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등교육법 개정안', 통칭 '시간강사법' 혹은 줄여서 '강사법'이라고 불리는 법은 대학교에서 시간강사직을 맡고 있는 사람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시행한 법이다.

 

주요 내용은 시간강사들은 기존 교원으로 인정하지 않던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 바꿔 교원으로서 가질 수 있는 권리가 발생하며, 반드시 1년 이상 단위로 계약을 체결해 임용하여야 하며, 기존에 재량껏 행해지던 임용절차를 위원회 등을 구성하는 시스템적인 부분으로 변환시키며, 본인 의사 반하는 권고사직 불가능, 방학 중에도 임금 지급, 4대보험 보장 등등...

 

복잡하다면 그냥 간단하게 생각해도 된다. 쉽게 말해서 '대학에서 시간 강사한테 돈 더 써라'라는 뜻이다.

 

1시간당 적게는 3만, 많게는 8만 정도까지 지급되지만 연평균 시간강사들의 평균 수입은 1,000만 원 수준이었다고 하니(강의를 많이 못함 + 방학기간 수입없음), 좋은 상황이 아닌 것은 분명했던 것 같다. 법 내용대로만 집행되면 이들의 처우가 많이 개선되어 이전보다 나은 상황이 올 것이다.

 

(시간 강사의 괴로움을 나타냈다는 책. 예전에 조금 읽다가 말았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법이 막상 시행되자 어떻게 됐을까?

 

처우개선은 커녕 아예 해고하는 사태가 나타났다. 시간강사를 강의에서 배제하고, 이들이 빠진 자리에는 남은 강사나 전임교수 등으로 채워질 것이다.

 

사실 경제학적으로 따져보면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었다. 대학도 어떻게 보면 강의를 학생들에게 판매하고 그 돈으로 유지하고 수익을 내는 기업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는데 수익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비용만 급등하니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그리고 해고로 이어진 것이다. 강사법이 통과되고도 몇 년간 시행을 계속 유예 시켜온 것도 이런 부작용 우려로 반대하는 사람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최저임금과 비슷하다.

 

최저임금 부작용과 찬반논쟁

 

국가에서 강제로 비용을 대폭 증가시키면, 부작용으로 실업이 심화된다. 실업이 심화되면서 얻는것보다 잃는게 많아진다.

 

더 직접적으로 와닿게 생각해보자. 4명의 가족이 살고 있는 한달 수입이 400만 원, 지출이 300만 원이던 상황에서 갑자기 물가가 급등해 기존과 같은 소비를 할 경우 지출이 350으로 오른다면? 그리고 이런 물가 급등이 지속될 것 같다면? 혹은 300이 아예 450이 된다면? 당연히 기존과 같은 소비를 할 수가 없다. 어딘가에서 비용은 줄이거나, 앞으로 줄이려고 할 것이다.

 

(강사법 관련된 SBS뉴스들)

 

시장에 맡기지 않고 국가가 무언가를 강제로 하려고 할 때는 바둑과 비슷하게 생각하고 움직여야 한다고 본다. 즉, 두 수, 세 수 앞을 내다보아야 하는데, 그딴거 상관없이 '뭐? 시간강사들이 힘들다고? 그럼 대학에다 명령 내려서 돈 더 주라고 해.'라는 단순무식한 논리로 무장하고서는 '너희들을 위해 우리가 일했다'라고 하면서 표를 얻어내기 급급했다는 것이 강사법의 문제다. 최저임금도 마찬가지다. '최저임금 받는 사람들의 생활이 힘들다고? 그럼 우리가 최저임금 마구 올려준다고 하자.'라는 논리다.

 

만약 그런 표 얻어내기 급급한게 아니었다면 그냥 '난 무지몽매한 인간이라 아무것도 모르지만, 일단 그냥 내가 생각한대로 해봐. 혹시 알아? 잘 될지?'라는 생각으로 국민을 실험쥐 취급한 것.

 

그렇다면 뭘 어째란 것이냐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얕은 생각이나마 여기에 한 번 부작용을 줄이면서 할 수 있는 대책들에 대해 써보려 한다.

