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은 기본적인 인간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며, 지속적으로 소모되기에 필요한 수준이 꾸준히 생산이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만약 생산이 부족해 가격이 급등하게 되면 국민 대다수가 배를 굶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국가를 떠나는 상황마저 나타날 수 있다. 필요량에 비해 생산이 부족해지는 것은 일반적으로 이전에 가격이 하락하였을 때다. 만약 풍작이 들어 수요량보다 공급이 초과되어 가격이 급락하면 다음번에는 공급을 줄이게 된다.

 

그런데 이런 농산물의 경우 다른 공산품과 달리 생산하는데 기본적으로 꼭 필요한 기간이 있어 가격의 변동에 따른 수요 공급을 통한 조절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가격이 급락하면 다음번에는 갑자기 공급이 대폭 줄어들면서 초과 수요로 이어지고 가격이 급등한다. 다음번에는 가격 급등으로 또다시 대량 공급이 이뤄지면서 초과 공급으로 이어지고 가격이 급락하면서 다음번에는 식량부족 문제를 만들어낸다.

 

각국의 정부는 이런 농산물의 가격 급등 급락으로 나타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업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에서는 비축창(Ever-normal Granary)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정부 산하 농림축산식품부(농림부)에서 '저농산물가격정책'이라고 하여 농산물안정기금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농산물안정기금의 개정을에 대해 알리고 있다)

 

이 정책들이 하는 대표적인 일은 간단하다.

 

과다 공급되어 가격이 급락할 때 정부에서 나서서 대량으로 매입하여 창고에 저장한다. 정부가 대규모 수요자로 나서면서 하락하여야 할 가격을 떠받들어주면 다음번에 농산물 공급이 줄어들지 않는다. 반면 흉작이 들거나 하여 초과수요가 되어 가격이 급등할 때는 창고에 저장한 것들을 시장에 내다파는 방법으로 가격 상승을 막아낸다.

 

이 안정화 정책은 농작물을 생산하는 농부에게도, 소비자에게도, 나아가 국민 전체의 생활 안정화를 만들기에 모두에게 좋은 정책이라는 것이 오랜기간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던 이야기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런 좋은 점만 있지 않다. 또한 세월이 변하면서 점점 좋지 않은 면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지속적인 초과공급 발생

 

비료나 하우스, 농업용기계 등의 발달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는 국가의 모든 사람들이 대부분 생업으로 농업을 영위하여도 초과공급이 나타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풍년이 발생하면 무조건 행복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농업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이제는 국가에서 아주 일부분의 사람들만 농업에 종사해도 얼마든지 초과공급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비료 및 하우스, 기상에측 기술의 발달로 흉년이라는 것이 발생하는 것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즉, 초과공급은 발생하기가 점점 쉬워지고 있지만 초과수요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따라 정부가 행하는 농산물 가격정책은 초과수요 해결보다는 초과공급만을 해결해주는 역할로 점점 변질되어가고 있다. 만약 일반적인 제조업 등이었다면 초과공급되거나 사람들이 찾지않아 경쟁력없는 것들은 자연스레 공급이 줄거나 도태될텐데, 농산물은 가격안정정채이라는 이름하에 정부가 지속적으로 높은 가격에 매입해주기에 계속해서 대량 생산을 유발하게 된다. 엄청난 천재지변만 나타나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매년 계속해서 초과공급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효율성이 저하되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창고에 저장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데다, 계속 초과공급되어 저장된 것들이 최후에는 소비로 이어지지 못하고 버려야만 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2. 세계화로 커져가는 부담감

 

교통, 통신의 발달과 관세장벽의 약화는 세계화를 앞당기며 강제하고 있고, 기후가 좋고 땅이 넓은 국가들은 농업기술 발달로 초과공급이 극심한 경우가 많아 적극적으로 수출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게다가 이런 국가들은 앞으로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에서 나서서 가격을 높은 상태로 강제적으로 유지할 경우에, 수입업자들은 해외의 저렴한 농산물을 대량으로 구매해 국내에다 내다팔기 시작한다. 가격을 계속 유지하려면 정부에서는 이렇게 내다파는 것들을 역시나 높은 가격을 계속 지불하며 계속 사들여야 하기에 부담감이 점점 커지는 것이다. 정부의 부담이 커지는 것은 시간을 두고 곧 국민전체에게 돌아간다.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곤 '우리 몸엔 우리 농산물'이라는 캠페인 진행 정도 밖에 없다고 생각되는데, 그것이 설사 건강에 좀 더 좋은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경제에 가장 강력하게 작용하는 가격을 완전히 무력화 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캠페인 등은 큰 효과를 얻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정부가 나서서 70원이면 살 수 것들을 100원을 주고 계속 구입하는 어리석은 소비를 지속하게 되면서 초과공급이 지속됨은 물론 정부 부담이 커지게 된다.

