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우유는 왜 이렇게 비싸냐?"
"우유가 남아돈다는데 도대체 왜 가격은 하락할 기미가 없는가?"
위와 같은 말들은 한국 우유와 관련되어 자주 나오는 이야기들이다. 우유가 남아돈다는 말은 곧 시장에 있는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는 뜻이고,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가격이 하락해야만 할텐데 다른 채소나 육류 등의 식품과 달리 우유만큼은 가격이 도저히 낮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 원인 중 대표적인 것으로 꼽히는 중 하나가 바로 '원유가격 연동제'다. 2013년 마련된 이 제도로 원유가격이 시장의 수요 공급에 영향을 전혀 받지 않게 되면서 원유가격은 매년 무조건 상승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우유가 아무리 남아도는 초과공급 상황이 와도 우유값이 하락하는건 거의 불가능해졌다.
원유가격연동제는 원유 생산비가 올라가면 이에 따라 가격이 올라가도록 설정되어 있는데, 매년 조금씩이라도 인건비와 물가가 상승하면서 사료값이 올라가는 것을 감안한다면 가격이 절대로 떨어지지 않게 구성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가격이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무조건 올라간다'는 것은 세계 최고로 강력한 사업성을 가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봐도 좋을 수준이다. 문제는 그 사업성이 시장의 수요 공급에 따라 조절되면서 경쟁을 유발하고 최고로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강제적인 정책 등으로 인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곧 비효율적인 방법도 마다하지 않는 사태가 발생한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원유가격 생산비가 높아지면 무조건 가격을 높여 사준다라는 점을 주목해보자. 무슨 일이 벌어질까?
더 효율적으로 많이 생산할 수 있는 방법 등을 고려하지 않게 된다. 즉, 사료를 사용할 때도 '가성비'가 좋은게 무엇인지 고려하지 않고 그냥 무작정 비싼 사료를 사다가 사용해버리면 된다. 훨씬 저렴하게 많이 생산할 방법들이 존재해도 그런것을 고려하지 않고 비효율적이고 비싸게 생산해 버리는 것이다.
그래도 아무 문제가 없다. 그렇게 비싸진 생산비용보다 훨씬 더 비싼 가격을 책정해서 팔아치울 수 있다. 우유회사들은 내키지 않더라도 생산한 원유를 모두 비싼 가격에 사줘야만 하는 상황이다.
덕분에 낙농업가의 영업이익률은 25% 수준에 있지만, 우유업계는 2.5%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결과적으로 원유가격연동제는 높은 가격으로 초과공급을 지속적으로 낳는다고 할 수 있으며, 이는 예전에 지속적인 초과공급 사태를 만들어낸다고 보았던 '농산물안정기금'정책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만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농산물의 경우 그래도 가격이 하락 하는 모습이 우유보다는 자주 나타난다.
국내의 우유가 비싸지만 그렇게 비싼데도 우유업계들은 흰우유 판매에서 계속해서 적자가 나고 있는 수준이다. 이는 곧 소비자와 우유업계가 모두 희생해서 낙농업계에 돈을 갖다바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과연 이것이 옳은 것인지 이제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원유가격연동제의 폐지를 생각해보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원유가격을 억지로 정부정책으로 떠받들어줘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농산물의 경우 농산물안정기금을 말하면서 얘기했듯, 부실한 이유로밖에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배 곪는 국민을 만들지 않기 위해' 혹은 '식량의 무기화'라는 이야기라도 있었다. 그러나 원유는 이런 부실한 이유를 대기에도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우유가 비경합성 비배제성을 가진 공공재적인 성격을 가진것도 아니다.
→ 정부의 역할 기본 논리에서 공공재 참고
공공재적 성격을 가졌다면 소비자와 우유업계가 좀 희생한다 싶더라도 그런 정부지원정책을 용인해볼만 하다.
그러나 원유를 생산하는 사람들은 그냥 낙농업을 하는 사업가일 뿐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 사람들은 그저 다른 사업가들과 마찬가지로 원유를 생산해 돈을 벌려는 생각으로 일하는 것일 뿐이다. 즉 소비자와 우유업계가 정부정책으로 세금을 내듯 추가적인 돈을 지불할 이유가 없다.
당시 구제역 등으로 힘들어진 낙농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책이라곤 하지만, 그런 일시적인 유행병으로 인해 영구적인 형태의 지원책을 만들었다는 것부터 잘못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마지막으로 위와 같은 원유가격연동제와 비싼 우유값으로 인해 최근 해외의 '멸균우유'(매우 높은 고온에서 멸균 처리한 우유로 원유 속 좋은 미생물까지 모두 제거해버리지만 영양성분은 비슷하고 유통기한이 긴편)의 수입량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2026년에는 대부분의 관세가 철폐되고(미국, EU), 2033년에는 거의 모든 관세가 철폐된다(호주산).
관세가 존재함에도 저렴한 가격 때문에 해외에서 수입이 증가하고 있는 와중에, 관세가 철폐되면 한 순간에 낙농업계와 우유업체에 큰 충격이 올 수 있다.
지금이라도 원유가격연동제 등을 폐지해 수요공급에 따라 움직이게 만들어야 가격 하락 및 낙농업을 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조금씩 줄어들어 관세가 철폐됐을때의 충격도 적어지지 않을까?
만약 이대로 원유가격연동제 같은 지원책이 폐지되지 않고 흘러가다가 관세철폐 후 소비자들이 대규모로 해외 우유로 옮겨가자 또 다시 지원책을 내놓으라고 낙농업계가 요구한다면, 이는 너무 뻔뻔한 행위가 될 것이다. 타인들의 희생으로 자신들은 별 경쟁력을 갖출 생각도 없이 편안하게 세계 최고 수준의 이익률을 올리는 사업을 지속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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