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은 주재우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님의 글을 추려낸 것이다.

 

1. 미국 럿거스대와 미네소타대 연구진이 부모 629명을 대상으로 자녀에게 주는 경제적 지원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다. 사전 설문조사에서는 대부분이 아들과 딸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 연구진은 참가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각각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기사와 나빠지고 있다는 신문기사, 그리고 경기와 관련 없는 기사를 읽게 하고 재산 배분을 아들과 딸에게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다.

 

3. 경기가 좋아진다, 혹은 경기와 상관없는 기사를 읽은 사람들은 평균 절반씩을 배분했다.

 

4. 그러나 경기가 나빠진다는 기사를 읽은 사람들은 딸에게 더 많은 돈을 배분했다.

 

5. 이것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대를 이을 가능성이 큰 사람에게 자원을 몰아주는 현상으로 다른 포유류 동물과 유사한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포유류 세계에선 수컷은 힘이 세야만 새끼를 놓을 확률이 높지만, 암컷은 그와 관계없이 대부분 하나이상의 새끼를 낳기 때문).

 

6. 1984~2011년 미국 경제성장률이 낮아질때 여아용 아동복 소비가 늘어난 것을 확인했다. 이 현상을 이해하면 기업의 상품 기획과 수요 예측에 도움이 될 것이다.

 

- 주재우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 미국 대학교의 연구진, 그리고 대학교의 교수와 맞선다는 것이 무모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위의 의견에 대해 단호히 '이 연구의 결론은 완전히 빗나갔다'라고 말하고 싶다. 수많은 자연현상(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등) 및 동물이나 곤충의 행동(일벌이론 등)을 인간에 빗대 설명하는 연구결과 등은 많고 실제로 어느 정도 잘 들어맞는 것들도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연구결과를 설명해 놓은 것을 보면 너무나 그럴듯하게 풀어써 놓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엇나가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개인적으로 내가 봤을 때 위의 결론 역시 잘못된 것이라 생각된다.

 

인간 = 동물 그대로로 표현하는 것에서부터 일단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런 논증 없이 너무 쉽게 적용한 것부터 오류라고 생각된다. 분명 둘다 자연의 일부이며 유사한 점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인간에게는 '사고' 및 '감정'과 같은 면에서 동물보다 더 폭 넓게 깊게 생각하는 점이 있다는 것을 간과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 경제가 위기일수록 여아용 아동복이 많이 팔렸다는 것에 대한 내 생각을 간단하게 정리하여 반박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역사적으로 인간세계에서는 여성보다는 남성이 살기에 수월한 사회였다. 수렵생활 시절부터 기본적으로 움직임이 좀 더 날렵하고 힘이 센 남성들은 혼자서도 스스로 생존할 힘을 갖췄다고 생각되었지만, 여성들은 그렇지 않았고 따라서 이때부터 사회를 주도해온 것은 남성이었다. 어렵고 위험한 상황이 오더라도 남성들은 따로 지원을 해주지 않아도 '자립'이 가능하다고 인간의 DNA에 새겨져 지속적으로 내려왔고, 이것이 경기 위기상황에서 부모들의 사고에 영향을 주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즉, 그냥 동물은 살아남아 후손을 낳을 확률이 높은 동물에게 몰아주었다면 인간은 그와 조금 달리 '둘 다 살아남아 자손을 낳을 수 있는 방안'을 찾는다는 것이다. 당장 배가 조난을 당하는 등의 사고가 났을 때 이성을 잃지 않은 인간들이 하는 행동만 봐도 이것을 충분히 증명할 수 있다. 침착함을 유지한 사람들은 어린아이와 노약자, 그리고 여성들부터 피신시키고 최후에 젊은 남성들이 빠져나간다. 왜 그럴까? 그것이 모두가 살아남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미 건장하게 성장하였고 당장 후손을 낳는데 문제가 없는데 젊은 남성이 후손을 낳을 확률이 높겠는가 아니면 어린아이등이 더 높겠는가? 포유류적 동물적 관점으로만 본다면 당연히 젊은 남성들부터 우루루 빠져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사회속에서 배원 온것, 그리고 스스로 생각한 사고와 감정으로 인간은 그와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다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2. 통계상으로 적용 된 1984~2011년에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왜 하필 1984~2011년만을 이용했을까?

 

사실 나는 인권운동에 대해 아주 깊은 지식은 없다. 그러나 1984~2011년에는 전체적인 인권 향상은 물론 특히 여성의 인권이 빠르게 높아진 해였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말이다. 민주주의가 일찍 시행된 국가들도 한참동안 여성에게 투표권이 없다가 생긴것이 이제 100년쯤 됐다던가?(정확히는 모르겠다) 즉, 이 시기엔 여성들이 막 투표등에 참여하며 인권이 빠르게 늘어난 '투쟁의 시기'중 하나다.

 

생각해보자. 부모 입장에서 누구에게 더 정이 가겠는가? 투쟁의 시기를 겪어나갈 여아? 아니면 남아? 투쟁의 시기를 겪고 있는 힘든 상황에서 경기까지 나빠진다는데 당연히 여아에게 좀 더 정이 갔지 않을까?

 

따라서 1984~2011년이라고 설정된 기간에서도 위의 연구결과와 교수님의 결론에 신뢰를 보내기는 어렵다.

 

 

위와 같은 생각에 따라 나는 연구결론(경기가 나빠지면 후손을 낳을 가능성이 큰 여아옷이 잘 팔리니 그에 맞춰서 수요를 예측해라)에 동의하기 힘들다. 물론 지금 당장을 말하자면 내가 생각한 것으로도 위의 것과 똑같은 결론이 나올지 모른다. 그러나 그 '원인'을 제대로 파헤쳐 두지 않으면 앞으로 일어날 일에 잘못된 예측 등으로 큰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여성의 인권이 아주 높아져 거의 완전히 평등해지는 시기가 왔다고 생각해보자. 그 때도 '포유류 동물 후손 이야기'가 그대로 들어맞을까?

 

혹은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도 위에서 말한 원칙대로 상품 기획과 시장 수요를 예측하는 것이 옳을까? (예를들어 남녀간 평균수명의 편차가 커지며 전체적으로 여성비율이 급격히 높아지고 많은 할머니들이 남편을 그리워하거나 부모들이 자신들의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현상이 만연해짐등으로 남아에게 왠지 모를 안타까움과 애틋함을 느끼게 되었다고 치자. 이 때 경기가 안좋아진다고 하면 속에 담겨 있던 그리움과 애틋함등의 영향이 발현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종종 이런 에러가 드러난다. 동물은 1000년이 지나도 사는 세상, 사는 방식, 하는 행동도 유사할지 모르지만 인간은 많은 많은 것들이 바뀌고 항상 변화한다. 경제현상에 이에따라 항상 변화한다. 따라서 원론적인 것의 원인을 찾고 바뀐 상황에 대해 이 원론적인 부분에서 생각해 항상 새롭게 결론을 찾아야만 할 것이다.

 

어쩌면 많은 경제학자와 경영학자들이 실패하는 원인이 여기 있을지도 모른다. 원론적인 것에서 파악하지 않고 이미 기존에 누군가 발표한 것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무조건적으로 그대로 적용하는 등 변화하는 사회에 맞춰가질 못하기 때문이다. 남에게 경제학과 경영학을 가르쳐 '돈 버는 방법'을 알려주지만, 정작 자신은 그것을 제대로 활용해 기업을 이끌거나 어딘가에 투자하는 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도 여기에서 기반하지 않을까?

 

인간 = 동물이 아니다. 특히나 외부적 자연환경 등을 인간에게 대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Posted by 은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