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동열 감독이 국정감사에 불려나갔다.
일명 '오지환' 사건으로 불리기까지 하는 국가대표 자격과 그에 관련된 군면제 문제 때문인데, 이에 대한 야구팬들의 불만을 정치권에서 캐치한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가장 인기가 많은 스포츠 중 하나가 야구이니, 그 야구팬들에게 쌓인 불만을 잘 활용해 자기편으로 만들어 놓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뭐 자신의 인기를 위해 한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렇게 인기를 얻는 과정이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듣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잘못된 것은 정말 다른 것은 없이 '인기'만을 위해 한 행동이었다는 것이 명확하게 드러났다는 점이다. 국민의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을 위해서'한 행동일 뿐이었다.
야구팬들이 왜 화가 났을까? 그리고 이들이 원하는 의혹에 대한 해명이란 무엇일까?
사실 이 과정은 어느 정도 야구에 그 동안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거나, 아니면 조금은 깊게 이 사안이 발생한 것에 대한 기사나 블로그 글 등을 찾아보아야만 알 수 있다. 그래야만 결정적으로 야구팬들이 국가대표 감독에게 화를 내는 원인을 알 수 있다.
여러가지 원인이 있지만 결정적인 원인은 이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선동열 감독은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를 뽑을 때 다음과 같은 말들을 했다. (완벽히 똑같진 않겠지만 분명 이렇게 해석될 만한 말들을 했다)
"금메달을 위해 현재 최고의 성적을 내는 선수들을 뽑겠다."
투수는 올해 이닝소화력, 평균자책점 등이 좋은 선수를,
타자는 타율, 타점 등이 좋은 선수를 기본적으로 선발하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팀을 구성하려면 투수는 선발, 중간계투, 마무리 등 각 보직에 맞는 선수들을 뽑아야 한다. 타자 역시 마찬가지다. 타율과 타점등만 보고 뽑았다가 자칫 잘못하면 4번타자 같은 느낌의 선수만 줄줄이 뽑히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런 경우에는 오히려 너무 단조로운 팀이 되어 상대편에게 약점을 제공하는 꼴이 될 수 있다. 수비포지션 등이 겹치는 문제도 발생한다.
따라서 주요지표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포지션 및 세부지표나 눈에보이지 않는 여러 요소를 감독과 코치들이 따져서 최종적으로는 감독이 선수를 선발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여러가지를 따질 때 선동열 감독이 또 다시 이에 대한 원칙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 했다. 그리고 문제가 되는 타자와 관련된 이야기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존재한다.
"수비가 좋은 선수를 우선적으로 뽑는다."
"멀티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선수를 뽑겠다."
"특히 백업으로 들어올 선수는 수비가 좋고 멀티포지션이 되는가를 중점으로 살피겠다."
이런 발언들을 던져놓고 뽑은 선수가 오지환이었기에 야구팬들이 의문을 제기하면서 화를 내는 것이다.
먼저 오지환은 분명 올해 주지표인 타격지표가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긴 했지만 주전으로 뛸 선수에 비해선 많이 모자랐다. 즉, '백업'으로 국가대표에 승선한 선수다. 그런데 자신의 포지션에서 올해 '최다실책'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선수가 수비가 좋다고 말하는 것은 쉽지 않다. 많은 경기를 소화한 영향이 있다고도 할 수 있지만, 경기당 실책수로 비교를 해봐도 하위급이다.
(수비기록 중 중요한 에러 부문에서 계속해서 최다갯수로 꼴지인 상황)
더 큰 문제는 '멀티포지션' 소화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자리인 유격수 자리외에는 수비를 못한다는 것으로 이미 알려져 있는 상황이었는데, 수비하다 부상을 입을 확률이 높은 내야수의 백업으로 멀티가 되지 않는 선수를 뽑으면서 기존에 자신이 말한 '원칙'들을 스스로 무시하는 행보를 나타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군대문제가 걸려 당장급한 상황인 오지환의 상황과 맞물려 군문제 해결을위한 '부정청탁'과 같은 말들이 나오게 된 것이다.
비슷한 상황에 처했던 선수로 박해민이라는 선수가 존재한다. 그런데 이 선수에 대한 비판은 위에 언급된 사람과 비교해보면 조금 약한 편이다. 처음에는 아예 비판이 거의 없었다.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가 많았다. 거의 비판이 나타나지 않다가 오지환 선수에 대한 비판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서서히 수면위에 부상했는데 역시나 군문제가 급한 선수였기 때문에 함께 언급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도 비판의 수위가 약한 까닭은 무엇일까?
박해민은 일단 '수비가 좋다'라고 어느 정도 정평이 나 있다. 빠른 발과 높게 뜬 공의 위치를 캐치하는 능력이 좋아서 수비를 참 잘한다고 야구 해설가들이 경기를 하면서 한번씩은 꼭 언급하는게 이 선수다. 여기에 할려고 마음 먹으면 타 외야 포지션 소화도 가능하다. 또한 수비에서만 타 포지션을 소화하는 것이 아니라 '대주자'와 같은 포지션도 소화 가능해 수비뿐만 아니라 '주루'라는 공격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한 포지션을 담당할 수 있다. 올해도 이 선수의 '도루왕' 시상은 거의 확정된 모습이고, 이전에도 몇년 간 이 부분에 있어서 자신의 존재를 입증해 놓았다.
