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정해진 한가지 의미로 사용되는것은 아니지만 공공연히 사용되는 단어가 바로 '밀어내기 매출'이다. 공식적으로 정해진 뜻이 없지만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1. 매출액(실적)을 부풀리기 위한 행위


기업이 매출액을 높여야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 있을 수 있다.


주식이 상장된 기업의 경우 일정한 매출액 기준을 달성하지 못하면 관리종목에 지정될 수 있고 이것이 지속되면 상장폐지가 되기도 한다. 상장을 유지하려면 억지로라도 매출액을 높여야 한다.


투자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방편으로 매출액을 높여야 할 수도 있다. 적자가 나고 있더라도 매출액이 빠르게 증가하는 회사의 경우, 투자자들에게 '우리가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니, 지금 당장은 적자가 좀 나서 힘들지 몰라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투자해주십시오.'라고 설득하는 것이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투자를 받고 나면 오히려 실적이 안좋아지거나, 생각한 만큼 실적이 빠르게 좋아지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상장을 유지하거나 투자를 받기 위해서 실적을 강제로 부풀려야만 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거래를 하고 있던 곳에 찾아가(대부분 연말에 찾아간다. 연말에 실적을 대폭 늘려도 결국 1년 실적에 모두 포함되기 때문) 이렇게 말할 것이다.


"혹시 내년에 필요한 물건을 지금 구입할 생각 없으세요?"


상대방 입장에서는 내년에 필요한 건 내년에 구입하면 되는데 이게 무슨 소리일까 싶을 것이다. 그때 파격적인 조건들을 덧붙인다.


"지금 내년치 물량을 구입해주시면 결제 기한을 늘려드릴게요. 지금은 주문하고 3개월 뒤에 결제하고 계시죠? 6개월로 늘려드릴게요. 그러면 어차피 내년에 주문하고 결제할때랑 비슷할거에요. 네? 내년에는 조금 늦게 주문하실꺼라구요? 그럼 9개월은 어떠세요?"


"할인도 해드릴게요. 원래 그 정도 주문하시면 개당 100원인데 지금 주문하시면 더 깎아드릴게요. 개당 90원에 어떠세요?"


거래하던 상대방은 결제도 내년에 주문하는 것과 동일한 기간에 결제하게 되고, 할인까지 받게되니, '그래, 내년에 어차피 필요한 물건들인데 지금 주문하자. 이런 기회가 어딨어?'라고 생각하면서 내년 주문을 당겨서 주문하게 되는 것이다.



2. 본사 실적을 보전하기 위한 행위(어찌보면 소위 말하는 갑질)


보통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많이 발생한다. 대기업 중에는 직영점이외에 대리점 등을 가진 기업들도 많은데, 경기가 좋아지지 않으면 그런 대리점들도 당연히 물품 판매량이 줄어들 것이다. 이때 대기업은 높은 지위를 이용해서 경기가 안좋아지기 전과 똑같은 물량을 사가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대리점을 못하도록 한다거나 해서 엄포를 놓으면 이들은 어쩔 수 없이 물량을 사가야만 한다. 아니면 '본사가 살아야 너희도 살지 않겠냐'라는 식으로 정에 호소(?) 같은 느낌으로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영업사원과 같은 사람에게 물건을 떠넘기는 방법도 있다. 본사 판매 물건을 영업사원에게 일단 판매하고, 그 물건을 영업사원이 판매를 하는 것이다. 본사는 일단 영업사원에게 물건을 판 것이 되기 때문에 실적이 유지된다. 그러나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물건을 떠넘겨 받은 사람은 죽을 맛일 것이다.


(얼마전까지 말이 많았던 남양 유업의 밀어내기 관련 기사들)


(사조산업 관련 밀어내기 기사들)


(유통 공룡 롯데와 관련된 밀어내기 뉴스들)


(풀무원 밀어내기 관련)


이런 방식의 밀어내기는 잡아내기도 쉽지 않고, 그리고 진짜로 필요해서 주문한 것인지 아닌지 구별하기도 쉽지 않아서 진짜인지 가짜인지 똑 부러지게 결론내는 것도 쉽지 않다.


(현대의 부품 밀어내기 관련 뉴스, 보다시피 공정위에서 밀어내기라 주장했으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이런 유형의 밀어내기를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는 대리점에서 진짜 필요해서 주문해갔는데, 경기가 좋아지지 않자 갑자기 밀어내기라고 주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혹은 싸게 사려고 대량으로 구입해갔는데, 결국 판매를 못하자 밀어내기라고 주장한다라고 말할수도 있을 것이다.


