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가치를 금의 무게 기준으로 고정시켜놓는 것을 금본위제도라고 한다. '1온스당 XX원' 처럼 교환된다고 정해놓았을 경우, 그만한 XX원을 가져가면 금 1온스를 언제든지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귀금속으로서, 광물로서도 가치가 충분한 실물자원과 교환이 될 수 있는 만큼만 자금이 일정하게 공급되는 덕택에 안정적인 물가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돈 = 금' 이기 때문에 물가가 상승하더라도 금도 물건이기에 이 가치도 상승하면서 돈의 가치도 자동적으로 상승하게 될 것이므로 장기적으로 물가가 안정되게 움직이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사회 속에서 금본위제는 유지되지 못하고 대부분 폐지되어버렸는데 통화로 존재하기에는 문제점, 즉 단점이 많기 때문이었다.

 

1. 자원의 낭비

 

금을 캐낸 다음 지속적으로 각 국의 중앙은행 금고 같은 곳으로 옮겨야 하는데, 그 무거운 광물들을 계속 발굴하고, 캐내고, 옮기는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자칫 잘못하면 발행시킨 돈보다 오히려 금을 옮기는데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즉 금본위제도는 다른곳에 유용하게 쓰일 기술과 노동력 등의 자원 낭비가 심각해진다.

 

세금으로 비유해 예를 들어보자면, 100원의 세금을 거두기 위해 세금징수원에 대한 인건비 등에 110원을 사용한 것이다. 세금을 거둬서 공공의 삶을 증진시키는데 써야하는데 그런곳에 쓰기는 커녕 오히려 적자만 난 꼴이 된 것이다. 공공을 위해 많이 쓰이려면 세금징수에 들어가는 비용이 최대한 적을수록 좋다. 100원을 거두는데 50원이 들어갔다면 50원을 쓸 수 있고, 1원이 들어갔다면 99원을 공공을 위해 쓸 수 있는 것이다. 금본위제도는 100원을 거두려고 110원 혹은 50원을 쓴 것처럼 언제든지 비효율적인 세금 징수시스템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2. 통화 공급 조절의 어려움

 

1) 경제가 활성화될 경우 경기 과열 조짐이 있을 때 현대 중앙은행과 같은 경우 금리를 높이는 등 과열 사태를 막기 위해 노력할 수 있지만, 공급량이 정해진 금본위제도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해 경기 변동성이 매우 커질 수 있다. 변동이 극심할 경우 앞으로의 뭐가 어떻게 될 것인지 예측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게 되고, 이것이 사람들에게 공포와 불안감을 안겨주면서 경제활동 자체가 멈춰버리게 만들수도 있고, 특정한 자원이 지나치게 과대 혹은 과소 공급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대형 금광이 발견되었다고 생각해보자. 그만큼 돈을 마구 찍어내 갑자기 시중에 돈이 넘쳐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경제성장률이 매우 높은 상황인데 금이 전혀 발견되지 않아 시장에 통화가 너무나 모자르다는 것이 인식될 경우 심각한 디플레이션이 발생한다. 금본위제의 장점이 안정적인 물가수준 유지라고 하였는데, 이것이 장기적으로는 맞아들어갈 가능성이 높지만 단기적으로는 극심한 변동을 만들어내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2)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는 경우 모두 통화를 자유롭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돈을 시중에 공급해야 하지만 금을 무한대로 원하는 만큼 캐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쩔 수 없이 금 보유량에 맞게 돈을 찍어내려던 원칙을 깨고 실제 보유량보다 많은 돈을 찍어내게 되어버렸을때, 만약 어떤 이유로든 국가나 은행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게 될 경우 금을 지급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면서 지급불능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투기자들이 공격하기 아주 쉬운 구조가 된다.

 

예를 들어 투기자들이 시장에 불안감을 조장하면서('중앙은행의 금 보유량이 형편없다'처럼 실제로 존재하는 사실을 이용해서도 불안감을 얼마든지 조장할 수 있다) 대중들이 돈을 금으로 환급하도록 만들어냄과 동시에 자신들이 모아 둔 통화를 단체로 제시하면서 금의 환급을 요청하는 방법으로 한 나라의 통화제도를 무너트린다. 신뢰가 사라지면서 무너진 통화제도 속 그 국가의 돈은 거의 쓰레기 취급을 받으면서 헐값이 될 텐데, 그 때 타국 통화나 자산 등을 이용해 대량 취득한 뒤 그 국가의 기업이나 부동산 등을 아주 싸게 사는 것이다. 국가 간 전쟁으로 이런 방법으로 타국의 경제를 그냥 망가트리기로만 사용할 수도 있다.

 

3. 통화 간 상대가격 변동의 불가능

 

1) 국가간 서로 다른 모습으로 돈을 만들어내겠지만 본질적으로 결국 동일한 통화가 되기 때문에 환율의 변동이 없다는 뜻이다. 만약 어떤 국가의 사태가 안 좋아져 금리를 낮추는 등 경제를 활성화시키면, 금본위제를 시행하는 국가들은 모두 그 국가를 따라가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캐리 트레이드 등이 무제한으로 발생하면서 치명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국가 간 상황이 다른 상황에서 무조건적으로 금리를 따라갈 경우 또다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 국가가 경제 침체에 빠져서 금리를 내렸는데, 다른 국가는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는 상황이라 금리를 올려야 함에도 내려서 오히려 인플레이션이 심화될 수 있는 것이다. 즉, 한 국가의 상황이 다른 국가들에게도 모두 파급되어 개별 국가로서의 정책 독립성이 사라지는 문제가 생겨난다.

 

2) 지속적 무역에 있어서도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국가 간 무역을 할 경우, 한 국가에서(A라고 하자) 수출이 잘 되면 타국의 돈이 그 국가로 흘러갈 것이다. 그럼 A라는 국가에 타국 통화가 많이 공급되었기에 타국 통화는 절하되고 자국 통화는 절상되게 된다. 자국 통화가 지속적으로 절상되면 A는 점차 국가 교역에 있어서 가격경쟁력이 약해질 것이고, 수입에 있어서는 유리한 입장이 되어 타국의 상품을 많이 수입하게 된다. 환율이 변동함에 따라 서로 지속적으로 주고받으면서 지속적 교역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금본위제도 하에 두 국가간 교역은 통화의 교환 비율이 고정되어 A의 교역국은 파산할 수도 있다. 당연히 교역국은 이것이 마음에 들지 않을테고, 국가간 갈등이 심화된다. 물론 가격만으로 경쟁력이 결정된다고는 할 수 없다. 변동환율제인 지금도 경쟁력 없는 곳이 있고 있는 곳이 있다. 그러나 가격은 분명히 가장 중요한 수요의 원인으로 시장을 균형있게 조절해주는 존재인데, 이 조정제도가 파괴되면 시장경제가 유지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Posted by 은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