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나는 KT라는 기업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높은 임금대비 비효율적인 생산성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문어발식 사업확장과 같은 행보를 보면서 틀림없이 독이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CEO의 능력이 탁월하더라도 본 사업과 전혀 관계없는 사업에 뛰어든다는 것은 불안한 요소인데... 너무 많은 사업을 벌였던 것이다.

 

KT의 주가는 역시 계속적으로 하락해왔고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CEO인 황창규 회장이 선임되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나는 이 기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왜냐하면 '주력사업에 집중한다'라는 생각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KT렌탈 같은 수익성이 좋은 사업체를 팔아치울때도 주변에선 좋지 않은 행보라는 말이 많았다. 그러나 나는 통신이라는 주력사업과 크게 관계없는 사업이라면 과감하게 정리하는 그 모습이 마음에 들어 주변사람들의 의견엔 아랑곳하지 않고 조금씩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참... 역시 제대로 된 주인이 없는 기업의 한계가 이런 것일까?(현 최대주주이자 5%이상 소유주주는 8.22%의 지분을 소유한 국민연금 밖에 없다) 구조조정과 함께 관련없는 사업이라면 수익성이 괜찮은 사업도 과감하게 처리하던 사람도 결국 '뭔가 보여주어야 한다'라는 압박감에 시달렸나보다.

 

인간 유전체 분석, 무인차(無人車), 빌딩 에너지 관리 등에 앞으로 5년간 13조원을 투자해 미래 신규사업 분야를 키워 단순한 사업구조에서 탈피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바로 얼마전까지만 해도 본사업에 집중하니 마니 하면서 사업규모를 축소하더니... 사업체를 팔아치워서 돈이 좀 생기자 무언가  새로운 사업을 하며 성과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나보다.

 

물론 기업이란 계속 성장하려 노력하지 않으면 퇴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말도 있으며, 황창규 회장이 제시한 스마트에너지, 통합 보안, 차세대 미디어, 헬스케어, 지능형 교통관제 등은 어느 정도는 다들 통신사업과도 관련성이 있어보이긴 한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엔 그래도 현 사업구조를 공고히 하는 것이 가장 최우선이며 새로운 CEO로서 무언가를 새롭게 진행하고 싶다면 저 몇가지 중 1~2가지 정도만 골라 집중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더 옳다고 생각되는데... 또한 그것이 이전에 구조조정과 사업체를 팔 때 행했던 행보와도 일치하는 모습인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그렇게 몇 가지만 추구하면 5년간 13조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

 

기업체가 새로운 사업을 할 때는 경영진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또 한가지 중요한(어쩌면 규모가 커진 기업에서는 경영진보다 더 중요한)것은 바로 현재 가지고 있는 자산이나 수익성에 무리가 가지 않게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즉 '기업의 능력'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규사업에서 바로바로 수익이 잘 난다면 문제 없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경우에는 기존사업까지 흔들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새롭게 시도하는 사업에서 수익이 바로바로 잘 나는 경우는 매우 희박하다.

 

그런데 현재 KT의 시가총액은 약 8조원이다. 당기순익은 현 사업구조가 잘 운영된다면 대충 1조 정도 될까? 싶다. 이쯤이면 대충 눈치챘겠지만 13조원이라는 금액은 현재 기업전체를 팔아치워도 나오지 않는 시가총액보다도 큰 금액이다. 또한 매년 벌어들이는 순수익보다 13배나 큰 금액을 투자한다고 말한 것인데 이는 아무리 생각해도 명백히 기업능력의 범위를 벗어난 투자인 것이다;

 

따로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이쯤되면 KT주식을 계속 보유하는 것은 '투기'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대박' 아니면 '쪽박'을 추구하는 것은 내가 추구하는 스타일이 전혀 아니다.

 

차라리 통합 보안과 차세대 미디어 같이 가장 통신과 관련 있어 보이는 분야인 2가지 정도의 사업만 추진하고 집중한다고 했을면 어땠을까? 하... 조금이라도 수익이 나고 있는 지금 주식보유량을 대폭 줄여놓아야겠다. 참 좋은 투자기회를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안타깝다.

Posted by 은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