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이하 롤)은 2009년 10월 출시됐고 우리나라에는 2012년에 1월부터 정식으로 서비스되기 시작한 게임이다.
출시된지 거의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인기가 많고, E-스포츠 분야에서는 여전히 최고인기를 누리고 있는 게임 중 하나인데, 그 인기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는 않다. 얼마전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이 출시되면서 인기가 식는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고, 최근 다시 국내 PC방점유율 1위를 탈환했다.
PC방 점유율등이 낮았을 때 조차도 프로경기 등에서는 여전히 롤의 강세가 나타났는데, 그 인기에 더불어 최근 아시안게임에 시범종목으로 채택되었고, 앞으로 정식종목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올림픽에서는 아직 고위위원등이 꽤 부정적으로 보면서 채택을 미루려는 듯 하지만, 내가보기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조만간 채택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 생각된다.
롤이 이처럼 E-스포츠 프로리그에서 지속적인 인기는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환사의 협곡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첫 번째는 역시 '보는 맛'이다.
롤은 직관성이 뛰어나다. 선수들이 행하는 플레이를 지켜보는데 있어서 불편한 부분들이 별로 없다. '옵저버'라는 조종자의 역할이 중요하긴 하지만, 축구나 야구 농구 등도 '카메라 감독'이 제대로 장면을 찍지 못하면 안되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스포츠와 별로 차이가 없다.
물론 직관성이 뛰어난 게임 중에 인기를 끌었던 종목이 존재한다. 바로 스타크래프트(1을 말함)다. 그러나 스타크래프트는 결국 세계적으로 지속적인 인기를 끌지는 못했고, 초창기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로 발돋움한 선수들이 사라지면서 조금씩 인기가 꺼져가려는 찰나 승부조작등의 큰 사건들이 결정타를 먹이면서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승부조작은 마지막 한 방이었을 뿐, 스타크래프트는 결국 천천히 사라질 운명이었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롤의 인기를 끄는 다른 요소들을 보면 알 수 있다.
두 번째로 롤의 인기가 지속되는 이유는 '지속적인 밸런스 조정'이다.
앞서 말한 스타크래프트는 개발사에서 다른 게임들을 개발하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의 패치 등을 포기해버렸다. 그러면서 더 이상의 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몇몇 유저들은 '스타만큼 밸런스가 맞는 게임이 어딨냐'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역대 우승자의 숫자나 그 우승을 유지하는 기간등만 살펴보아도 특정한 한 종족이 유리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게임내에서 전혀 활용되지 않는 유닛등이 있는것도 밸런스가 심각하게 모자라다는 것을 반증한다. 예를 들면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프로토스'라는 종족의 '스카우트'다. 공중유닛의 기본적인 유닛이지만, 비싼 가격에다가 효율성이 극도로 떨어져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다. '가격대비 효율'이 완전히 맞지 않아 아무도 쓰지 않는다면 이 유닛의 밸런스가 망가졌다는 것을 뜻한다. 그 외 타 종족의 경우 '퀸'이라든지, '고스트'처럼 사용되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 자체가 밸런스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테란의 초반 주요 유닛으로 '마린'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유닛의 원래 공격력은 5였다. 그런데 이것이 너무 낮다고 여겨서 브루드워 패치가 이뤄지면서 6으로 상승시켰다. 이처럼 조금씩 맞지 않는 부분을 조정시킬 필요가 있는데 스타크래프트에서는 이런 부분을 포기했다.
물론 롤도 영웅간의 밸런스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아무리 제작사에서 조정을 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플레이를 하다보면 오버밸런스나 다운 언더밸런스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제작사에서는 그런 부분을 지속적으로 찾아 조금씩 조정하면서 밸런스를 맞추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거기다 결정적으로 롤에서는 스타크래프트와 다른 밸런스 조정안이 존재하게 되는데 바로 'Ban(금지)'라는 항목을 이용해 특정한 영웅의 선택을 금지하는 방안이다. 즉, 만약 제작사측에서 밸런스를 좀 못맞추더라도, 유저들이 스스로 알아서 오버파워가 존재하는 영웅의 존재를 배제할 수 있게 만들어놓은 것이다.
