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특집으로 기획된 이 방송 2부(2018년 11월 18일 송출된 것)에서 특히나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운'이다. '운칠기삼'이라면서 운이 가장 중요하다고 표현하고, 사람들의 성공을 결정짓는 것등을 이와 연관지은뒤, 마지막에는 '모두에게 동일한 지원'이 결국 여러분야의 운을 잘 작동시켜서 사회가 더 좋아진다라는 느낌으로 마무리한다. 이 이야기가 맞는 것일까?
'안드레라피사다(물리학자), 알레산드로 플루치노(물리학자), 알레시오비온도(경제학자)' 3명이 뭉쳐서 진행한 실험을 바탕으로 운과 능력 중 무엇이 중요한지를 성공의 잣대로 제시한다.
실험 방식은 컴퓨터 가상의 공간에서 인간의 능력과 운으로 시뮬레이션을 진행하여 성공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살펴본 것이다. 실험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가상 세계에는 열심히 살아가는 1000명 정도의 사람이 존재한다.
2. 20세부터 60세까지 40년간 진행한다.
3. 각기 다른 수준의 지능, 재산, 능력, 행운과 불운을 무작위로 설정한다.
3가지 조건을 바탕으로 실험결과 100회 이상에서 일치한 높은 성공을 성취한 사람들은 '능력이 평균적이어도 운이 좋은 사람들이다'라고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렇게 덧붙인다.
"행운과 불운이 능력의 몫을 좌우하며 성공을 분배하는 결과를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주의! 능력 없는 자가 성공한다는 의미아님' 및 '가만히 행운을 기다리라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유사한 능력이 어느 정도 있을 경우 운이 더 중요하단 의미'라고 주장한다.
???
'운칠기삼이 과학적인 물리 모델로 입증!'이라며 운이 가장 중요하다 해놓고 '유사한 능력이 있을경우'라니 무슨 소리인지???
이에 대한 의문은 실험 조건을 찾아보면 알 수 있다. 실험 조건 1을 살펴보자. '가상 세계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그렇다. 이 실험에 들어간 사람은 모두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모두가 비슷하게 노력한다면 당연히 다들 비슷한 수준까지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즉, 모두가 거의 똑같은 수준의 능력을 갖추게 되었으므로 마지막에 남은 것이 운이었을 뿐이다. 현실세계와의 결정적 차이가 여기서 나타나고 있다.
결국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의 능력은 비슷하다'라는 애초에 현실과 동떨어진 이런 오류를 지닌 실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한 것들이 과연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을까?
이 방송의 말미에는 이런 오류성 실험을 가지고 올바른 분배 정책에 대해서 다시 이야기한다. 위의 3명이 다시 등장한다. 구체적인 실험 목표는 '어떤 지원방식이 더 큰 성공'을 가져오는가이다.
1. 미국식 능력주위 방법. 기존에 높은 성취를 낸 사람들에게 대부분의 돈을 지원.
2. 무작위 랜덤으로 돈을 지원.
3. 모두에게 균등하게 지원.
이 실험에서는 가장 좋은 결과를 얻은 것이 3번째 방법이었다고 연구진은 소개한다.
"모두에게 기존의 성공을 상관 않고 돈을 분배하는 3번째 방법이 성공이었죠. 지금까지 성공했다고 또다시 성공을 거둘 거란 확신은 없습니다. 또한 운 때문에 성공을 거뒀을 수 있으니 그걸 받아 마땅하다는 증거가 없습니다. 반면에 모두에게 기회를 주면 어디서 '세렌디피티'가 발생할지 모릅니다(세렌디피티가 더 많이 발생할 것이라는 뜻)"
세렌디피티는 여기서 '뜻 밖의 행운'이라는 뜻이다. 즉, 모두에게 균등하게 지원했더니 행운이 발생하는 횟수가 더 많이 늘어나 '사회전체의 행운이 많아져 성공이 더 많이 나타났다'라는 뜻이다. 그리고 이를 '보편적 복지'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일단 다른 걸 따질 필요 없이 3번이 어떤 국가의 방식인지 생각해보자.
SBS 운인가 능력인가라는 이 방송에서는 1번 실험 방식을 소개하며 이를 '미국식 방법'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3번은 어느 국가 방식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과연 3번 방법은 무엇에 가깝다고 생각하는가?
