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초.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판매하려고 하고 있으며 인수후보로 포스코가 거론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자 포스코 외국인 주주 가운데 가장 유명한 버크셔해서웨이, 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워렌 버핏과 찰리 멍거가 강력한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이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표면적으로는 매년 몇 천억원에 이르는 순익을 내고 있는 회사였는데, 이렇게까지 반대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여기에는 조선업과 같은 경우 경기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존재했지만, 그렇다고 보기에는 철강업 역시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마찬가지다. 이제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서 할 수 있는 어쩌면 뒤늦은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이들은 이미 대우조선해양의 부실과 분식회계를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이런 분식회계의 조짐은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제표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바로 현금흐름표의 '영업활동현금흐름' 항목에서다.

 

통상적으로 유형자산이 많은 제조업과 같은 경우에는 당기순이익보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의 항목이 더 크게 나오게 된다. 유형자산의 감가상각은 현금유출이 없는 비용이기 때문에 영업활동혐금흐름 계산시 가산되는 항목이 되기에 총자산 중 유형자산의 규모가 클수록 당기순이익보다 훨씬 크게 나타난다. 그런데 대우조선해양은 어땠을까? 다음 표는 2008년~2015년간 대우조선해양 연결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과 영업활동현금흐름이다. (2014년까지는 분식회계가 드러나 정정되기전 자료들이다.)

 

(단위 : 억)

연도

2008

2009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당기

순이익

1197

5468

7760

6482

1758

2418

329

-33066

영업활동

현금흐름

-2664

-15196

-2097

22

-9960

-11979

-5602

-8430

 

표를 보면 알겠지만 감가상각이 많이 발생하는 유형자산을 대량으로 보유한 제조업이 당기순이익이 많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엄청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분명히 회사의 본업을 통해 배를 만든 뒤, 잘 팔아서 돈을 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실제 그 본업을 통해서 회사내부로 들어오는 현금을 전혀 없다는 뜻이다.

 

본업을 통해서 오히려 현금이 빠져나가고 있으므로 당연히 내부에 돈이 없었고, 대우조선해양은 대규모의 대출, 즉 차입을 통해서 이를 해결했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돈을 잘 버는 것처럼 보였으니 차입을 하는데도 큰 무리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분식을 통해서 속이는 것에는 결국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돈을 잘 버는 기업임에도 부채비율이 슬금슬금 오르더니 2014년에 이미 500% 가까이 높아져있던 부채비율이 2015년 순식간에 치솟아 4000%를 넘어가버렸다. 2012년부터 미청구공사금액이 급등하는 모습도 드러난다. 재무제표 곳곳에서 신음이 터져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대우조선해양에 투자한 주주와 채권자들은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만약 이 투자자들이 재무제표를 조금만 더 꼼꼼히 확인했다면, 아니 영업활동현금흐름만 잘 살펴보았어도 절대 이 회사에 대규모 투자를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만약 하더라도 아주 소액 정도에 그치지 않았을까. 그리고 이미 보유하던 사람들은 불안함을 느끼고 비중을 줄일수도 있었을 것이다.

 

다음은 대우조선해양의 주가 월봉차트다.

 

 

투자와 회계적 지식이 있었던 사람들이라면 조금만 주의 깊게 살폈더라도 2010~2011년 주가가 이상급등했을때, 거의 대부분의 보유물량을 줄이거나 정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늦었더라도 2013~2014년 사이에라도 정리하지 않았을까.

 

회계적 지식이 부족했더라도 2010년 초에는 세계 최고의 투자자들의 인수반대라는 또 다른 경고 신호까지 존재했다. 만약 계속해서 투자할 곳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들의 경고신호를 캐치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덧붙임 : 수 많은 사람들이 기본 사항이라면 지나치기 쉬운 사항도 꼼꼼히 살피는 모습은, 흡사 토끼 한 마리를 잡더라도 최선을 다한다는 맹수를 보는듯 하다. 버핏이 괜히 투자의 전설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님이 분명하다.

Posted by 은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