이 부분은 사적인 게임 개발 기업이 규칙을 변경한다는 점에서 특정한 선수등이 잘하는 쪽에 오버밸런스 등을 부여할 우려가 있는 점도 씻어낸다. 개발사가 좋아하는 선수등이 잘하는 영웅등에 혜택을 주더라도 상대하는 쪽이 선택하지 못하게 지워버리면 그만이 되는 것이다.
스타크래프트는 '유저들 스스로 밸런스를 조정'하는 부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결정적으로 취약점이 존재했다.
세 번째로 꼽을 수 있는 부분은 '팀 플레이'라는 점이다.
다른 스포츠를 생각해보자. 사람들에게 인기를 많이 끄는 것은 어떠한 것들인가?
대부분 '팀 스포츠'다.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럭비 처럼 힘을 합쳐서 승부를 겨루는 것들이 인기가 많고 보는 사람이 많다. 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자본이 몰리게 만들고 결국 그것이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오래 유지되기 쉽다는 것을 뜻한다.
솔직히 말해보자. 달리기, 수영, 펜싱, 검도, 태권도, 레슬링, 유도, 스피드 스케이팅 처럼 1대1로 겨루는 종목을 평소에도 챙기면서 찾아보는가? 까놓고 말해서 올림픽처럼 국제대회가 있을때나 좀 보고 마는 사람이 대다수다.
야구 축구 농구 같은 구기종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 1대1 스포츠 중에 탁구, 테니스, 배드민턴 등도 찾아보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다. 전체적으로 스포츠가 활성화 되면서 테니스를 보는 사람들이 많아지긴 했지만 1대1로 겨루는 것들이 인기를 끌기는 쉽지 않다.
1대1로 겨루는 종목중에 그나마 인기를 잘 끄는 것들은 피가 튀거나 일상에서는 불법행위라 할 수 없는 자극적인 것들이 많다. 권투, UFC 등이 대표적이다. 사람이 사람을 두들겨 패는 것은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모든 국가에서 금지한다고 할 수 있는 위법행위다. 그러나 인간의 내부에서는 그런 공격적인 부분에 대한 욕망이 분명히 존재한다. 유일하게 그런 공격적 욕망을 해소할 수 있는 루트가 권투나 UFC같은 곳이라 할 수 있어 이들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기가 쉬운편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무언가 협동을 통해서 한가지 목표를 이뤄내는데 더 큰 의미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팀플레이라는 것은 인기가 지속되도록 만드는 중요한 요소중 하나다. 거기다가 팀플레이를 하게 된다면 한사람이 한사람을 상대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그 속에서도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을 상대하는 광경도 분명 나타나게 된다. 그런데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을 상대하면서도 밀리지 않는다면? 그런 장면이 특정한 한 선수가 자주 연출해낸다면? 이런 플레이를 행하는 사람은 그야말로 옛날 이야기 속에서 나오는 '영웅'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그리고 그런 영웅들은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매력이 있다. 이것 또한 특정한 스포츠의 인기가 지속될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프로스포츠에 있어서 '영웅'의 존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래서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보이는 사람이 나타나면 스포츠 언론 등에서는 그런 선수를 띄우려고 분주하게 노력하면서 그 선수가 그 기간에 지속적으로 기대에 부응해주면서 '영웅'이 되길 간절히 기도한다. 물론 대부분은 중도탈락하게 되지만...
즉 롤은 서로간의 실력을 정당하게 겨루어 경쟁하고, 그런 경쟁의 승자를 가려내는 행위인 '스포츠'로서 요소와 함께 높은 직관성과 팀플레이, 영웅(가장 대표적인 것이 Faker)의 존재 등으로 지속적으로 시청자를 확보하여 '프로 스포츠'로 자리잡을 수 있는 요건을 모두 잘 갖추었다.
(Faker 이상혁)
거기다 아직 제대로 자리잡지 못해 대중의 압도적 지지와 인기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와중에 이런 요소들을 한번에 담아(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장을 선점하는데도 성공했다는 점에서 리그오브레전드의 E-스포츠로서의 인기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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