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대부자란 경제의 마지막 버팀목이 되어주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자금을 조달할 곳이 없는 금융기관들에게 마지막 자금줄이 되어주으로써 경직되지 않고 돈이 계속해서 여러곳으로 흘러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흘러가는 것이 막히는 것은 인간에게 있어 혈관이 막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최종대부자 역할 수행은 다음과 같이 이뤄진다. 뱅크런을 예로 들어보자.

 

1. A라는 은행이 설립되어 오랜시간 예금자들에게 돈을 받아서 대출업무를 수행해왔다.

2. 그런데 최근 A은행이 했던 대출 중 하나가 심각한 부실대출이었으며, 이 액수가 매우 거대하다는 소문이 났다. 그 액수가 사실이면 은행이 파산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렇게 되면 어떤 사태가 발생할까? 그 소문이 실제로 사실이 아니더라도, 불안한 사람들이 단체로 몰려와 예금을 인출해달라고 할 수 있다. 만약 그 소문이 사실이라면 어차피 은행에서 나에게 돈을 지급하지 못할 것이고, 사실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돈을 인출해나가 은행에 돈이 없어지면 정작 내가 찾으려할 때 은행이 나에게 지급해줄 게 한 푼도 남아있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금 총액을 그대로 금고 안에 넣어두고 있는 은행은 한 곳도 없다. 일정한 지급준비율에 따른 현금은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 대출로 변환되어 집단인출 사태가 발생하면 지급불능 사태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 규모가 크지 않다면 주주에게 자본금을 추가로 투자받거나 채권 등을 발행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대규모 인출 사태에서는 이런 것들도 불가능하거나,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액수에 있어서 별 의미가 없다.

 

은행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가지고 있던 대출을 다른 곳에 재매각하여 현금을 마련하는 것 뿐이다. 급하게 매각해야 하므로 당연히 기존에 가지고 있던 대출의 가치보다 낮게 잡아서 할인 매각하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많은 액수를 처분하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 동안 예금자들이 기다려줄리가 없다. '기다려달라'라고 하는 순간 불안감은 더 커질 것이고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욱 격렬하게 은행앞에서 난리를 피울것이다. 자칫잘못하면 이런 불안이 여러곳으로 번져나가면서 B나 C은행에서도 비슷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최종 대부자 기능이란 이럴 때 수행되어야 한다. A은행이 가지고 있던 대출들이 우량대출이라 얼마든지 시간이 지나면 회수가 가능할 경우, 할인매각 시 이를 빠르게 매입해주거나 혹은 이를 담보로 새롭게 A에 대출을 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A는 현금을 얻어서 예금주들에게 돈을 지급할 수 있게 되고 지급불능 사태를 막으면서 차차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다. 단기적인 불안감이 사라지면 다시 예금이 돌아오고 A는 최종 대부자에게 돈을 갚고 대출자산을 되찾아오게 된다.

 

이런 최종대부자는 당연히 그 누구보다 가진 돈이 많아야 할 것이고, 담보에 대한 평가를 잘 수행할 수 있어야 할 것이기에 각 국가마다 '중앙은행'이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한국은행이 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약 1년 전 한국은행이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국책은행 자본확충에 10조원을 투입하기로 하면서 비난을 받은 것은 최종대부자로서의 역할이 아니라는 생각이 많았기 때문이다.

Posted by 은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