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걱정"

 

최근 대한민국에 떨어진 경제 문제 가운데 가장 큰 걱정거리는 경제부총리도 밝혔듯이 디플레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니, 어떻게 보면 세계적인 고민 사항이다. 사실 저물가현상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소비는 그대로거나 증가하는 중인데, 생산공정 혁신등에 따라 공급이 크게 증가하면서 발생한 것이라면 오히려 좋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그런 혁신에 따른 것이 아니라 소비위축으로 인해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위축에 따른 저물가현상이 지속될 경우 기업의 이익감소는 필수적인 상황이 되고, 결국 실업률이 증가하고 소득이 감소하면서 추가적으로 물가하락이 압력이 생기게 된다. 이렇게 되면 안그래도 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인데 물가까지 하락하자 소비를 늦추는 현상까지 발생(가만히 기다리면 더 싼 값에 물품의 구입이 가능하므로)하면서 경제는 더 병들게 되는 것이다.

 

세계적인 소비위축 디플레이션 우려에 금리인하가 이뤄지는 중인데다, 한국경제는 그 동안 일본이 거쳐온 길과 유사한 모습을 보여왔기에 더더욱 걱정의 목소리가 크다. 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지면서 '잃어버린 20년'이란 말이 한국에도 나타날까봐 두려워워하고 있는 것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한 목소리는 그런 대한민국 경제계의 종합적인 사항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을 봤을 때 난 저물가현상을 그렇게까지 겁낼 필요는 없다고 본다. 특히나 가장 많이 걱정하는 '일본과의 유사성'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장기침체는 기본적으로 거품경제가 터지면서 함께 디플레이션이 터진 사태로, 거품이 터지면서 생긴 후유증이 함께 작용했는데 현재 대한민국은 전혀 그런 상태가 아니라고 보인다.

 

2015년 2월 한국의 KRX100의 주가수익비율(PER)는 11.95를 기록했는데, 미국의 서브프라임사태로 시작된 금융위기 직전에 KRX100은 15를 넘어선 상태였다. 2008년 금융위기로 주가가 하락했을때도 약 8정도는 유지했었다는 것에 비춰볼 때 아직까지 고평가라고 보기에는 무리라는 주장에 타당성을 말해준다.

 

두 번째로 한국의 물가지수를 보면 분명히 많이 떨어진 상태이지만, 이전에 이주열 한국은행총재가 지속적으로 말했듯이 이는 유가 하락에 따른 여파가 크다.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석유류등을 제외한 근원물가지수를 살펴보면 (좀 낮아지긴 했지만) 크게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 게다가 최근 석유가격이 천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므로 이 회복추세가 갑작스레 꺾이지 않는이상 소비자물가지수도 다시금 올라갈 것이다. 먼저 이 추세가 꺾인 후에 추가조치를 취해야지 미리 물가를 올리기 위한 조치를 취해놓았다가는 자칫 더 큰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세 번째로 대한민국은 내수시장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수출시장이라는 점이다. 이미 대한민국 금리는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에 직면했고, 서서히 '낮은 금리'라는 인식이 사람들에게 퍼져나가고 있다. 좀 늦어지더라도 상관없다. 왜냐하면 유럽과 같은 해외시장에서 활발히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대한민국에게 더 중요한 수출시장회복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지금 기준금리를 더 내리거나, 다른 정부확장정책을 추가로 시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부동상시장이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는 것에서 이미 한국시장이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국은 땅이 좁은 국가라 역사적으로 부동산에 경기가 중요했는데, 이것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인구가 늘어날 기미도 없기 때문에 부동산정책이 먹히던 시대는 끝났다'라는 세간의 말과는 다르게 LTV, DTI등을 조정하는 등 주택매매를 증가시키면서 경기활성화를 이끌려는 정부정책이 서서히 먹혀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미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면 이럴 때는 오히려 부작용을 경계해야 할 때다. 가장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이미 앞서 있었던 미국에서 건너 온 서브프라임 위기다. 경기 회복세와 함께 금리인상, 그에 따른 부동산시장 침체에 대비해야한다. 현재의 기준금리를 유지해도 충분히 수출시장이 빠르게 살아날 것이고, 내수시장이 서서히 살아나고 있는 상태. 즉 저물가 현상이라곤 하지만 아직 마이너스 상태로 들어선 것도 아니며, 서서히 물가회복의 기미가 보이는데 굳이 금리를 더 내리거나 추가적인 정책을 집행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다른 국가에서는 어쩔 수 없이 금리를 추가로 낮추는 등의 조치로 현 경기를 빠르게 부양할 필요가 있었겠지만, 수출위주인 대한민국은 내수시장이 작다는 단점이 이때는 장점으로 전환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경기회복을 만들 수 있는 찬스다.

 

주식투자를 할 때도 투자한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면 인내심을 가지고 가만히 지켜볼 줄 알아야 하는 것처럼, 지금 대한민국 경제 역시 가만히 지켜볼 때이지 다른 큰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다. 이럴때 괜히 큰 부분을 건드리기 보다는 세심한 부분, 그 동안 신경쓰지 못했던 작은 문제들에 어떤 것들이 있나를 살피는 것이 나을 것이다.

 

네 번째,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시장에서 커온 만큼 국내 기업의 CEO들이 보는 안목이 살아있다는 점은 위의 3가지 요소와 맞물려 경기 회복을 빠르게 도울 확률이 높다. 현대차, 롯데등에서 대폭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을 보라. 물론 삼성이 여기서 빠졌다는 것에서 불안감이 있지만(삼성은 이런 부분을 캐치하는데 있어서 그 동안 거의 가장 뛰어난 모습을 보여왔다고 할 수 있으므로), 이는 CEO 교체의 불안감에 따른 일시적인 요인으로 조만간 투자를 다시 늘릴 확률이 높다고 본다.

 

★ 이미 시장은 살아나고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특수한 사정이 최대의 장점으로 작용하는 시기다. 조용히 기다리면서 그동안 신경쓰지 못했을 작은 문제들을 해결해 놓고, '거품'을 경계함으로써 경제 회복을 노림과 동시에 다가올 부작용까지 최소화 할 수 있는 찬스다.

 

괜히 저물가와 디플레이션을 겁내어 추가조치를 취함으로써 살아나고 있는 불길에 기름을 부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급작스레 커진 '火'는 반드시 무언가에 닿게 되고, 많은 것을 태워버릴 것이다. 안전하게 불길이 살아나고 있는데, 괜히 급작스레 '火'를 키울 필요는 없다.

Posted by 은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