 

 

 

결론적으로 농산물 가격 안정정책과 같은 경우 조선시대 정도까지는 몰라도 이제는 현실과 잘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기술이 낙후되고, 타 국가와 교류가 이뤄지지 않는 폐쇄적인 북한이라면 몰라도, 대한민국은 이제 농산물가격정책을 슬슬 폐지해야 하지 않을까?

 

 

 

이 결론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초과공급은 그래도 국민들이 배 굶는 걱정은 안해도 될 텐데, 초과수요가 나타나면 기본적인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 사회전체적이 비효율이 나타나거나, 국가에 부담감이 커진다고 하더라도 초과수요를 나타날 바에야 지속적으로 초과공급이 나타나도록 하는 것이 낫지 않나?'

 

이 말은 농업기술은 발달했지만, 무역이 없는 폐쇄적인 국가에는 통용될 수 있겠지만 한국처럼 무역을 활발히 하는 국가와는 관계없다고 생각된다. 초과수요가 나타난 부분의 작물은 단기적으로 무역을 통해 으너 정도 초과수요가 해소되고, 이후 국내에서 생산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게 되다가 한국의 농부들이 줄어 절대적인 생산량이 줄어들고, 이 때 다른 국가에서 식량을 무기로 삼는 행위를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세계화가 이뤄지던 초기, 그리고 우리나라가 무역활동을 점점 확대하던 시기에 나타나던 걱정들이다. 이제는 이 이야기 역시 별로 걱정할 것이 없다고 본다. 한 두 국가와만 교역을 하고 있으면 모를까, 수 많은 국가들과 교역하는 지금은 한 국가에서 식량을 무기화 한다고 하면 다른 국가들이 얼씨구나 하면서 찾아올 확률이 훨씬 높다. 식량값으로 지불할 '외화'만 충분하다면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언제든지 물건을 팔려고 찾아온다.

 

최근 지나친 포퓰리즘으로 무너진 베네수엘라는 보자. 포퓰리즘으로 이어가던 이 국가의 국민들이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기도 힘들어 해외로까지 떠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사회주의나 독재에 대한 견제로 인한 교역 중단인가?

 

아니다. 사회주의를 하든 독재를 하든, 무슨 짓을 하든 과거에도 현재에도 여전히 일단 그 국가내에서 알아서 해결하는 것으로 취급된다. 문제는 결국 해외에 지불할 외화가 부족해지면서 식품을 사오는 게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남아메리카 북단에 위치한 베네수엘라의 기본 정보들)

 

베네수엘라가 식량과 생필품이 부족해진 이유가 농산물 가격안정정책 등을 하지 않아서인가? 아니면 외화부족인가?

 

생각할 필요도 없이 외화부족이다.

 

석유라는 자원으로 벌어들이던 돈(외화)과, 그 석유 자원의 미래를 담보로 해외에서 돈을 마음껏 빌려 쓰다가 석유의 경쟁력이 사라지자 더 이상 타국가들에 지불할 돈이 없게 되면서 식량과 생필품들이 부족해지고, 베네수엘라 화폐인 볼리바르의 가치도 급락하며,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는것이다.

 

싱가포르와 같이 국토가 좁고, 대부분 쇼핑센터, 관광지, 주택으로 이루어진 도시국가 같은 곳에서 식량부족 현상 등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도 무역을 통해 얼마든지 이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량 무기화'는 사실 아직까지 농업을 위주로 하던 대한민국 내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지위를 지키고자 했던 불안감에서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닐까?

 

 

 

정리하자면, 2019년 현 상황으로 보았을 때 농산물안정기금과 가격정책은 점점 줄여나가면서 폐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Posted by 은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