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한 번쯤 그런일이 생긴다. 주변에 있는 사람 중 누군가가 돈을 빌려달라고 할 때가. 오래된 지인일 수도 있고, 친척일 수도 있고, 최근에 알게 된 사람일 수도 있다. 요구를 받아들여 돈을 빌려줄 때 계좌이체를 통한 통장 거래내역이 과연 이후에 빚을 갚으라고 요구할 증거가 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위험부담이 매우 크다는 얘기다. 만약 상대방이 이것은 빌린 게 아니라 그냥 준 것, 즉 그냥 증여한 것이라고 주장하면 증여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 해야한다. 이 경우 그 당시의 여러가지 상황이나 증인 등을 고려하겠지만 자칫 잘못하면 증거로 탈락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특히 연인 사이와 같은 경우에는 그냥 증여로 볼 가능성이 높기에(이후에 헤어졌더라도) 더 구체적인 증거가 필요할 것이다. 한 마디로 거래내역 흔적은 증거로 불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돈을 빌려 줄때는 최소한 차용증서는 받아야만 한다. 차용증서에는 빌려주는 날짜와 금액을 기본적으로 적어야 하며, 금액의 경우 숫자는 위조가 쉽기에 한글로 적어야 한다. 여기에 이자, 변제일, 간단한 인적사항 등을 추가로 적는다. 그러나 이 차용증서도 재판과정에서의 증거로 활용될 뿐이므로 강제적으로 변제를 받으려면 소송을 제기해 재판과정을 거친 후, 승소를 통해 집행권원을 획득하여 이를 기반으로 강제집행을 하는 긴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만약 금전소비대차공정증서, 즉 공증을 받은 금전소비대차 계약서가 있다면 바로 집행문을 발급받아 강제로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공증을 받으려면 거래를 하는 두 사람이 각각 신분증과 막도장만을 가지고 법원 근처의 공증사무실을 찾아가면 된다.

 

그러나 이렇게 공증을 받았더라도 채무자가 모든 재산을 잃고 신용등급도 바닥으로 떨어졌다면 받아낼 게 없으므로 돈을 돌려받기는 쉽지 않다. 이를 위해 공증을 받을 시 담보를 설정하거나 채무자에게 연대보증인을 요구할 수도 있으나 담보나 연대 보증인이 있다면 이미 금융기관 등에서 문제를 해결했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가장 좋은 것은 개인 간 금전거래는 되도록 하지 않는 것이 사람도, 돈도 잃지 않는 방법이지만, 어쩔 수 없이 꼭 빌려줘야 한다면 금전소비대차공정증서, 그것이 안 된다면 최소한 차용증서라도 받아 돈이라도 지킬 수 있는 안전장치는 마련해두는 것이 좋다. 그게 아니라면 정말 잃어도 나에게 큰 문제가 없을 금액까지만 빌려주어야 할 것이다. 허나 아무리 적은 돈이라도 그냥 사라져버린다면 마음 아프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싶다...

 

여담을 한 마디 하자면 차용증서 좀 써줄래? 했을 때 '우리 관계가 이것밖에 안되냐!'라고 버럭 화 내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그냥 못 빌려주겠다고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돈을 빌려가면서 미안해 하는 감정이 있다면 오히려 자기가 먼저 써주겠다고 해야 옳은 것이 아닌가? 그런데 머리를 숙여야 할 판에도 뻣뻣이 고개를 쳐 들고 화를 내는 사람이라면 이후에도 마치 돈을 빌린적이 없는 듯이 뻔뻔하게 행동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Posted by 은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