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생각/VS

선택은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것이다.

의무는 해야만 하고, 안하면 안되는 것이다.

 

선택은 별로 부담감이란 것이 없다. 안되겠다 싶으면 포기해버리면 된다. 반면 의무는 그렇지 않다. 스스로 힘들다 싶은 길이라도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선택지가 많은 것이 좋을것인가, 의무가 많은 것이 좋은것인가 고르라면 과연 무엇이 좋을까?

 

선택지는 다음과 같은 효능이 있다.

 

부담감이 적다. 하다가 안된다 싶으면 그만두고 다른것을 택하면 된다. 의무보다 선택을 한다는 것은 잃을 것이 별로 없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잃을 것이 별로 없다는 뜻은 적극적으로 무언가에 도전할 용기를 부여해주기도 한다. 반면에 무엇이든간에 '다른 것을 하면 되지 뭐'라는 생각이 들게 하여 무슨 일을 하던 도중에 그만두고 포기하게 만드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의무감은 다음과 같은 효능이 있다.

 

무슨 일을 하든 웬만해서는 포기하지 않도록 한다. 자신이 해야만 하는 일이기에 포기를 하지 않고 일단 끝까지 밀어붙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드는 것이다. 반면에 끝까지 해야만 한다는 부담간 때문에 무엇이든 초기에 쉽게 시작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고, 너무나 괴롭더라도 참아야만 하는 괴로움을 안겨다주기도 한다.

 

두 가지 중 무엇이 풍부할수록 좋은 것일까?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와 같은 경우에는 선택이 풍부할수록 좋다는 생각이 우선적으로 든다. 무엇이든 쉽게 시작하고,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 경우에는 더 이상 악화시키지 말고 거기에서 멈추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거기다 여러가지 방향으로 할 수 있는 일도 다양하게 생겨나 있기 때문에, 굳이 하나의 일에 올인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성격이나 개성과 너무 맞지 않을 경우 다른 일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의무가 꼭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점점 더 선택이 다양해지고 개성이 중요시되는 사회일수록 의무감이 강한 사람이 사회적으로 보았을 때 '성공했다'라고 칭해지는 사람에 더 가까워지는 경우가 많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건 나의 선택이다'가 아니라 '이건 나의 의무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어느 한 분야에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밀고 갈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 운동선수를 살펴보자. 야구 선수의 경우 매일 기본 체력 운동, 스트레칭, 근력 운동, 주루 플레이, 수비 훈련, 타격, 공 던지기 등을 연습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선택이 되어버린다면 '좀 안하면 어떠냐'가 될 수 있다. 누군가는 의무라고 생각해 지속하고, 누군가는 했다가 안했다가 한다면, 장기적으로 과연 누가 야구선수로 대성할 가능성이 높을 것인가? 말하지 않아도 다 알 수 있을 것이다.

 

몇몇 사람(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사회적으로 보기에도 나름 성공한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내가 이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생각해보건데, '선택'보다는 '의무'라는 것을 더 많이 만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 부모님에게 잘하고 싶다를 선택이 아니라 의무로 생각하니까 무엇을 하든 열심히 하게 되더라."

"나는 처음 일을 할 때 팁을 받고 사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때 마음속으로 '반드시 팁을 주는 사람이 되겠다'라고, 미래에 그것을 반드시 해야하는 것(즉, 의무가 된것)이라고 생각하니 그 누구보다 노력하게 되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냥 자기자신을 포장하기 위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완전히 그런 포장만을 위한 이야기 같진 않아보였다.

 

사회는 선택이 많아지면 좋을지 모르지만, 개인에겐 어쩌면 의무가 많아지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 경우에도 그 의무에 짓눌리지 않을까라는 부담감이 있을 수 있지만... 인간이란 어쩌면 몇몇 부담감을 안고 살아가는게 맞는 것이 아닐까...?

 

갑자기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개그맨 대부인 이경규씨가 한 강의의 한 구절이 생각나 적어보려 한다.

 

"산을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계속 화가 났어요. 왜? 다시 내려와야 하니까! 거기다 짐은 어찌나 무거운지... 하지만 짐을 내려놓진 않았어요. 그리고 산 정상에 도착하고 가방을 열어보니 기운이 빠진 우리 동료들과 나의 허기를 채워질 음식물이 가득 들어있었습니다. 여러분, 여기서 저는 참 중요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자신의 어깨에 걸쳐진 짐(의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을 함부로 내려놓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요. 지금은 괴롭고 무거울지 모르지만, 그건 언젠가 자신과 주변사람들을 좀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겁니다."

Posted by 은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