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경영자로 불리던 전 CEO가 병상에 누운지 한참이 지난 후 등기이사가 되었다. 이전부터도 경영에 크게 참가했겠지만, 어찌보면 등기이사가 된 이제서야 본격적으로 자기 색깔을 회사에 입히기 시작했다고 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본격적인 자기색깔을 나타내는 첫 번째 결단이 '하만'이라는 자동차 전장부문, 오디오등을 제조하는 회사 인수다. 100% 지분을 인수하는데 들어간 총 가격은 약 9조 3000억. 하만의 2015년 부채를 제외한 자본총계는 약 2조 8000억. 당기순익은 약 4000억이다(삼성전자가 인수와 관련된 요약 재무상황을 참고하였음). 2014년 당기순익이 약 2700억 이었단 점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빠른 성장세다. 문제는 지불가격이다. 과연 9조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돈을 지불할만 했느냐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과연 합격점을 줄 만한 성공 인수인가?

 

2015년 기준 PER로 따지면 23(2016예상치로 따지면 약 20으로 추정)을 넘고 PBR은 3이 넘는다. 까놓고 말해서 좀 비싸게 인수했다. 그러나 시장의 성장성과 하만의 순이익 성장성을 생각해보면 PER 같은 수치가 빠르게 내려올 가능성도 높다. 거기다 삼성전자라는 거대기업의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따지면... 그래도 좀 애매하다.

 

9조원이 넘는 돈을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예시를 찾아 비교해보자. 국내 기업 중 삼성전자의 최대 라이벌(그나마 꼽아보자면)이라고 할 수 있는 LG전자의 주식 가격을 총 합치면 약 7조 7000억이다(2016년 11월 15일 기준). 한 마디로 LG전자를 통째로 인수하는 것보다 더 많은 가격을 지불한 것인데... 결론은 결국 실적이다. 사실 2014~2015년 정도의 이익 성장(약 50%)을 지속적으로 할 것으로 가정한다는 것을 말도 안 된다. 그러나 적어도 최소 3~5년간 20~25% 정도는 꾸준히 순익을 성장 시켜나가야만 지불가격 대비 성공적인 인수라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또 불안한 점은 100% 지분 인수 후 하만의 경영진에 대한 점이다. 그 동안 잘 이끌어온 경영진이 교체되는지, 아니면 그대로 계속 회사에 남아 일할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 당연히 잘 이끌어온 사람이 남아 계속 이끄는 게 낫다. 그렇더라도 불안한 것은 기존에 자신이 지분을 가진 회사를 이끄는 것보다는 당연히 애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단 것이다. 차라리 90% 정도까지만 인수하고 10% 정도는 기존 경영진이 계속 지분을 가지게 한 뒤 인수 가격을 좀 줄이는 것이 어땠을까 싶기도 한데... 물론 새로운 사람이 투입된다면야 그럴 필요가 없다. 그러나 새 사람이 들어가서 이전처럼 잘 해나갈 것인가는 또 불안한 요인이다. 가장 좋은 상황은 하만을 이끌던 사람들이 돈을 받아 그 돈의 대부분을 다시 삼성전자 주식을 사는데 사용하고 계속 하만을 이끄는 것이다.

 

그래도 다음이 카카오에 흡수될 때 대신 받은 지분비율, 카카오가 로엔을 인수할 때 지불한 가격에 비하면 훨씬 합리적인 인수였다는 것에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된다.

 

이래저래 말했지만 결론은 합격이다. 주로 불안한 요인들 위주로 이야기 해봤지만 사실 성장 능력을 갖춘채 시장에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뿌리내린 기업에 저 정도 가격은 충분히 지불할 만하다. 설사 삼성전자와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다른 능력은 몰라도 기업인수와 관련해선 이재용이 꽤 출중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된다.

Posted by 은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