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남은것은? 경기상황이다.



20세기 막바지에서 2018년까지 가장 굵직한 경제위기 사건을 꼽자면 IMF사태와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며 세계 금융위기로 번진 사건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1997년 11월 21일 한국에 IMF위기가 찾아온다. 이 당시에는 한국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많은 국가들이 외환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한국은 이 위기를 빠르게 탈출해 2001년 8월 23일 이 IMF구제 금융을 졸업하는데 성공하면서 회복기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2002년에는 월드컵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이후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경제회복에 이은 경제호황이 찾아오는데 이것이 호황을 넘어서 대규모의 거품으로까지 치달으면서 서브프라임발 세계금융위기(2008년)로 연결된다.



위 경제 상황을 연관지어 출산율을 살펴보면, IMF 구제금융을 졸업한 뒤 세계적인 경기회복과 호황으로 가는 도중에도 한국의 출산율은 오히려 떨어지다가 호황을 넘어 거품이 극에 달한 2007년에 이르러서야 겨우 회복이 시작되는 모습을 보인다. 왠지 회복되어야 할 중요한 시기(2003~2006)에 별로 회복되지 못한 느낌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며 다시 하락하고, 그 이후 몇몇 위기 등을 거치면서도 그래도 1.2명 안팎을 유지하던 비율이 2017년부터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2018년 1명 밑으로 떨어진 모습을 취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하면 2017년부터 다시 불확실성이 상당히 커지고, 경기가 안 좋아져갔을 것이란 이야기가 먼저 떠오를 수 밖에 없다.



물론 위에서 말한 것들 이외에도 출산율에 영향을 줄 요소들은 더 있을 것이고, 그런것들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사람들의 인식 변화 등이 해당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요소들보다는 덜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즉, 현재 꼴찌 수준으로 하락한 것에 대한 이유는 결국 빠르게 나빠진 실물경기와 미래의 불확실성 및 불행함 증가가 21세기의 한국의 꼴지 출산율을 만들어냈다고 보는게 가장 타당하지 않을까 싶다.

Posted by 은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