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인세란 기업이 내는 세금이다. 만약 22%의 세율을 적용받고 있는 A 기업이 1년 간 10억원을 벌었다면 그 해에 2억 2천만원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할 것이다. 이렇듯 '기업' 자체의 돈이 빠져나가 국가경제로 환원되므로, 법인세율을 높이면 개개인에게 추징해야할 세액은 적어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에게 적용되는 세금(최근에는 담배값 인상등이 있다)을 올리려고 할 때 가장 먼저 제기되는 주장이 '법인세부터 올려야 한다'는 것인데, 이러한 주장이 가장 먼저 제기되는 것도 위와 같이 일단 눈에 보이는 개인 추징액이 줄일 수 있으리라는 예측에서다.
그러나 이 부분은 그렇게 쉽게 결정할 수가 없는데, 법인세율의 인상이나 인하 결정은 국가전체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 예를 들어보자. 위에서 말한 A 기업에게 적용되던 22%의 세율을 35%로 높이게 되면 어떻게 될까? A기업은 세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돈이 1억 3천만원 늘어나게 된다. 즉, 비용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한쪽 방면에서 비용이 증가했으나 다른쪽 비용을 줄이거나, 수익을 늘려야만 기존과 비슷하게 기업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 일단 수익을 늘리는 방법을 살펴보자. 수익을 늘리는 방법은 '더 많이' 팔거나, '더 비싸게'파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 더 많이 파는 방법은 1) 고용을 늘려서 생산량을 늘리거나, 2) 새로운 기술개발로 효율성이 향상된 생산설비에 투자함으로써 단위당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1)은 이미 비용(세금)이 늘어난 상태에서 재차 비용(임금)을 늘려야 하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너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대부분은 포기하게 된다. 2)의 경우에는 갑자기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개발이 이뤄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너무나 확률이 낮으므로 이뤄질 가능성은 '0'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더 많이'파는 방법은 포기하게 된다.
▷ 더 비싸게 파는 방법은 기업이 생산한 제품의 가격을 올리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여기서도 문제가 발생하는데, 가격을 올리게 되면 필연적으로 소비량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판매가격은 올랐어도 오히려 소비량이 줄면서 전체 이익이 작아질 확률이 높고, 결정적으로 시장점유율을 빼앗김으로써 장기적으로 봤을 때 다른 경쟁업체에 밀려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더 비싸게'파는 방법도 포기하게 된다.
▶이제 비용을 살펴보자.
▷ 일단 경영자가 가장 먼저 하는 대처법은 제품 생산에 들어가는 원재료의 원가를 줄이는 방법이다. 그러나 원재료의 원가를 줄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설사 甲의 지위를 이용해 원재료 납품업체를 압박하는 사태가 있더라도 기본적 생산비용 아래로까지 낮춰서 재료를 팔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재료의 원가'줄이기는 포기하게 된다.
▷ 이제 남은 비용을 줄이는 방법은 하나다. 투자를 줄이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직접적인 투자를 줄이는 방법은 '인건비'를 낮추는 것이다. 인건비를 낮추는 방법에는 현재 고용자들의 임금을 줄이거나, 숫자를 줄이는 방법이 있다. 두 가지 방법 모두 수익을 늘리는 방법이나 원재료의 원가를 줄이는 방법과 비교해 경제적 관점에서 제약이 적으며(법률적 관점에서는 제약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이란 결국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목적이란 점을 기억해야 한다), 가장 빨리 실행가능하고, 그에 따른 비용 감소 효능도 가장 빨리 드러난다.
따라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인건비를 낮추는 방법을 택하기 시작한다.
★ 위와 같은 까닭으로 기업들은 대부분 '인건비'를 줄이는 방법을 사용하게 된다. 결국 법인세율을 올려 기업으로부터 세금을 더 받아내긴 했으나 그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는 '개인'들에게 돌아가버린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안그래도 인건비를 낮추는 등 '투자'를 줄였는데, 동시에 높아진 세율로 동시에 기업들이 인건비를 낮추면서 실업률이 증가하게 되고, 이는 곧 소비시장 위축으로 이어진다. 소비시장이 위축되자 상품 판매가 줄어들면서 수익이 줄어들고, 줄어든 수익을 메꾸기 위해 기업들은 또 다시 비용 감축으로 들어간다. 즉, 또 다시 정리해고등이 시작되는 것이다.
법인세를 상승시키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 그렇다면 법인세율은 도대체 언제 올려야 하는 것일까?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비용'을 증가시키더라도 기업이 인건비를 줄이지 않을 것이라 여겨질 때, 한 마디로 '경기'가 좋은 상태에 상승을 단행하면 되는 것이다.
경기가 호황일 때는 세율 상승으로 증가 된 비용을 차지하고라도 고용을 늘려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기업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이익'이 커질 확률이 높기 때문에 수익을 키우기 위해 오히려 '투자'를 늘리는 현상까지 벌어진다.
