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던 삼성라이온즈에 갑자기 폭탄이 하나 떨어졌다. 주요 선수들의 도박파문이 터진 것이다. 삼성은 결국 파문에 휩쓸린 선수들의 한국시리즈 출전을 금지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한 선수는 KBO 징계로 시즌의 50%를 뛸 수 없게 된 데다가 구단 내에서도 방출됐다. 아직 선수로서의 기량은 남아있었지만 자칫 잘못하면 그대로 선수생활을 접어야 할지도 모를 상황이 된 것이다.

 

위에서 말한 한 선수는 바로 임창용의 이야기다.

 

비록 많은 국가들이 도박을 합법화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자국 내의 도박장에서 하는것은 괜찮고 해외에서 하면 안 된다는 애매한 법률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사회의 약속으로서 지켜져야만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내가 보았을 때 분명 잘못된 점이 있다. 잘못을 저질렀을 때 '그에 합당한 벌'을 내려야 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도박을 한 것은 잘못이더라도 우리 사회는 법치국가로 합당한 죄값을 치루게 하고, 그 죄값을 치루면 다시 용서를 해줘야 옳을진데(이후 도덕적으로는 질타를 하더라도) 아무리 봐도 이게 제대로 이뤄졌다고 보여지지 않았다.

 

일단 KBO의 징계를 보자. KBO는 무려 한 시즌의 50% 출전정지라는 강력한 징계를 먹였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도박 파문을 통해 국내 야구계의 위상을 깎아먹었다는 점이 있지만, 실제적으로 야구 경기에는 큰 문제를 일으킨 사건은 아니다. 야구장에서는 조작되지 않은 본연의 기량을 최대한 쥐어짜내 플레이를 해왔다. 야구선수답게 말이다. 그렇게 따지면 50% 출전정지는 과도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것도 초범인데 말이다. 바로 얼마 전 어쩌면 '야구 경기 조작'이랑 비슷하다고 할 수도 있는 약물 먹은 선수도 그보다 가벼운 벌을 받았는데.

 

삼성 라이온즈 구단도 너무 냉담한 태도를 보였다. 구단 이미지나 모기업 이미지가 나빠질까봐 아예 방출해버리면서 선수생활이 끝날 위기를 만들었는데, 냉정히 말해서 일반 도박, 그것도 초범인 선수에게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구단에서 마저 그렇게 하자 '우리가 이렇게 내칠 정도로 이 인간은 나쁜 인간이다. 야구를 할 자격이 없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되어버렸다. 따져보면 이 정도는 구단에서 잠시 흥분한 팬들이 어느 정도 이성을 찾고 '용서해 줄만한 일이다'라고 생각할 때까지 지켜줄만했던 것 같은데 내쳐버리면서 은퇴기로에 서게 만들었다. 어차피 애매하게 두 선수는 남겨둘 거라면 왜 한 선수만 내친것일까?

 

물론 이번엔 파문이 터진 선수들은 모두 라이온즈를 대표하는 선수들, 어쩌면 나아가 대한민국 야구계를 대표하는 선수들이라고도 할 수 있어 좀 더 모범적인 모습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잘못한 것을 넘어설 정도로 벌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임창용 선수의 복귀가 참 반갑다. 힘든 시간을 잘 보내고 돌아왔기에.

 

결국 판단을 잘한 기아 타이거즈는 냉정을 되찾은 팬들 사이에서 어려운 때 손내밀어 준 구단이라는 이미지를 얻음과 동시에 좋은 선수까지 생겼다. 참... 이런 말을 하면 안되겠지만 과연 이건희 회장이 기업을 이끌고 있었다면 이럴 때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싶다. 삼성은 결국 단기적으로는 조금 구단 이미지를 살렸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결국 이미지가 그렇게 좋아진 것도 아니고, 선수들 사이에서도 구단에 대한 충성심이 흔들리지 않았을까? 충분히 지켜줄만한 사항도 칼같이 내쳐버리니 뭐... 어쩌면 현재 삼성의 성적이 바닥을 치는 것은 이 충성심과 무관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Posted by 은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