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의 GDP대비 해외증권투자액 비중은 약 13%로 미국 54%, 독일 83%, 일본 69%에 비하면 처참하기 그지없는 수준이며, 이는 국가파산 위기에까지 몰려있는 그리스보다도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33개 회원국 중에서는 28등으로 자본수출 면에서 보면 한국은 후진국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이 나올만도 하다. 특히 개인, 기업, 국가 중 우리나라의 개인(가계)는 부동산투자에는 관심을 가지지만, 금융자산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도 해외증권투자를 줄이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인데, 그나마 그 적은 금융자산에서도 겨우 0.8%만 해외에 투자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하니 후진국이라고 말해도 할 말이 없다.

 

그래도 그 동안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수출주도형 경제를 통해서도 충분히 경상수지 흑자를 지속해나갈 수 있었으며, 경제성장률도 괜찮은 편이었기 때문이다. 허나 경제성장률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지금 환율마저 하락하며 원화 강세가 시작되자 수출주도형 경제에 제동이 걸려 버린 것이다.

 

만약 해외주식, 채권 등에 국내에 많은 자금이 투자되어 있었다면 원화 강세가 되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하락하는 만큼 해외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질 가능성이 크므로 해외투자에서 받을 배당도 커지고, 주가도 올라갈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원화 강세로 인한 환율 하락으로 환차손은 어느 정도 있을 수 있겠지만 경쟁력을 갖춘 우량한 기업을 잘 선정하였다면 그렇게 입게 되는 손실보다 배당증가나 주가 상승으로 얻게 되는 이익이 훨씬 클 것이다. 거기다 지금의 원화강세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상태에서 해외투자비중이 커진다는 것은 원화가 국내에만 머물지 않고 전세계 시장으로 퍼진다는 것으로, 이는 시중에 원화공급이 증가되며 원화강세를 약화시키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

 

때문에 원화강세로 수출주도형 경제가 어려워지는 지금 해외투자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해외투자 활성화 방안으로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규제 완화' 다. 0.8%밖에 되지 않는 가계의 투자비중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해외펀드 등에 투자했을때 발생하는 세금을 줄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개인들이 해외투자를 이토록 극렬하게 꺼리는 이유는 솔직히 규제도 규제지만 그 무엇보다 '정보'의 부족이다. 금융투자협회나 증권회사에서는 자신들에게 정보가 있으므로 해외펀드에 투자하면 되므로 규제완화만을 외치고 있지만, 이는 빈약하기 그지없는 주장이다.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정보'다. 그렇다. '정보 부족'이 바로 해외투자를 막는 최대의 걸림돌이지, 세금 때문만으로는 보기 어렵다. 특히 가계의 경우에는 당연히 기업이나 정부 자금보다는 소소한 자금들이 모이는 것이기 때문에 세제 부담이 그렇게 마냥 거대하게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거기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 바로 정보화 시대다. PC와 인터넷 탄생으로 시작된 이 시대는 스마트폰이라는 것이 생겨나면서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손 안에서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 해외주식에 대한 사업보고서나 재무제표를 제대로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경쟁력을 갖춘 우량한 기업을 '적정한 가격'에 사기 위해서는 그런 정보가 필수인데 이것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투자를 할 수 있겠는가?

 

물론 전문가라 불리는 사람들은 자신들에게만 맡겨두면 잘할 것이니 믿으라고 할 것이지만, 반토막 났다는 해외펀드가 한둘이 아니었다는 역사를 돌아볼 때 신뢰를 가지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또한 정보화 시대의 사람들은 설사 전문가에게 모든것을 맡기더라도 자기자신도 관련된 정보를 상세하게 얻기를 바란다. 그게 21세기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성향이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차트만 보고 투자하는데 사업보고서와 재무제표는 무슨...'

 

나는 기술적인 분석만으로(차트만으로) 투자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잘 맞고 장기적으로 수익을 잘 낸다면 그렇게 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해외투자를 기준으로 한다면 너무나 어려운 일이 된다. 세금문제도 있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환율로 단기간에 잠깐 낸 수익은 환차손으로 그냥 다 날릴 가능성도 있기에 환율 리스크가 큰데다가 무엇보다도 환율수수료로 빠져나가는 돈까지 생각하면 차트를 보고 하는 단기투자에는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 결정적으로 그렇게 차트만으로 하는 투자는 아무리 해봤자 소액의 자금밖에 투입되지 않는다. 따라서 정부에서 무슨 혜택을 주더라도 원하는 만큼 해외투자를 이끌어낼 수가 없다.

 

★ 결국 가계의 해외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얼마나 많은 정보를 제공해줄 것이가에 달려 있다. 우리나라에는 기업의 사업보고서나 공시내용을 쉽게 볼 수 있는 전자정보시스템이라는 아주 좋은 제도가 있는데, 이것과 유사한 해외기업들의 정보를 볼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어떻게 보면 규제 완화보다 더 중요할 것이다. 처음에는 완전히 한글로 제공하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당장에 단기적으로 규제완화로 투자비중을 약간은 끌어올릴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 미국이나 독일, 일본만큼 비중을 끌어올리려면, 아니 그들을 뛰어 넘으려면 당연히 이런 이야기가 먼저 나와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하나도 없고 그저 '규제 완화'만을 외쳐되는 정부, 각종 매체, 금융투자협회 등을 보고 있으면 답답~하다. 언제까지 언 발에 오줌을 누는 방법만으로 버티려고 하는 것일까? 언 발에 오줌을 누더라도 그 이후를 대비해서 털신발을 준비하던지 해야할 것 아닌가?...

Posted by 은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