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하다, 편리하다'
등등의 말을 등에 업고서 핀테크가 뜨고 있다. 이에 맞춰 은행들도 각종 금리혜택을 추가한 핀테크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가지 문제점이 있다. 상품을 내놓기만 했을 뿐, 이에 대한 '마케팅'적인 면은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A라는 기업이 이전까지 없던 아주 훌륭한 상품을 만들어 내놓더라도 이에 대한 마케팅이 없으면 그런 것이 세상에 있는줄도 모르기 때문에 판매는 이뤄지지 않는다. 특히나 소비자들은 신규상품이 나왔을때 어떤 점이 좋은지 조목조목 알려주지 않으면 쉽게 자신의 지갑을 열지 않는다. 소비할게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서는 무엇이든지 마케팅이 필수다.
그러나 지금 은행의 마케팅 문제는 '홍보'라기 보다는 '이해'와 관련된 부분에서 심하게 불합격점수가 매겨지고 있다. 스마트폰과 신규 문물에 익숙한 10대, 20대, 30대까지는 홍보만 해주어도 스스로 알고 오겠지만 그 윗세대부터는 힘든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문제는 실제로 돈을 어느 정도 모아뒀거나, 매달 받는 월급이 많은 사람은 당연히 장년층인 40대 이상이라는 것이다.
PC와 인터넷 이후로 IT산업을 가장 크게 뒤흔든 스마트폰. 그리고 그 스마트폰의 선두주자인 애플의 사례를 떠올려보자. 애플은 어떻게 자신들의 '아이폰'을 세상에 전달함으로써 선두주자라는 이미지를 굳힐 수 있었나?
첫번째, 프리젠테이션의 황제라고 불리는 '잡스'의 홍보능력이다. 똑같은 물건을 가지고 그냥 길거리에 놔두고 팔 때는 값을 아주 싸게 책정하더라도 잘 안팔리다가, 아주 예쁘고 곱게 포장해 백화점에 놔두면 잘 팔리는 것처럼 스티브 잡스는 아주 사소한 기능이나 디자인조차 곱게 포장해냈다. 발렌타인데이에 나오는 초콜릿 포장 상술따위는 저리가라 할 정도로...
그러나 실제로 선두주자로 이미지를 굳힐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바로 두번째 요소에 있다는게 내 개인적 생각이다.
두번째, 바로 '애플 스토어'다. 나는 실제로 가보진 못했지만, 깨끗하고 화려한 장식외에 이곳에는 아주 특별한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다. 바로 스마트폰(여기선 당연히 아이폰)의 사용법을 알려주는 직원들이 있다는 것이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이 사람들을 찾아가 물어보면 하나하나 친절하게 알려준다는데, '돈'은 있지만 '사용법'을 몰라서 신문물을 포기하는 사람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마케팅 방법이 있을까?
그리고 실제로 돈을 소유한 그들의 마음을 잡아야 그들의 자녀인 10대들에게도 이 문물이 전파되기가 쉬울 것이란 점은 당연할 것이다. '마케팅의 천재'라고 불리던 스티브 잡스가 버티고 있었던 만큼 애플은 이점을 빠르게 캐치해냈던 것이다.
이제 다시 핀테크와 은행 문제로 돌아와 보자.
실제로 돈을 움켜쥔 장년층의 마음을 얻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데 '쉽고, 편하고, 금리 혜택도 추가로 있다'라고 아무리 홍보하면 뭐하겠는가? 심지어 우리나라와 같은 경우에는 10대는 물론이고 20대와 심할경우에는 30대 초반까지도 부모들이 부양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40대 이상의 마음을 잡는 것은 필수중의 필수인데 현재 우리나라 은행중에는 애플 스토어의 설명을 전담하는 직원과 같은 존재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즉, 전부 말뿐인 핀테크 도입을 외치고 있을 뿐이다.
'금융권의 판도를 바꿀 수도 있는 혁명'이라고도 불리는 것에 다들 왜 이렇게 소심하게 대응하는 것일까?...
정말 '혁명의 선두주자'가 되고 싶은 은행이라면 이렇게 제안하고 싶다. '핀테크 전담점포' 혹은 '전담직원'이라는 제도를 빠르게 실행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이다. 당장은 새로 직원을 뽑거나 점포를 차림으로써 비용이 들겠지만, 이를 통해 들어오는 예금과 적금을 통해 만들어낼 수익은 그 정도 비용쯤은 가볍게 상쇄하고도 남으리라.
현실에만 안주하고 있는 기업은 도태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은행이란 기업에게 지금은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시기다.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며 정부정책에 동조하여 점수를 딸 수 있는 기회고, 장차 큰 수익까지 얻을 수 있는 이런 기회를 놓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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