(주루기록 중 중요한 도루부문에서 최다갯수를 기록중이다)
그래서 이 선수에 대한 비판은 '급한 군문제' 상황과 비슷하게 맞물려 있는데도 불구하고 비판의 강도가 크게 차이가 나고 있다.
다시 말해 선동열 감독을 국정감사에까지 불러냈다면 이런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어야 야구팬들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손혜원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한 국정감사는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딱 봐도 전혀 이 사태가 무엇때문에 일어났는지, 야구팬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하나도 모른체 그냥 인기만을 얻기 위해 일단 불러다 놓고 화를 내고 보는 식이었다.
'너희가 화내는 것을 내가 대신해줄게'랄까?
그런데 이건 '대신'이 아니라 그냥 '자기 만족'처럼 보였다. 의혹을 제대로 파헤친것도, 명확한 근거도 없이 그냥 마냥 '사과하세요!'라는 듯한 태도는 마치 '감히 국회의원인 내가 명령하는데 사과를 안해?!'같은 자신의 권력욕구를 충족하고 싶은 행위로 밖엔 보이지 않았다.
이런 한심한 국정감사를 보고 오히려 국회의원에게 더 실망한 것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그 선수가 직접, 혹은 관련된 사람이나 구단 등이 압력이나 청탁, 부탁 등을 하지는 않았는가?'
'그렇다면 앞서서 선동열 감독님은 분명 수비가 좋은 선수를 뽑겠다고 해놓고 최다 실책 1위 선수를 뽑은 까닭은 무엇인가?'
'멀티포지션이 되는 수비 좋은 선수를 백업으로 뽑겠다고 해놓고 멀티가 안되는 선수를 뽑아 말을 뒤집은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만약 오지환이라는 선수가 군 문제가 걸려 있지 않았다면, 위에서 언급한 원칙을 무시하고 멀티포지션 소화 등이 불가능한 그를 뽑았을 것인가?'
이렇게 야구팬들이 원하는 것을 날카롭게 질문을 연속해서 해도 모자랄 판에 '사과할 기회를 주는데 하지 않을거냐'라고 '사과종용'만 하는 꼴은 보는 입장에서 상당히 불쾌했다. 전혀 관련 없어보이는 연봉, TV 같은 이야기나 '대기업 선수'라는 어처구니 없는 말까지... 그냥 되는대로 뭐 꼬투리 잡을게 없나 내뱉으면서 위협 하며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지 말라는 듯한 태도는 구역질이 솟아날 수준이다.
그렇지 않아도 감독은 선수선발과 기용에 전권을 가지고 있어 사실 선수들의 실력이나 성적이 어떻든 간에 뽑는다고 죄가 될 게 없다는 것이 기본이다. 선수를 잘못 선발하고 기용해 성적이 못나오면 기본적으로 그와 관련된 욕을 거의 다 먹는 '욕받이'에 있는 책임자의 위치이기에 그만큼 권리를 보장해주고 있는 상황인데, 이런 뒤집기 어려운 상황에서 저런 '사과종용'따위는 진짜 자기 손에 있는 공을 자기 머리로 집어 던지는 정신나간 폭투일 뿐이다. 보는 야구팬들의 기분이 얼마나 답답하고 화가나고 짜증이 났을까를 생각하면 오히려 본인이 사과해도 모자랄 판이다.
이 상황을 보고 한 가지 무서운 상황을 보아버렸다는 것이 더 괴롭다. 더 무서운 것은이걸 바탕으로 국회의원들이 어떻게 정치행위를 하는 것인지 깨닫아 버렸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말을 듣고, 제대로 이해하고, 상황을 파악해 정리 한 뒤에 행동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그냥 아무것도 몰라도 일단 저질러보자라는 식으로 정치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인기를 끌 수만 있으면 돼'라는 생각으로...
화가 난 군중앞에 다가가 '내가 너희들을 위해 정의의 철퇴를 내리마! 그 대신 나를 따르라!'라고 외치면서 사람들을 꼬시기에만 열중할 뿐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머리로 확실히 인식하지 못할지라도 무의식 속에서라도 조금씩 인식하게 되었을 것이고, 안그래도 낮은 정치권에 대한 신뢰를 더더욱 무너뜨리는 상황을 만들어 버렸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원래 스포츠에서 선수 선발과 기용은 감독의 고유권한으로 인정해주고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국정감사에서 이 부분을 들쑤셔놨다. 안 그래도 최근 야구계는 오랜기간 국가대표 감독직이라는 것에 부담을 느껴 많은 사람들이 하지 않으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한 감독이 '다리가 불편해 절뚝 거리는 모습을 국가대표로 나가 보여주고 싶지 않다'라고 했음에도 하려는 사람이 없어서 결국엔 맡아야만 했던 것을 기억해보면 명확하게 드러난다.
즉, 감독이라는 직책의 '고유권한에 월권을 행사한다'라는 아주 위험하고 중요한 부분을 들쑤실려면 더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확실하게 원인이 된 것과 문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해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해야함에도 불과하고 평소하듯이 막무가내로 일을 진행해 버렸다.
이런 어이없는 막무가내 사태를 지켜본 사람들이 과연 앞으로 야구 대표팀이라는 것을 더 기피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신망 있고 능력있는 감독들의 기피는 곧 야구대표팀의 전력약화로 이어지고, 그로인해 국제대회 성적이 나오지 않는 스포츠가 되면 최종적으로는 야구의 인기 역시 언젠가는 퇴보하게 될 것이다.
해외 사람들이 보지나 않았을까 싶어 걱정될 만큼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국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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