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각종 인터넷 등에서 본인 확인용으로 사용되던 공인인증서에 대한 불평과 개선이 계속해서 논의 되었다. 특히 액티브X 설치에 대한 불평불만과 이로인해 외국에서 인터넷으로 국내물품을 사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이에 대한 개선이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그 결과로 세상에 나타난 것이 바로 '뱅크사인'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은행들이 주도적으로 연합하여 만들어낸 상품이다. 간단히 새로 공인인증서와 뱅크사인 둘을 비교하면 아래와 같다.

 

(뱅크사인은 재발급해야 할 기간도 짧고, 액티브X 설치도 필요없는 등 편의성이 강화되었다)

 

언뜻 보기엔 꽤 편의성이 강화된 것 같아 뱅크사인이 서서히 널리 사용되지 않을까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재발급 3년' '액티브X 설치 필요없음'이 있어봤자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너무 좁다는 것이 일단 가장 큰 문제다. 액티브X에 대한 불만도 여러 사이트에서 물품 구매등을 하려는 절차가 까다로워진다는 것이 문제였는데, 이런 부분에서도 사용이 불가능하다. 즉, 전자상거래에 이용이 되지 않는다. 거기다 은행이외에 다른 금융회사에서도 사용이 불가능하고, 그 외 장학금 수령을 위한 본인 확인용도 등 여러가지 다방면에서 모두 사용이 되지 않는다.

 

뿐만아니라 출시시 모바일에서만 사용이가능하고 인터넷뱅킹으로는 불가능했던데다가, 모바일에서 사용하려면 따로 뱅크사인용 앱을 다운받아서 사용해야 하는등, '겉 핥기'로는 편의성이 강화되었다고 하지만, 오히려 속은 훨씬 불편하다.

 

안 그래도 기존 방식에 익숙한 사람들의 마음을 되돌리려면 확실한 편의성이나 비용적인 면에서 이익이 있어야만 가능한데, 뱅크사인은 그런 부분에서 모두 공인인증서를 넘지 못했다.

 

3년 발급이나 액티브X 정도로는 '경제학 메뉴효과'를 뿌리치기엔 상당히 모자라다고 생각된다.

 

경제학 메뉴효과

 

공인인증서 발급을 더 자주해야해서 불편할 수 있다지만, 그래봤자 1년에 겨우 한 번, 그것도 몇분만 투자하면 되는 정도다. 이 부분에선 사람들이 그다지 불편함을 느낄 것 같지 않다. 이거 하나로만 상황을 역전시키기는 너무 무리라고 생각된다. 비용도 없다지만, 공인인증서도 은행용도로만 사용되는 것에는 어차피 발급비용이 0원이라 차이가 없다. 뱅크사인은 후발주자인데, 후발주자는 조금 개선한 정도가 아니라 상당한 개선이나 비용절감을 안겨다 줘야만 소비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

 

시장 후발주자로 성공하는

 

사용되는 곳이라도 많아야 액티브X가 필요없는 개선 기능을 느낄 수 있는데 그것마저 안 되니 어찌보면 개선이 아니라 뱅크사인은 퇴보한 인증제도나 마찬가지다.

 

아무리 봐도 현 상황을 보면 일명 '천송이 코트' 사태로 정부에서 압박을 넣자 급한대로 만들기 시작했는데, 중간에 정부가 급작스레 뒤바뀌자 제대로 완성도 안하고 그냥저냥 얼치기 수준으로 내놓은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눈에 띄는 장점을 활용도 못하는데 시장에 내놓은 것 자체가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이미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아 한참 사용하고 있는데, 겨우 3년 재발급 하나만 가지고 그들이 귀찮게 다시 이것을 발급받아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앞으로 사용 용도를 늘린다는 이야기 등이 나오고 있지만, 출시할 때 준비된 모습이나 마케팅 형태등을 보면 왠지 '그냥 버리는 카드'라는 느낌이 물씬 묻어나온다.

 

개인적으로 뱅크사인은 그냥 사장(死藏)되고, 공인인증서의 강세가 한참동안 계속될 것 같다.

 

공인인증서가 언젠가 다른 것으로 대체되더라도, 그것은 어딘가에서 새롭게 만들어낼 것이지 뱅크사인이 공인인증서 자리를 대체하지는 않을것이다.

Posted by 은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