 

★ 첫 번째 방법, '돈 더주는 것'에 대한 속도조절이다. 위에 개정안에 대한 설명을 보면 알겠지만, 고용 안정성, 수익성, 복지, 권위 등등 한꺼번에 모든 것을 안겨다주려는 형태다. 그것도 어느 하나도 기존과 비교해서 조금나아진 수준이 아니라 한꺼번에 확나아지게 만들려는 모습이 보인다. 아마 그렇게 해야 뭔가 많이 개선됐다고 사람들이 느낄 것이고, 표를 자신들에게 줄 것이라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그 때문에 너무 급격하게 바뀌어 버렸다.

 

위에서 예로 든 것을 다시 가져와 생각해보자. 작년 수입이 400만 원, 지출은 300만 원에서, 올해 수입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올해 작년과 똑같은 소비를 했을시에 지출이 303만 원이나 305만 원으로 늘어났다면 어떨까? 조금 지출이 늘어났지만 실질적으로 별 감흥이 없다. 즉, 소비를 그대로 유지시킬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강사법 역시 한꺼번에 처리할 것이 아니라 하나씩 천천히 진행시켰다면 지금보다 부작용이 훨씬 덜 했을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시간강사들도 충분히 느낄만큼 좋은 상황이 올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조금씩 변화하면 대학과 같은곳에서도 앞으로 늘어날 지출에 대한 대비를 하기도 쉽다. 위의 가정집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지출이 300만 에서 350만이나 450만으로 늘어나는 것보다 303만, 307만, 310만 이렇게 천천히 늘어간다면 갑자기 지출이 급등할 때보다 대비할 물리적, 심리적,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움직일 수 있다.

 

뭐든지 '한방에' 해내라면 쉽지 않은 법이다. '10년 안에 1억 모으기'와 '1년 안에 1억 모으기'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쉽겠는가? 그리고 더 현실적이겠는가?

 

전국 모의고사에서 등수가 하위권에 학생에게 한 달 뒤 시험에서 갑자기 전국 20%안에 들라고 하면 그 학생은 '뭔 헛소리야, 그게 어떻게 가능하다는 거야?'라고 생각할까? '그래! 충분히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할까? 그 학생이 원하는 보상을 해준다고 하더라도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 그런데 심지어 강사법의 상황은 무언가 보상같은게 있지도 않다.

 

★ 두 번째 방법 강사들이 일할 수 있는 공간, 소위 말하는 풀(Pool)을 넓혀주는 방법이다. 가장 근본적으로는 학생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출산율을 높여서 학생숫자가 늘어나게 하는 것인데, 이건 정말 너무나도 오랜시간이 지나야 가능하고, 계속 떨어지다가 지금은 최악의 출산율이 나타나고 있는 지금 꺼내기에는 민망한 대책이다. 거기다 대학과 같은 경우 출산율이 높아져도 무려 20년 정도는 지나야 그 효과를 조금씩 체감한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대책이라고 할 순 없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근본적인 방법으로만 꼭 갈 필요는 없다.

 

30대나 40대 및 그 이상을 교육집단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을 사용하면 된다. 요즘엔 수명이 길어져 정년 은퇴 뒤 무얼 할까 고민하며 시간만 보내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들도 잘만하면 교육집단에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일반적인 학업과정이 끝난 이들을 강의를 받을 집단으로 끌어들이기엔 쉽지 않을 것인데, '고위직종'이라는 매력적인 지위를 선사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예를 들면 폐지도니 사법시험의 부활이다. 사법시험과 같은 어려운 전문시험들이 존재하고, 전문자격을 부여해 그에 대한 댓가를 준다면, 그에 대한 사람들의 도전의식이 생긴다면, 그 속에서 강사들의 강의에 대한 수요를 끌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

 

이 방법의 경우엔 잘 되더라도 '뛰어난 강의'라는 것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어차피 듣지 않는다는 점이 존재한다. 즉, 강의실력이 형편없는 사람은 결국 도태된다는 것이라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존재하지만 '일할 공간'이 늘어나고 '정당한 경쟁'이 뒷받침 된다는 점에서 단점을 충분히 커버하고도 남는다. 고위직종 및 전문직종 시험의 부활이 쉽지 않다는 것과 30대 이상들을 확실히 끌어올 수 있느냐가 걸리긴 하지만...