다들 바로 떠오르는 게 있을 것 같다. '소련'이나 '북한'과 같은 국가들이 가장 먼저 머리속에 들어오지 않는가? 그리고 그런 국가들을 떠올릴 땐 꼭 '망한' 혹은 '무너지고 있는 혹은 무너진 국가'라는 생각이 함께 따라올 것이다.
왜 실험에서는 '발생한 결과물을 모두에게 똑같이 지원하니 사회가 훨씬 더 잘 살게 되었다'로 귀결되는데 현실에서는 '모두에게 똑같이 분배하자!'라고 한 국가들이 결국 무너졌고, 무너지고 있을까? 대충 세 가지로 귀결된다고 본다.
1. 근로의욕 저하
2. 창의성 하락.
3. 권력
1번 근로의욕 저하는 '내가 더 열심히 해봤자 타인과 어차피 똑같은 액수를 가지게 되는데 왜 열심히 할까?'라는 인간의 생각이다. 위 분배 실험에서는 '모두가 열심히 산다'라고 하지 않고 '성공을 바라는 1000명의 사람'이라고 기본 조건을 깔아두었는데 아마 이것 역시 '열심히 산다'를 '성공을 바라는'으로 바꿔 이야기했을 뿐이라고 보인다. 즉, 이 실험은 인간의 심리와 본성을 무시하고 있다.
2번 창의성 하락 역시 1번과 이유가 비슷하다. 인간이 창의성을 발휘하여 더 개선된 제품 등을 만들어내려 노력하는 근본적 이유 중 하나는 그렇게 하면 자신에게 '더 높은 보상'이 돌아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게 없어지면 당연히 무언가 창의적인 일을 할 동력이 사라지고, 발전이 없어진다.
3번의 권력 또한 인간의 본성이 작용한 결과다. '모두에게 똑같은 분배'를 하려면, 현실에선 그걸 집행할 누군가가 있어야 하는데 바로 정부가 이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렇게 분배를 관장할 정부 역시 움직이는 것은 인간이다. 즉, 분배를 관장할 자리에 자신이 선 순간 사람의 탐욕과 이기심이 작용하면서 타인에게 갈 분배물을 자신과 주변사람쪽으로 돌리기 시작한다. 권력을 잡은 사람이 인간의 본성에 의해 잘못 권력을 휘두르게 되는 것이다.
'모두에게 조건없이 똑같이 돈을 지원'을 보편적 복지라고 불러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보편적 복지란,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지 사회에서 만들어낸 성과물을 동일하게 분배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공평한 기회로 현대 사회에 적용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교육'이다. 의무 교육 등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높일 기회를 확보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의무 교육이 잘 진행 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생활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역시 어쩌면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방송에서 말하는 '핀란드의 기본소득제'도 어쩌면 이런 부분에서 보편적 복지에 들어 갈 수 있다. '기본적인 생활 환경 조성'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여기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560유로(70만 원 수준)수준으로 위의 실험에서 말하는 '똑같이 돈을 지원'이라고 말하기엔 빈약한 수준으로 정말 기본적 생활 정도만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핀란드의 2017년 1인당 GDP는 약 4만 5000달러로, 우리나라 돈으로 따지면 5천 만원 수준이다. 즉, 평균적으로 일하는 사람의 경우 1달에 400만 원 정도를 번다고 볼 수 있는데 기본소득으로 지급되는 70만 원은 5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이 정도를 가지고 '핀란드 방식이 3번 실험의 결과물'이라는 듯이 근거자료로 들이대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된다. 거기다 핀란드 역시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라 이마저도 실험중인 상황이다.
'가진 이들의 행운을 세금으로 재분배 한 국가'라며 현재 핀란드의 상황을 여기에 집중시키는 것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노키아의 몰락으로 온 위험도 이를 통해 해결했다는 듯한 뉘앙스를 보여주는데, 아직 노키아 몰락(2012년) 이후 몇 년 되지도 않았다. 또한 노키아 몰락 이후 핀란드가 취한 다른 정책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공부문 휴일수당 삭감'
'2017년은 아예 임금 동결'
'임금 상승 없이 근로시간 증가 가능'
'정년 연장과 그로인한 연금지급 나이 상승'
'각종 복지혜택 축소 및 심사 강화'
여기에 더해서 넓은 국토. 국토 면적에 비해 적은 인구 등등.