또 본사와 결국엔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을텐데, 그럴려면 어쩔 수 없이 밀어내기가 아니었다고 해야만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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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과 같은 실적을 부풀리기 위한 밀어내기의 경우에는 재무제표에 어떠한 영향을 줄까?


먼저 손익계산서 생각해보자. 매출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기업이 '할인을 해주겠다'라고 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원래 해주지 않던 할인을 추가로 해주게 되면 수익성이 나빠질 것이다. 즉, 비슷한 매출을 발생시키거나 더 많은 매출을 발생시키더라도 영업이익과 순이익 부분이 나빠지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 즉, 영업이익과 순이익률이 급격히 나빠진다.


두 번째로 재무상태표를 살펴보자. '결제기한을 늘려주겠다'라고 한 부분이 기억날 것이다. 결제기한이 늘어나면 재무상태표에 계상된 매출채권이 현금으로 회수되는 속도가 늦어진다는 것이다. 즉, 매출채권이 급격히 증가하는 모습을 나타난다. 매출액이 별로 증가하지 않았는데 매출채권은 기존보다 50% 증가하는 등의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목격된다. 심한경우 매출액이 감소했는데 오히려 매출채권이 증가하기도 한다.


매출채권의 부실에 따른 대손충당금도 증가할 것인데, 매출채권에 대한 % 비율인 대손충당금 설정률도 급격히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결제기한이 늘어났으니 그 사이에 부도가 나는 등 망하는 회사들이 이전보다 많아질 수 있고, 어떻게든 실적을 부풀리려 여기저기에 마구잡이로 할인과 결제기한 증가로 일단 물량을 넘기는데만 집중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상황이 너무 안좋아 보이던 거래처와는 신중히 거래했지만, 이제는 그런 신중함이 온데간데 없어진 모습으로 거래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대손충당금 설정률이 높아지지 않는다면 이후 감사인에게 "이렇게 하면 나는 '의견거절'이나 '부적정'을 줄 수 밖에 없다"라는 소리를 듣고 설정률을 높이게 될 확률이 높다. 그렇지 않다면 의견거절을 그냥 받아들이던지...


그 외 이후 리베이트를 주는 등으로 약속을 해놓고 일단 기존 가격에 판매한 뒤 리베이트로 돌려줄 돈을 대손충당금으로 넣는 방법도 있을수 있을거 같다.


결론적으로 이런 밀어내기 매출은 손익계산서에서는 마진 감소에 따른 이익률 하락, 재무상태표에서는 매출액에 비해 매출채권의 급격한 증가가 나타나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알아챌 수 있다.


즉, 이익률이 하락하면서 매출채권이 급격히 증가하는 기업은 당장의 실적만을 부풀리기 위한 밀어내기를 하지 않았는지 의심해보아야 한다.



이쯤에서 이런 생각이 떠오를 수 있다. 이런 1번 유형 밀어내기를 분식회계로 처벌할 수 있을까?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할인 판매하는게 뭐가 문제인가요?' '거래처의 사정을 고려해 결제기한을 조금 늘려주는게 뭐가 문제인가요?라고 하면 실상 별로 할 말이 없다. 그냥 판매촉진 활동에 좀 더 힘쓴게 되고, 정상적인 매출이 된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봤을 땐 가공매출이나 다름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2번 유형은 재무제표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까?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 즉, 재무제표를 보고 알아내기엔 힘들것이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물건을 대리점이라든지 영업사원에게 판매해서 넘겼기 때문이다.


1번 유형은 어쨌든 본인이 상대방에게 물건을 지금 사달라고 부탁하는 입장일지 모르지만, 2번은 부탁이라기보다는 명령에 가까운 느낌이라 딱히 할인이나 결제기한을 늘려주거나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물론, 조금은 해줄수도 있겠지만 1번 유형에 비해서는 할인같은 수준이 약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유형은 그나마 장기적으로 보면 재무제표에 영향이 올 가능성이 있다. 버티다 못한 대리점들이나 영업사원들이 쓰러져가면 더이상 밀어낼 곳이 없어서 매출과 같은 실적이 점점 안좋아지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다단계처럼(?) 계속해서 희생양(?)을 지속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야 결국 장기적으로도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또 보통 경기가 좋지 않을때 이런 행위가 많이 나타나는데, 극적으로 경기가 반등해서 물건이 팔려나가서 대리점과 영업사원들이 살아날 수도 있다. 그렇게 버티고 다시 경기가 나빠지면 또 밀어내기를 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2번 유형은 재무제표만 봐서는 쉽게 잡아내기가 어렵다. 대리점이나 영업사원 등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방법으로 알아내야 할 것이다.

Posted by 은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