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지금이 경기 호황기라고 생각해보자. 이때 A라는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이 10개가 존재한다고 치자. 시장점유율은 모두 다르지만 그래도 5개의 기업은 호황기에 넘쳐나는 소비로 인해서 조금의 점유율만 차지해도 충분히 이익을 낼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호황기에 A라는 상품에 소비자들이 쓰는 돈(소비량)이 100이라고 할 경우, 각각 45,25,15,10,5 씩 돈을 얻어도 충분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경기 호황기를 지나 불황기에 접어들었다. A라는 상품에 소비자들이 쓰는 돈, 즉 소비량이 100에서 50으로 줄어들었다. 과연 누가 먼저 쓰러질까? 원래 45만큼의 이익을 내던 1등 기업? 아니면 5만큼의 이익을 내던 5등 기업?

 

불황기에 빠져들수록 소비자들은 1등 기업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현대시장에서는 판매 못지않게 사후서비스도 중요한 평가요소 중 하나인데, 시장점유율이 낮은 후순위 기업일수록 파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불안감을 소비자들이 안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지금 예로 든 상황에서는 4~5위 기업같은 경우에는 별다른 저항조차 못해보고 무너지기 일쑤다.

 

거기다 이미 시장점유율이 높은 거대기업 같은 경우에는 몸집을 줄이는 '비용감축'을 할 여유가 있지만, 소규모 기업은 비용감축이란 곧 회사문을 닫는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가 되기 때문에 더더욱 힘들다.

 

그렇게 불황기에 소비자들이 쓰는 돈은 파산한 두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3곳이 나눠 갖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도 1등 기업에 유리한 점이 생겨나는데, 모든 기업들이 비용감축을 하다보니 100에서 줄어든 50만큼의 소비마저 공급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즉, 1~3등 기업이 각각 30, 10, 5 정도씩 을 나눠가진 상태에서 5만큼이 허공에 떠 있는 상태가 발생하게 된다.

 

이럴 때 허공에 뜬 5만큼의 돈을 가져오기 위해 가장 먼저 투자를 늘리는 곳은 어딜까? 2~3등 기업일까? 아니다. 이들은 경기 불황에 따른 불안감이 심해 투자를 늘리지 못한다. 오히려 조금만 더 불황이 심해지면 앞서 있던 4~5등 기업처럼 파산할까봐 전전긍긍하고만 있을 뿐이다. 이때 아직까지 조금 여유가 있는 1등 기업이 투자를 늘리면서 허공에 뜬 5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기가 불황에서 벗어나 회복되기 시작하면서 A라는 상품에 사용하는 돈이 50에서 70으로 늘어나더라도 2~3등 기업은 아직까지 여유가 별로 없다. 이제 겨우 막혀 있던 숨이 조금 트인다고 생각하며 아직도 투자를 미룬다. 이때 1등 기업은 다시금 투자를 단행해 쉽게 나머지 20을 차지해 버린다. 이 시기가 지난 후에야 2~3등 기업도 여유가 생기며 투자를 단행하기 시작한다.

 

다시금 원래대로 A라는 상품에 소비자들이 쓰는 돈의 양이 늘면서 소비량이 100이 되었다고 하자. 자, 누가 가장 많은 돈을 끌어모으고 있을까? 1등 기업은 70 이후에 점유율을 전혀 늘리지 못했다고 치더라도 100이 된 시점에서 55만큼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45를 가지고 2~3등 기업이 나눠갖는다.

 

그런데 이 정도까지 경기가 회복되면 다시금 신생기업들이 생겨나면서 경쟁에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즉 45를 또다시 2~5등 기업들이 나눠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때 자칫 잘못하면 2~3등 기업은 이전에 차지하고 있던 점유율보다 낮은 수치를 차지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미 55를 차지하고 있던 1등 기업은 설사 점유율이 조금 흔들리더라도 이전 호황기에 차지하고 있던 점유율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2~3등 보다 훨씬 낮을 것이다.

 

경기 불황을 거치면 거칠수록 이 현상은 점점 더 강화되면서 선두기업을 점점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이런 까닭에 투자를 함에 있어서 '브랜드 파워가 가장 강하고, 규모가 큰 1등 기업을 찾으라'는 말이 존재하는 것이다.

 

소규모 기업으로 시작해 이 현상을 뒤집는 경우는 대부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경우가 거의 유일하다고 해도 좋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몇년 사이 나타난 스마트폰과 같은 IT 혁명일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완전히 새로운 시장이 탄생하는 것은 몇 년에 한번 볼 수 있을까 말까한데다가, 버핏이 투자한 최고의 기업인 코카콜라와 같은 단순한 상품으로 시장을 거머쥐고 있는 기업일 경우에는 이런 '혁명' 조차도 생겨날 가능성이 없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Posted by 은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