오히려 더 중요할 수도 있는 이런 것들을 다 제쳐두고 '기본소득 지급'이라는 것 하나에만 초점을 맞춰 '3번 모델의 성공 사례'라고 주장하는 건... 상당히 지나친 발상이 아닐까 싶다.
추가적으로 핀란드 같은 국가는 벌써 오랜기간 이런 정책들을 펼쳐오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살기 좋다'라고 입소문을 탄 국가다. 그런데 왜 아직까지 인구가 이렇게 적을까(약 550만 명)도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좋은 곳이라면 너나 나나 할 거 없이 대규모 이민 등이 행해질만도 한데 말이다.
결론적으로 이 방송에서 말한 행운과 성공의 연관관계는 무척 과장된 이야기다. 운칠기삼? 가장 중요한 것인 운? 아니다. 여전히 가장 중요한 것은 노력이고, 능력이다. '열심히 사는 1000명의 사람'이라는 이야기는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가상공간 속의 이야기일 뿐이다.
남보다 더 많이 노력하면 더 높은 능력을 가질 가능성이 훨씬 높고, 이걸 바탕으로 한 성공은 운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작용한다. 물론 그런 노력과 능력보다 운이 강력하게 작용한 사람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소수일 뿐이다. 그게 무척 못마땅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그런 극소수를 말도 안되는 실험 등을 통해 일반화 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박진영이 현재 우리나라 최고의 걸그룹 트와이스를 뽑을 때 '식스틴'이라는 방송에서 한 이야기를 덧붙여 보고 싶다.
(2015년 진행된 JYP엔터 데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박진영은 식스틴에서 '좋은 가수'가 되려면 우선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좋은 가수의 덕목으로 3가지를 말하는데, 그 3가지 중 하나로 성실을 꼽으며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다. 이야기를 들어보자.
"너희는 지금 하려는 게 퍼포먼스까지 함께하는 가수잖아. 그렇지?"
"그럼 꼭 매일 해야 될 것만 간단히 살펴보자. 체조해야 되지, 스트레칭, 운동, 춤연습, 노래연습 ··· ··· 지겹지? 그 지겨운 거 이겨내는 사람이 성공해. (그런데) 이거를 매일 안 하는 사람 중에 잘되는 사람 있냐? 어 있어. 잘돼. 잘 되는 사람 많아. 왜? 재능이 타고난 사람들이 있어."
"나 때는 없었겠니? 있었겠지? 맨날 술 먹고 취해서는 클럽 돌아다니고 담배 피고 이러는데 노래는 또 너무 잘해."
"근데 문제가 뭔 줄 알아?.."
"오래 못 가. 짧게 보면 별 차이 아닌거 같지만 ···"
'운이냐 노력(능력)이냐'를 말하는 지금 박진영이 말하는 가수의 재능은 바로 '운'에 해당할 것이다. 타고난 재능(신체구조)이 만들어내는 가창력, 그리고 멋있고 예쁜 외모 등도 가수의 타고난 재능인 '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박진영의 오랜 연예계 경험으로 보았을때 성실(노력과 능력)함이 뒷받침 되지 않는 사람은 결국엔 오래가지 못했었다.
내 생각엔 이 이야기는 비단 연예계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모두 적용된다. 위 실험에서 연구진이 밝힌 '이번에 성공했다고 다음에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라는 이야기는 모두가 동일할 때 이야기일 뿐이다. 다른 사람보다 더 성실히 노력하는 사람은 분명 100%라고 할 수는 없지만 다음에도 성공할 확률이 훨씬 높은게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세계다. 이건 따로 실험따위 하지 않아도 우리가 살아가면서 주변 곳곳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것들이 아닌가?
참... 방송의 1부는 꽤 생각할 거리도 많고 괜찮았던 것 같은데, 2부는 정말 별로인 것 같다.
→ 1부를 보고 생각한 '조건 없는 정규직 전환'에 대해서
SBS에서 진행한 어처구니 없는 실험으로 나타난 결과에 흔들리지 말자. '똑같이 분배 받아 모두가 함께 로또 복권을 긁으면 당첨되는 사람의 숫자가 늘어난다'와 비슷한 소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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