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나타나고 스마트폰까지 보급되면서 점점 더 그 속에서만 사용하는 용어나 줄임말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것들은 이제 그 집단내의 '은어'가 되어서 유행에 빠르게 반응하는 10대나 20대가 아니면, 혹은 그 10대나 20대에 속해있더라도 그런곳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은 이들이 사용하는 용어가 무엇인지 이해조차 하기 쉽지 않다. 이런 현상이 점점 심해지면서 줄임말 등에 대해서 안 좋은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과연 이것이 그렇게 심한 문제거리가 될까?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근거라는 다음과 같은 이유들이 있다.

 

1. 문법과 기존언어가 파괴된다. 이 현상이 심해지면 그 나라 언어가 파괴되고 정체성이 사라질 것이다.

2. 인간의 사회성 형성을 방해한다. 어린나이일수록 줄임말을 사용하는 빈도가 높은데 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그 말을 그대로 사용하게 되는데 이는 의사소통의 방해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3. 전통이 사라진다. 신조어 사용을 심해질수록 기존 문법으로 쓴 기존 문화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것이고 이것은 곧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4. 어릴수록 신조어 사용에 열성적인데 이들이 어른이 되고 그들에게서 난 아이들은 이 현상이 더 심하게 나타날 것이다.

 

뭐 이외에도 더 많겠지만 나는 이런 현상들을 한데 묶어서 반박하고 싶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투리, 즉 '방언'에 대해서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 방언은 조금 심해질 경우 완전히 다른 언어가 된다. 표준말을 완벽하게 할 줄 아는 사람이라도 제주도나 경상도, 전라도, 강원도 방언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과 대화를 하면 말을 전혀 다르게 이해하거나 아예 무슨소린지 알아듣지 못할때가 있다. 방언 역시 기존 언어를 줄이거나 발음의 형태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은 것에서 인터넷 용어와 어찌보면 별 큰 차이가 없다.

 

지금도 논란이 되는 표준어 정의를 살펴보자.

 

'... 교양이 있는 사람들이 두루 사용하는...'

 

그렇다면 방언을 사용하면 교양이 없다는 뜻이냐? 라는 말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정의는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다. 물론 그런 것이 아니라 비속어(욕) 같은 것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그런 교양을 말한다라고 하지만 여전히 말이 많은 사항이다.

 

어찌됐든 즉 표준어와 다른 사투리를 사용한다고 해서 교양이 없다거나 바보라거나 문법을 파괴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방언을 두고 오히려 '언어와 문법 등을 더 풍부하게 하여 언어문화 발전에 도움이 된다'라고 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왜 현재 새롭게 나타나는 언어들과 문법에 대해서는 이렇게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야만 한단 말인가? 방언도 어찌되면 특정한 시기에 새롭게 만들어진, 그 당시에는 지금의 신조어와 별 다를게 없지 않았나?

 

인터넷 발전에서 파생된 신조어를 단순히 나쁘게만 볼 것이 아니라 기존 언어에 방언처럼 그냥 새로운 언어가 추가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옳지 않을까 싶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교육열이 높고 문맹률이 낮은 국가에서는 이런 것 때문에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누구나 국어 교육을 필수적으로 오래도록 받기 때문에 서로간에 막히는 부분이 생길때 바로 표준어를 누구나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모국어의 표준어 교육이 꾸준히 사회적으로 잘 이뤄진다면 새로운 언어들은 오히려 언어문화를 발전시키는 촉매가 될 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사용하는 표준어도 사실 세종대왕이 처음 만들어낸 훈민정음에서 바뀐 부분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해보아야 한다. 언어는 기존 모태에서 좀 더 좋고 경쟁력 있는 방향으로 계속해서 발전해나가는 법이다. 예전에는 표준어로 지정되지 않던것들도 사회구성원 속에서 경쟁력을 가지면서 대부분의 모든 사람들이 사용하게 되면 표준어로 새롭게 지정되기도 한다. 기존 언어들이 이미 체계가 완전히 갖춰져 있는데 그 속에서 경쟁력을 발휘한다는 것이 과연 쉽겠는가? 장기적으로 대부분의 신조어는 매장당한다. 그러나 분명 그 안에서 새롭게 지정되는 언어들은 상당히 유용한 것이리라. 나머지는 대부분 패션처럼 한때의 유행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그 시대만의 문화일 뿐으로 남을 것이다.

 

즉, 교육만 잘 이뤄진다면 문법과 기존언어가 파괴되는 일은 없다고 봐도 좋다. 그런 파괴현상이 나타나봤자 표준어로 지정될정도의 경쟁력이 없는 것들은 금방 사라진다. 일시적인 현상일 뿐인 것이다. 그것을 장기간에 걸쳐서 걱정할 요소로 괜히 만들 필요가 없다. 따라서 전통이 사라진다느니 이후에 태어날 아이들에게 더 문제가 커질것이니 하는 것들도 다 필요없는 걱정이 될 뿐이다.

 

딱 한가지 걱정되는 부분은 사회성 형성 부분인데, 사실 이 문제도 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하면 스스로 알아서 고쳐나가기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 대한민국에 인터넷은 언제쯤 생겨났을까? 우리나라엔 대충 686이후 펜티엄이라는 컴퓨터가 들어올 때쯤이었던 것 같다. 그때가 2000년 안팎쯤이었을까? 그때 인터넷을 접해 빠르게 흡수한 10대들도 그 속에서 그들만의 은어를 많이 사용했다. 그리고 약 15년이 넘게 흐른 지금 그런 은어사용으로 사회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사람을 나는 거의 찾아보지 못했다. 한때의 유행처럼 그냥 사용하다 금방 다른 은어로 바뀌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교육받고 사용하는 표준어는 강력한 경쟁력으로 머릿속에 남지만 그런 자기들만의 언어들은 경쟁력이 없기에 결국 다 사라진 것이다.

 

더 이전으로 넘어가면 삐삐 세대도 있다. 이들도 삐삐를 사용할때 그들만의 언어를 사용하곤 했는데 별문제가 없지 않았는가?

 

'486'

'1010235'

 

... 참고로 나도 그냥 어딘가에서 본 것일뿐. 내가 삐삐 세대라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삐삐세대가 부모가 되어서 자기가 사용하던 저런걸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을까? 누군가를 너무 좋아해서 좋아한단 걸로 모자라다고 생각될 땐 '486'이라고 하는거야 라고 가르치는 부모나 학교가 있는냐 말이다. 그리고 이걸 시대를 넘어서 계속 사용하는 사람이 있을까? 없다. 그냥 그 당시의 문화고 그 당시에만 잠깐 추가되어 사용된 언어였을 뿐이다. 이게 전통을 파괴하고 사회성 결여를 불러일으켰는가? 전혀 아니다. 삐삐에 사용한 이런 것들은 아예 말을 숫자로 바꾼 문법을 파괴하다 못해 언어자체를 뭉개버린 것이었지만, 그냥 그 당시에만 쓰였을뿐 경쟁력이 없어 사라진 것들이다. 지금 나타나는 신조어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만약 우리나라가 필수교육과정 같은 것이 없고 교육열도 낮다면 여러 신조어가 난립하면서 위에서 제기한 문제, 그리고 의사소통 어려움 등으로 사회적 혼란이 올 수도 있지만, 지금과 같이 교육과정이 잘 갖춰져 있다면 오히려 이런것들은 언어문화발전의 계기가 될 가능성일 뿐이라고 보는것이 타당하다.

Posted by 은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