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 3월달 쯤 원유 가격의 전망에 대해서 대충 한번 휘갈겨 쓴 적이 있다. 뭐 딱히 아주 논리적으로 근거를 들어 이야기했던 것은 아니고 투기적 자금의 이동이 대부분 파멸했었다는 점을 상기하며 심심풀이식으로 썼던 내용이다.

 

※ 국제유가 하락은 끝나지 않았다

 

원자재 가격은 주식보다는 가격의 동향을 알기 쉬울듯하면서도(기업의 사업구조, CEO와 시장점유율 등을 살피는 같은 질적 분석은 물론 재무제표과 주석을 살피며 자산의 동향과 그 가치를 매기는 일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 어떻게 보면 훨씬 더 어렵다. 주식과 같은 경우 기업의 가치를 파악하는 게 무척 힘들지만, 그 가치를 제대로만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면 거시적인 관점을 무시하고 투자하는 방법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원유와 같은 경우 거의 99% 거시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경제지표 등을 살피고 국제적 경기 동향을 읽는 방법 등의 경우에는 여기저기 너무나 많은 돌발변수를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전체시장의 동향을 읽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나 마찬가지라 판단한 가치투자의 많은 대가들(워렌 버핏, 피터 린치 등)은 시장을 그냥 무시하라고 말할 정도다. 또한 원자재와 같은 경우 해봤자 장기적으로 봤을 때 물가상승률 정도가 얻어낼 수 있는 최대의 수익이라 그다지 투자를 권유하지도 않는다.

 

 

★ 그러나 나는 원자재, 특히 우리의 일상에 반드시 필요한 원유와 같은 경우에는 그 가격의 동향을 예측할 수 있는 때가 있다고 믿는다. 인간 생활에 필수적으로 소비되면서 다른 대체재가 명확히 없을 경우에는 어느 정도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계속해서 이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이것은 워렌 버핏과 같은 가치투자자 입장에서 말하면 일종의 '프렌차이즈' 혹은 '경제적 해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이 물건(원유)을 계속해서 찾을 것이고, 지속적으로 구입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기업이라도 '적절한 시기'가 도래해 좋은 가격에 매수하지 않으면 주가하락으로 손해를 보게 되듯이 유가상승이 발생할 '적절한 시기'를 기다릴 필요가 있는데, 나는 이를 수요와 공급이라는 기본적 원칙에 기업(이 경우엔 국가라고 봐도 좋을지도)의 경제적 생태를 통해서 생각해 보려고 한다.

 

2014년 7월 부근부터 유가는 약 1년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모습인데 경기둔화로 인한 수요감소 영향도 있지만 기본적인 수요량은 채워야 한다는 면에서 볼 때 결국 중요한 것은 '공급과다'일 것이다. 수요는 거의 그대로 혹은 줄어들었는데 셰일가스 혁명으로 실질적으로 공급은 늘어난 것이다. 이러니 자연스럽게 가격이 내려갈 수밖에 없는데, 2015년 8월 말에는 거의 최고점에서 3분의 1수준까지 하락했다. 이 정도 수준이면 투자하기 적절한 시기일까?

 

그냥 가격만 보고 싸다고 느끼는 것은 위험하다. 그 위에 있는 공급주체들을 살펴야 한다. 그렇다면 공급주체들의 상황을 보자. 이미 OPEC에 소속된 몇몇 국가들에서는 이미 한참전부터 앓는 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감산을 통해서라도 가격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나왔다. 조금 반등하는 듯한 유가는 다시 반락하면서 이 목소리는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제...?

 

그러나 내가 보기엔 아직도 부족한 것 같다. 특히 원자재와 같이 미시적 관점에서 접근하기 어려운것에 투자할 때는 '최악의 상황'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즉, OPEC 국가 중 한곳 또는 정유관련 기업이 파산 했다는등의 이야기가 들려올 때가 적절한 시기다. 특정물품을 제공하는 기업이 파산하면서 공급을 못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시장에 나오는 물량이 줄어들고 이는 곧 가격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까지 가기도 전에 카르텔 등에서 감산 결정이 이뤄지거나 원유생산국들이 합의를 하는 사태등이 발생하면 어떻하냐구? 그렇더라도 빨리 가격이 올라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초과공급'사태로 이미 1년 정도나 지속적으로 저장되어온 물량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저장되는 양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많아질 것이기 때문에 무슨 사태가 벌어지더라도 급하게 결정할 필요가 없는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원자재 투자의 '안전마진'일지도 모르겠다.

 

즉, 원유 및 정유관련 주식 투자는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 계속해서 안전마진이 쌓여가고 있다. 확실한 소식(파산)이 들려올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리면 된다. 그 전에 최고가에 비해 마냥 가격이 싸졌다는 생각에 조그만 반등에 조급해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만약 위의 이야기가 다 틀리면? 그냥 가격이 싸졌다는 생각에 소비가 급격히 늘어나서 초과공급사태가 해결될 수도 있다. 그럴 땐 그냥 '기회를 놓쳤다'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면 그만이다. 워렌 버핏의 투자원칙을 기억하자.

 

"첫 번째, 돈을 잃지 않는다. 두 번째, 첫 번째 원칙을 반드시 지킨다."

 

이 원칙을 지키려면 인내하고, 인내하고, 또 인내해야 한다. 투기적 자금들이 '이전에 이렇게 유가가 하락했을 때 사놓고 1년 정도 있으면 2배의 가격에 팔 수 있었다. 그러니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라고 말하며 사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하면 안 된다. 투기적 자금들이 말하는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에는 아무런 근거도 없다. 그저 사람들의 이전 심리가 그랬으니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라는 것인데, 인간이란 매우 변덕적이라 어제 가지고 싶었던 물건이 단순히 며칠만 지나도 별로 가지고 싶지 않아지기 일쑤다. 그런데 몇 년이나 전에 있었던 사람들의 심리를 다시 적용한다?...

 

어불성설(語不成說)이란 이런 때 쓰는 말이 아닐까?

Posted by 은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