경기 호황일 때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방지 및 각종 투자자산(주식, 부동산 등)에 원래가치 보다 높은 값이 매겨지는 '거품'이 심화될 것을 우려해 금리인상을 단행하는데, 근본적으로 경기는 아주 강한 힘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에 금리 혼자서는 막아내기 너무 힘들기 때문에 이 때 법인세율을 함께 높이는 것으로 '거품'을 미연에 많이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최대 목적은 물가안정(인플레이션 방지) 등의 '경제 안정'인데 반해 기획재정부(=정부) 및 일반적으로 그런 정부와 함께 하는 '여당'은 '경제 성장'이 목적이다. 즉, 거품이 끼든 어떻든 자산가치가 상승한다는 것은 경기가 호황이라 투자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성장 및 발전하고 있다는 뜻이므로 여기에 제동을 걸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경기가 항상 순환한다는 것이다.
자, 이제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서 투자와 고용이 줄고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소비 위축으로 물가상승률은 극도로 낮아졌다. 디플레이션 방지 및 자산가치가 극도로 저평가되는 '역거품' 현상의 방지를 위해 중앙은행은 금리인하를 단행한다. 여기에 호황일 때는 관망만 하던 기획재정부와 여당까지 가세하여 법인세율을 낮춰 기업들의 투자와 고용을 재촉한다.
...??
무언가 이상하지 않은가? 그렇다. 호황기와 침체기일 때 정부의 '법인세율' 조정 균형이 맞지 않다. 이렇게 균형이 맞지 않으면서 경기가 좋을 때 많은 세금을 거두면서 최대한 많은 돈을 비축해두고, 좋지 않을 때 그 돈을 적극적으로 풀게 되는 기본적인 재정정책이 제대로 되지 않게 되는 것이다.
★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인간의 심리는 한 번 마음속 깊은 곳에서 결정이 나버리면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 침체기에 아무리 금리를 낮추고, 법인세율을 낮추어도 침체기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기업은 투자를 쉽게 늘리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호황기일 때는 눈앞의 욕심에 사로잡혀 기업들이 마구잡이로 투자를 늘린다. 이 때 정부가 나서서 '욕심'을 최대한 많이 억제시켜야 한다. 아무리 정부의 기본적인 방향이 '경제 성장'이라도 말이다. 중앙은행은 '안정'을, 정부는 '성장'만을 생각한다는 고정적 관념은 이제 버려야 한다.
법인세율과 관련된 문제는 대부분 정부가 단기적 관점의 정부유지 동안(우리나라는 5년)의 성과만을 위해( = 대부분 경제 성장이다) 행동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물론 단기적 관점 때문에 생긴 것이 이것뿐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 경제는 국민들의 삶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만큼 장기적 관점을 가지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좀 더 장기적 관점으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당장 '내 임기 시절 동안의 성과'에만 급급하지 말고 말이다.
◈ 여담 및 추신
최근 벌어진 국내 법인세 증세론 갑론을박을 보면 답답한 상황이다. 글로벌 경기가 불안한 상황에서 겨우 미국만 간신히 회복기로 들어선 지금 기업에 대한 증세는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지정책의 확대를 기대하는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이 개인에 대한 세율(어떻게 보면 몇몇 특정한 개인집단이다)만 올리는 것으로 결론을 내려는 것 같다.
만약 호황기일 때 법인세등을 높여서 미리미리 자금을 많이 확보해 놓았다면 어땠을까? 지금보다는 훨씬 적은 증세등으로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아니, 아예 경기 침체와 디플레이션 우려등으로 금리가 계속 내려가는 지금 직접적인 소비에 부담을 줄 수 있는 개인증세 따위는 거론도 안됐을지 모른다.
'복지를 위해 기업에게 돈을 더 걷자'는 의견과 '법인세율 인상은 장기적으로 정부의 지갑을 얇아지게 만들어 앞으로의 복지를 힘들게 만든다'와 같은 말로 대립할 이유도 별로 없다.
왜? 벌써 지갑을 아주 두둑하게 채워넣었두었기 때문에 오히려 법인세를 낮춰주고도 한 동안 국가운영에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호황기가 오면 법인세율을 함께 높이면서 다시 지갑을 두둑하게 채워넣으면 된다. '정부가 돈을 잘 순환시키고 있다'라는 것은 바로 이렇게 행동하는 것을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복지정책등은 당연히 경기가 침체기일 때 많이 대두된다. 침체기에 안그래도 힘든 기업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법은 국가가 돈을 잘 순환시키는 방법이 당연히 최고다. 당연히 특정한 개인집단에게 따로 증세 부담을 줄 필요도 없다!
물론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보다 장기적 관점으로 법인세율 결정이 힘든 이유가 있긴 하다. 바로 '작은 내수시장'과 함께 '분단국가'라는 항시 존재하는 불안정한 상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호황기인지 불황기인지 제대로 파악하기가 다른 국가보다 어렵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가장 국가의 경제 상황을 잘 드러낸다는 주식시장을 보자. 지금은 그래도 좀 안정됐지만, 오래전에는 북한에서 조그만 도발만 해도 순식간에 시장이 나락으로 내려 앉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그런 도발등에 거의 흔들릴 일이 없다 싶었으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발표가 났을 때 갑자기 증시가 하락으로 돌아섰다(실제로는 사망 발표 몇분전에 갑자기 내려 앉았다. 아무래도 정보가 빠른 곳에서 미리 대량으로 매도 했을 것이다).
내수시장, 즉 국민들의 숫자가 더 많았다면 이렇게 순간적 불안감에 들락날락하는 외국인 자금등 때문에 국내경기가 불안정하지는 않았을텐데... 광복이후 통일국가로 가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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