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에 대해서 아무런 제한도, 조건도 없이 무료로 매달 560유로를 2년간 지급한다'
상당히 파격적인 정책이다. 위 정책은 핀란드에서 나온 이야기로 국민의 기본소득을 보장함으로써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줄여주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물론 당장 전면적인 도입은 아니다. 약 2천명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운영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의도는 나쁘지 않다. 일단 기본적인 소득이 보장되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전국민들의 불안함이 줄어듬과 동시에 소득하위구간의 삶의질이 높아질 것이며, 사회전체적인 불안함이 줄어들면서 소비가 늘어날 것이고, 소비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기존보다 기업에서는 많은 공급을 하게 된다. 그러면 실업률까지 줄어들게 되면서 사회전체가 행복해진다.
아주 행복한 시나리오다. 그래도 좀 더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먼저, 먼저 자본주의 사회란 것이 어떻게 빠르게 발전해왔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간단하다. '차별'이다. 능력이 있고, 일을 많이 하면 그만큼 많은 돈을 벌 수 있고, 남보다 더 편한 인생을 살 수 있다. 즉, 남보다 편하게 살기위해 사람들은 서로 경쟁을 하게 되고, 그 경쟁 과정속에서 사회가 더 빠르게 발전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이미 오랜세월에 걸쳐서 증명이 이뤄진 상태다. 차별이 너무 심해지면 사회가 전체건강이 나빠진다고 하지만, 그것을 없애버리자 라고 하는 발상은 오히려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더 위험한 발상이 될 수 있다.
이런 까닭으로 자본주의의 기본은 '출발선을 비슷하게 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그 이후는 자신의 노력과 선택이다'로 발전되 오면서 교육이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교육이라는 출발선 역시 부모의 능력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지만...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경우 영어에 대해 무척이나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무래도 부모의 형편이 좋을수록 해외유학도 가기 쉬울 가능성이 높다. 특수 대학원으로서의 높은 학비와, 스스로 출발에서 실수했지만 이후 노력을 통해서 제자리로 찾아와도 벽을 만들어 버리는 제도인 로스쿨도 있다. 이런 교육적인 부분에서도 문제가 많더라도 출발선을 가장 비슷하게 만들 수 있는 제도가 이것이고, 실제로 자본주의는 이 교육에서의 경쟁을 통해 대부분 빠르게 발전했다.
두 번째로, 얼마든지 제도가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아무런 조건도 제한도 없다'라는 점은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다. 최소한의 조건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실제로 세계적 대공황을 탈출시킨 케인즈도 공짜로 돈을 나눠주라는 말은 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부지출을 늘려라. 어떻게 늘리냐고? 그냥 땅을 팠다가 메꿔버리기만 해도 된다.' 즉, 돈을 주더라도 무언가를 시키야만 제도 악용이나 나태함에 빠지는 것에 대한 방지책이 된다는 것이다. 이 제도의 도입으로 원하는 일에 취업하는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데, 최소한 그에 관련된 교육을 받은 후에 지급받도록 하는 것이 옳은 것이 아닐까?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이런식의 제도는 어느 정도 정착되어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
물론 위에서 말한 두 가지 이유에 대한 반론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첫째로 560유로는 생각보다 큰 돈이 아니라는 것. 차별이 사라진다고 걱정할 수준은 아직 안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제도 악용이라는 부분도 얼마든지 다른 처벌 사항등을 내면서 보완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런식의 반론이라면 기존 자본주의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기존에 있던 제도들을 보완하는 정도, 즉 앞에서도 말했듯이 '최소한 땅이라도 팠다가 메꾼 후에' 돈을 지급한다던가, 안되면 셜록홈즈에도 나왔듯이 사전이라도 베껴쓰게 하고 돈을 지급하는 것이다. 오히려 자본주의의 근간을 위협할 수도 있는 정책을 실행할 바에는 이런 방법이 더 안정적이고 좋은 것아 아닌가? 이 제도가 만약 단기적으로 조금 효과를 나타내었다고 해서 조금씩 강화하다 보면 그것이 곧 사회주의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또한 이미 글로벌화된 사회에서 내수가 조금 살아날지는 몰라도 그로인해 타 국가들에 비해 사람들의 경쟁심 등이 떨어진다면 국가의 국제적 경쟁력이 떨어져 더 어려운 상황이 생길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내가 보았던 이런 기본소득제와 관련된 방송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다.
EBS 방송이었던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떤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인가 아니면 동남아시아인가? 어쨌든 그 중 한 마을에 경제학자들이 찾아가서 한 가지 실험을 진행하였다. 그들에게 일정한 소득을 지속적으로 지급하면서 이 마을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관찰한 것이다.
처음 경제학자들은 사람들이 점차 더 나태해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일정한 소득이 보장되자 그 소득을 이용해 스스로 다른 길을 찾는 모습을 보여 놀랐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은 기본소득으로 받은 돈을 이용해 쌀을 사서 그걸로 떡을 만들어서 파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 실험을 진행한 사람들은 '사람들의 불안을 줄여주는 기본 소득은 사람들을 나태하게 만들지 않고, 오히려 활기차게 만들며 사회가 건강해진다'라고 결론을 내리고 마무리 하였다.
개인적으로 생각해 보건데, 아무래도 핀란드에서 도입한 기본소득제도 이것을 모티브로 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이 실험에는 아주 큰 함정이 있다.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1. 실험 기간이 아주 길고 오래도록 진행된 것이 아니라는 점. 즉, 장기적으로 가면 사람들이 또다시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2. 이것이 결정적인데, 이 실험학자들이 찾아간 곳은 기아에 허덕일 정도의 마을이었다는 점이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하면 바로 수요>공급이라는 뜻이다. 즉, 무엇이든지 물자가 많이 부족한 상태란 뜻이며, 어떤 것이든 생각할 필요도 없이 만들어 내기만 하면 팔려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대부분 자본주의가 어느 정도 자리잡으면 물자에 대한 공급>수요로 바뀐다. 만들어낼려면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지만, 팔려나가지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생각없이 공급량을 마구잡이로 늘렸다가는 자신에게 남는 건 파산 뿐이다. 즉, 초창기 자본주의를 시작하려는 국가라면 몰라도, 이미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사회에 자본주의가 자리잡은 후에는 별 효용이 없을 가능성이 오히려 높아보인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 기본소득제에 대해서는 반대를 하고 싶다.
얼마 전 기본소득제에 대해서 국민투표를 통해 반대로 표결이 끝난 국가가 하나 있다. 스위스다. 그리고 스위스는 금융과 관련된 산업들이 많이 발전해 있다고 하던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런 분야의 강세를 유지하지 않을까 싶다. 즉, 국민들이 전체적으로 자본주의에 대한 심도 깊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보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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