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월 12월 6일. 대기업 총수들을 대상으로 청문회가 열렸다. 뭐... 기대를 한 내가 바보인 것 같다. 언제나와 똑같은 방식이다. 비난으로 시작해서 상대방의 의견은 별로 들을 생각도 없이 지속적 책임추궁과 호통 등을 적절히 섞으면서 찍어누르기로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에 의원들의 수준이 떨어진다고만 말하기도 뭣하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국민들 대부분이 그런걸 원하는 것으로 보이니까. 국민들이 좋아하니까 하는 것인데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평소 높은 곳에 있어 남에게 혼나는 모습 같은 걸 보기도 어려웠던 사람들이 청문회에 나와서 대답조차 제대로 못하고 말하려고 할 때마다 툭툭 끊기면서 혼나는 모습을 보면서 거기에서 통쾌함을 얻고 만족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난 이 장면을 보면서 뭔가 씁쓸했다. 특히 현재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하는 IT업계를 대표하는 두 기업, 또한 각 나라의 대표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삼성과 애플의 CEO인 이재용과 팀 쿡의 청문회가 비교되면서 더더욱 그랬다.
팀 쿡은 애플이 미국기업이라고 할 수 있느냐, 왜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느냐 같은 질문에 차분히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 그런데 따져보면 법을 다 지키는 선에서 낸 '합법적 탈세' 이므로 문제 없다는 정도의 발언이었다. 여기에 한 마디 덧붙여서 법인세를 대폭 낮춰주면 합법적 탈세 역시 자연히 사라질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디지털 시대에 전세계 기업과 경쟁중인 기업을 낡은 잣대로 옥죄지 말라고 당당히 이야기 했다.
이 두 기업의 청문회에서 내가 느낀 건 다른 게 아니다. 애플 청문회에서는 답변을 할 때 갑자기 의원들이 끼어들어서 말하는 걸 끊어버리거나 하는 장면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거기다 더 신기한 건 답변을 한 부분에 대해서 진지하게 한번 쯤 생각을 해주더라는 것이다. 그게 형식적인 것인지 몰라도.
혹자는 두 청문회의 성격이 좀 다르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글쎄, 과연 그 부분만의 차이일까? 과연 애플과 같은 상황으로 청문회를 했다면 과연 비슷한 모습이 나왔을까?
현 대한민국 행정부 대표에게 그렇게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불통'이라고 사람들은 욕하지만, 대한민국 국민들을 대표하는 또 다른 직함인 국회의원들의 청문회를 보면... 어쩌면 결국 대한민국 사람들 대부분이 '불통' 그 자체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든다.
다른 국가들 보다 빨리 빨리 문화가 발전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 아닐가 싶다. 사실 나도 빨리 빨리를 꽤 좋아하는 편이다.
행동력이 뒷받침 되고 추진력이 강하다는 장점 등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신중함이 떨어지고 남의 의견을 묵살하기 쉽다는 단점을 항상 머리속에 두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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