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와 펀드매니저의 대결은 효율적시장가설의 존재를 널리 알리는데 일조하면서 학계가 이 가설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발전시키는데 기여했다.


1973년 프린스턴 대학교에 소속된 버튼 G. 맬킬 교수는 효율적 시장가설을 주장하면서 '주가는 매우 효율적으로 형성된다. 그러므로 눈을 가린 원숭이가 포트폴리오를 구성해도 자신의 역량을 발휘한 전문투자자, 즉 펀드매니저와 비슷한 실적을 낸다'라고 주장했다(우리나라에는 '시장 변화를 이기는 투자'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책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이 이야기를 실행에 옮겨보았다. 원숭이를 대신하는 것으로 눈을 가린 사람이 종목이 쓰여져 있는 다트판에 다트를 던지는 방식으로 무작위로 선택된 주식과 펀드매니저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 선택한 종목의 수익률을 6개월 단위로 비교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진행한 것이다. 그리고 이 결론은 대부분 '원숭이의 수익률이 더 좋았다'라고 알려져 있다.


물론 실제로 무작위로 선택된 것보다 펀드매니저들의 수익이 낮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바로 이 기간이 '단기간'으로 보았을 때 침팬지들의 승리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단기간의 결론이 회자되면서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내려왔다. '일부를 이용해 전체'를 파악한 오류라고 할까?


이후 이 게임은 1988년에서 2002년까지 142회에 걸쳐서 다시 테스트 되기도 했는데 이 장기간의 게임에서 승리한 것은 펀드매니저들이었기 때문이다. 펀드매니저들은 6개월 단위로 평균 10.2%, 원숭이를 대신한 다트는 3.5%의 수익률을 올렸다.


그런데 왜 이 대결이 침팬지들의 승리라는 오해로만 널리 퍼트려져있을까?


첫째는 효율적시장가설을 부정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수많은 투자이론들이 이 효율적시장가설에 근거해서 세워지고 만들어졌다. 그런데 열심히 노력하면 시장을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는 것이 퍼지면 효율적시장가설을 부정하는 것이 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그 동안 쌓여온 이론들을 가르치는 사람들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로 사람들은 자극적인 것을 좋아한다. 아무래도 '펀드매니저가 결국 이겼다'라고 하기보다는 '침팬지가 이겼다'라고 해야 사람들이 '헐! 그럴수가!'라면서 관심을 나타낼 것이고, 그렇게 관심을 끌 것들을 던져줘야만 각종 정보매체들이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효율적시장가설을 완전히 부정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은 꽤나 효율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항상 효율적'이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사실 단기간으로만 따지면 주식투자의 신이라고 할 워렌 버핏도 이기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장기간에 걸쳐서, 그리고 거대해져가는 자금을 굴리면서 그만한 수익률을 낸 사람이 없기에 버핏을 넘어선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같은 관점에서 침팬지와 펀드매니저들의 대결도 좀 더 장기간에 걸친 것에 주목을 해야 하지 않을까? 투자의 본질이라는 측면에서도 단기보다는 장기에 중점을 두는 것이 더 옳지 않을까 싶다.

Posted by 은목걸이