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3(미국 기준). 미국 법무부가 반독점 위반 혐의로 진행한 소송으로 막혀 있던 AT&T와 타임워너의 합병이 진행되었다. 법원은 반독점 위반 소송을 '혐의없음'으로 결론 지었다. 쉽게 말해 시장에 여러 다른 경쟁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 마음대로 시장을 좌우할 수 없다는 뜻이다.

 

AT&T는 미국 시장 2위 이동통신 업체. 약 1억 2천만 명이 사용하고 있다.

타임워너는 3위 미디어 업체로 뉴스채널 CNN, 영화 채널 HBQ, 영화 제작사 워너 브라더스가 속해 있다.

 

오랜시간이 흘러 겨우 성사된 대형 기업 둘의 결합을 이날 시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먼저 이 날 S&P 500 지수는 -0.4% 하락으로 마감되었다. 즉, 전체 시장은 약세였다는 점을 배경으로 깔고 주가의 동향을 보아야 한다.

 

AT&T는 시작부터 갭하락으로 마지막에 -6.2%로 마감했다.

타임워너는 반대로 갭상승으로 시작하여 마지막엔 +1.8%로 마감되었다.

 

두 기업의 합병을 적극적으로 주도해 나선 것은 AT&T였다. 넷플릭스, 아마존 같은 인터넷 기반 대형 콘텐츠 업체들이 나타나면서 AT&T는 그냥 망만 공급해줄 뿐, 실질적으로 이익이 계속 늘어나는 기업들은 넷플릭스 같은 기업이었다. AT&T는 대규모 망 설치에 엄청난 비용이 지속적으로 소모되는데다가, 통신망이 생활필수품이며 과점 형태를 취하고 있어서 정부에서 가격에 대한 규제가 심해 이익이 늘어나기 힘든 구조다. AT&T의 주가 동향을 살펴보면 이런 점은 더 명확히 드러난다.

 

(2002~2018년 6월 AT&T 월봉차트 모습)

 

위의 차트 모습을 아래의 S&P 500이나 타임워너의 월봉차트와 비교해보자.

 

 

(S&P500 주가지수 2001~2018 6월 월봉 차트)

 

 

(타임워너의 2002~2018년 6월 월봉차트)

 

 

월봉차트를 통한 주가 동향에서 AT&T가 장기간에 걸쳐서 고전하고 있음이 확실하게 드러난다.

 

이런 까닭에 AT&T가 타임워너를 인수해 합병하면 얻을 것이 많다고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장기적인 주가의 동향으로 보았을 때도 그다지 나쁜 판단은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그렇게도 학수고대하던 인수 합병이 겨우 성사되었음에도 주가가 폭락한 이유가 무엇일까?

 

당연히 '지불 가격'이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타임워너를 인수하는데 약 92조원(850억 달러)가 투입되었는데 이에 대해서 '비싸다'라고 평가한 것이다.

 

'좋은 인수 합병'이라도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는 우려가 따르기 마련이다.

 

비슷한 사례로 우리나라는 메신저 회사인 카카오의 음악사이트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의 인수합병을 들 수 있다. 카카오는 자신들이 멜론을 인수하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 비싼 가격에 인수해도 별 문제가 없다고 여겼을지 모르지만, 현재로 보아서는 역시나 '지나친 가격'이라고 봄이 타당할 듯 하다.

 

카카오의 로엔 인수 고찰

 

개인적으로 나라면 지금 합병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AT&T에 투자하지는 않을 것 같다. 물론 주가가 크게 폭락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카카오의 주가 동향과 실적을 살펴보자.

 

(카카오의 주가 월봉차트. 2016년 로엔을 인수하고 일시적 상승세를 보였으나 곧 주저 앉았다)

 

 

(카카오의 연간 실적. 단위는 억. 2018년은 예상치)

 

2016년 합병이 이뤄지고, 그 기대감으로 주가도 상승한 모습이며 2017년 실적도 전년에 비해서 2배로 늘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결국 '원하던 수준'의 효과는 전혀 나타나지 못한 모습이다. 로엔을 인수하는데 들어간 돈 약 1조 8000억 원을 그냥 은행에 박아놓고 이자(3% 가정)만 받아도 500 수준인데, 복잡한 인수합병과 사업의 위험성까지 떠안고 겨우 이자 수준의 순이익 증가가 발생했으니 만족스럽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사실은 '이 정도라도 된'것이 천만다행인 것 같다. 거대 부채에 짓눌려 오히려 이익이 증가하지 못했을지도 모를 불안감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물론 좀 더 장기간으로 시간이 흐르면 합병의 시너지가 나타나면서 더 나은 결과가 나타날지도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2조 원에 달하던 그 돈을 다른 곳에 썼다면 이것보다는 과거에도,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도 훨씬 높은 이익 증가를 발생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 '더 좋은 효율'을 놔두고 굳이 '작은 가능성의 대박(초월적 시너지 효과)을 안은 낮은 효율'에 기대는 것은 경영자의 과대 자신감에서 오는 잘못된 판단이다.

Posted by 은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