 

그 외 학점은행제나 EBS인터넷 강의를 확대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일정 부분 지원을 할 수도 있고, 고등학교 과정까지만 아니라 대학 이상의 과정까지도 커버하도록 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이런분야에 두각을 나타내 EBS 강사 등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이건 인터넷과 모바일이 계속해서 발전하는 지금과도 어느 정도 잘 들어맞는다.

 

이 방법의 장점은 또 다른 곳에도 있을 것 같다. 일단 풀이 넓어지면 전체적으로 강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져 경험을 쌓을 기회도 생긴다는 것이다. 대강 몇몇 분의 이야기를 살펴보니 해외 등으로 나가려고 해도 '강사로서의 경험'을 중요시하는 곳이 많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런 경험을 쌓을 곳조차 없어 걱정이라는데 이런 부분의 걱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 세 번째 방법, 꽤 오랜 시간이 고통스럽겠지만, 강사법을 그냥 당장 폐지한 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이다.

 

가만히 놔두면 시장논리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서 열악한 시간강사에 대한 공급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고, 공급이 줄면서 가격이 상승(즉 임금 등이 상승)하여 결국엔 이들에 대한 상황이 개선되는 것이다.

 

강사법을 그냥 놔둔 상태로 있으면 되지 않냐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법률은 강제적으로 강사들의 가격이 높아진 것, 쉽게 말해 강사들의 몸값이 올랐다는 것이다. 그리고 몸값이 올라간 곳에는 노동의 공급이 증가하기 마련이다.

 

안 그래도 강의를 몇 개 잡기도 힘들정도로 시간강사들의 공급이 많은 상황인데 강사법을 유지한다면... 이전보다 강사에 대한 공급이 더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위에서 말한 방법들 말고도 다른 방법들이 많을 것이고, 더 나은 것들도 많을 것이다. 이런 방면에 대해서 오랜시간 지켜보고 관찰해온 사람이나, 현직에서 몸으로 느끼면서 나아질 방안 등을 생각한 사람이라면 훨씬 더 괜찮은 것들을 생각해낼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무엇이든지 급하게, 그리고 생각없이 일방통행과 같은 생각으로 처리하려 하면 오히려 부작용이라는 덫에 걸려 장점이라는 싱싱한 살점이 다 뜯겨나가고 남은 건 썩어빠진 단점이라는 살점만 남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인간은 생각보다 급격한 변화에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상당히 취약하다.

 

얼마전 'SBS 능력인가 행운인가'를 보고 쓴 글도 어찌보면 비슷하다.

 

비정규직, 조건 없는 정규직 고찰

 

'비정규직이 힘들다고? 그럼 정규직 해줘. 문제 해결~! ^^'

 

...

 

정말 해결된 것일까?

 

결국 둘 다 속 깊은 내용이나 원인을 살피지 않는 방법일 뿐이다.

 

현재와 앞으로의 수요는 어떠한지, 공급이 많다면 과다 공급된 원인은 무엇인지, 이 공급을 다른 쪽으로 돌리거나 아니면 활용할 방법은 무엇인지, 부작용을 줄이면서 해결할 방법이 있을지 등을 고려하지 않아 생긴 문제들이다.

 

아니면 생각이 없거나 아예 생각하는 것 자체가 싫은 것이거나, 권력 욕심에 눈이 멀었던가, 현실을 '유토피아'라는 사고방식을 가진 것이다.

 

'쟤들한테 돈 더줘 그냥'이라고 하면 저절로 하늘에서 떨어지고, 땅에서 솟아나며, 박에서 쏟아져 나온다고 생각하면 복잡하지 않고 모든 문제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은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