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불법대출을 잘못 이용했다고 피해를 입었다는 사람의 이야기가 기사로 올라왔다. 이런 기사를 보면 꼭 한 마디씩 달리는 댓글이 있다.

 

'은행 문턱을 낮춰라.'

 

이런 무식한 댓글을 볼 때면 답답하기 그지 없다. 이런 생각은 은행돈이 마치 흥부의 제비박에서 돈이 쏟아지듯이 그냥 샘솟아 나오는 걸로 착각하는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한 마디로 현실적인 생각은 하나도 못하고 이상적인 세계만을 꿈꾸며 사는 어린애 같은 발상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뭐, 실제로도 저런곳에 글을 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어린애겠지만...

 

은행이 빌려주는 대출금은 그냥 저절로 생겨서 나온 돈이 아니다. 여러 사람들의 돈이 모이고 모인 것이다. 이 사람들이 왜 자신의 소중한 재산을 맡겨겠는가? 물론 돈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도 있지만, 내가 하기에는 시간이나 정보가 부족하니 나 대신에 신용이 좋은 사람들에게 빌려줬으면 좋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즉, '내 돈을 이용하여 돈을 벌데, 내 돈을 떼 먹히면 안 된다.'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은행 문턱을 낮춰서 신용이 제대로 없는 사람이나 기업에 돈을 마구잡이로 빌려주라고?

 

그런 위험한 짓을 은행에서 한다면 과연 사람들이 그대로 은행에 돈을 맡겨 둘까? 당장 뱅크런이 일어나지나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2금융권에 돈을 맡기는 사람은 1금융권인 은행보다 좀 더 위험해도 되니 대신에 나에게 돌려주는 돈도 많아야 할 것이다라는 인식을 깐 것이고, 그 이후로 이어지는 곳도 마찬가지다.

 

좀 더 쉽게 생각해보자. 내 주변에 친구 3명이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 1명(A라고 하자)은 평소에 빌려 간 뒤에 갚겠다고 한 날짜에 꼬박꼬박 잘 갚아온데다가 직업도 가지고 있다. 또 1명(B라고 하자)은 한 번도 빌려 간 적이 없지만, 그래도 직업을 가지고 있고 평소 행실로 보아서는 내 돈을 떼 먹을 것 같지는 않다. 마지막 1명(C라고 하자)은 돈 떼 먹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맨날 하는 일도 바뀐다.

 

셋중 한명에게만 빌려준다면 누구에게 빌려줄 것인가? 100이면 100명 다 A를 고를 것이다.

 

만약 세명에게 모두 빌려준다면 동일한 조건으로 빌려줄 것인가? 머리에 총 맞은 것이 아닌 이상, 혹은 몇십년 지기로 내 목숨보다도 소중한 친구라도 되지 않는 이상 그럴일은 없을 것이다. 액수로 따지면 A>B>C순서로 줄 것이고, 만약 이자를 받기로 했다면 당연히 C>B>A 순서로 많은 이자를 받으려 할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함께 정해놓은 규칙을 깨부수고 '나만 잘 살면 되지, 남이야 알게 뭐야'라는 생각으로 무조건 문턱 낮춰라는 이기적인 소리는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애초에 논점부터 이상하다. 은행 문턱을 낮추는 것이 불법대출을 막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어린시절부터의 기본적 금융과 경제교육 등이 더 적절한 것 아닌가?

Posted by 은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